1. 서 론
Edmond Locard가 교환법칙(exchange principle)을 발표한 이후 지난 100여년간 전이증거(transfer evidence)의 하나인 미세증거물(trace evidence)은 범인을 추적하고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 중 미세증거물의 한 종류인 유리(glass)는 유리가 깨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폭행, 침입, 교통사고, 총기 등의 사건에서 주로 가해자나 피해자의 의복이나 신체 혹은 범행도구로 전이되어 범행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로 사용되어 왔다.1
그러나 다른 미세증거물이 그렇듯이 유리는 군집특성(class characteristics)을 갖는 물질이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된 것과 물리/화학적 특성이 동일한 유리가 다른 곳에 존재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더구나 일상생활 환경에는 범죄와 무관하게 깨진 유리가 존재할 가능성이 항상 있고 이런 유리가 사건과 무관한 경로를 통해 사건 관계자나 범행도구에 부착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건과 관련된 증거물이나 사람에게서 유리가 발견될 경우 그 유리가 그 사건과 관련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살아있는 사람이 행동을 하면 신체나 의복에 부착되었던 유리가 탈락되기 때문에 이 역시 유리의 증거가치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많은 법과학자들은 유리의 오염(contamination) 혹은 전이 및 잔류(transfer and persistence) 특성을 연구해 왔다.
그 예로서 Lambert 등2은 유리창문을 깨는 범죄행위에 연루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500 명의 의복에서 유리조각의 분포를 연구하였고 그 결과 4,000점 이상의 유리조각을 찾아냈다. 또한 Daéid 등3 은 법과학 감정기관의 감정관이나 사건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 의복 44점을 (100 % polyester)을 제출받아 유리조각의 분포를 조사하였고, 그 결과 의복의 14 %에서 유리조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대부분의 의복의 주인들은 최근에 깨진 유리와 접촉이 있었거나 유리가 깨지는 상황과 연관된 작업을 한 일이 있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반면 Lau 등4은 서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213 명의 의복에 부착된 페인트와 유리의 분포를 조사하였고 그 결과 조사 대상 중 2 %의 의복과 5 %의 신발에서 유리조각이 발견됐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Petterd 등5은 3개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서 2,008벌의 의복을 무작위로 제출받아 유리조각의 존재 여부를 검사한 결과 6벌의 의복에서 6점의 유리를 찾아내었다고 보고하였다. Coulson 등6은 대학 체육관과 사설 체육관에서 활동하는 범죄와 무관한 122명의 의복과 신발에서 유리조각의 분포를 연구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유리조각은 신발에서 발견되었고 의복 표면에서 유리가 발견된 사람은 없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런 연구 결과로 볼 때 범죄와 무관한 사람의 의복에서 유리조각이 존재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지만 범죄와 무관하게 유리가 부착되어 있을 가능성을 100 % 배제할 수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부착된 유리가 오염원으로 작용할 가능성 역시 여러 연구자에 의해 연구되었다. Cooper7는 경찰관이 망치로 유리를 깨고 현장에 들어간 직후 용의자를 체포하는 상황을 연출하여 유리의 전이특성을 연구하였다. 그 결과 확률은 낮으나 유리의 간접전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서 유리 간접전이(오염)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또한 O’Sullivan 등8은 유리를 깨는 범죄에 연루된 용의자의 의복을 법집행기관(Law enforcement agents)에서 다루는 처리과정 중에, 유리조각이 주머니에서 의복 표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연구하였고 그 결과 의복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유리조각 60 개 중 평균 6 개가 주머니에서 의복 표면으로 전이되고, 의복을 입고 벗을 때에는 평균 1.5 개가 주머니에서 의복 표면으로 이동하였음을 밝힌 바 있다.
경찰 순찰차량은 경찰관, 피해자, 용의자 혹은 범인이 함께 이용하는 특수한 공간이므로 순찰차량 내에서 미세증거물의 상호전이 및 오염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순찰차량을 타고 이동한 사건 관계자에게서 발견한 미세증거물의 증거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순찰차량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원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Gerard, R.V.외 4 명9은 캐나다 Toronto 지역에서 근무하는 정복 및 사복 경찰관, 경찰관이 사용하는 장비, 경찰차량 뒷좌석 및 경찰서에서 일하는 감정인들에게서 gunshot residue (GSR)가 존재할 가능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정복 및 사복경찰관 의복의 60% 이상 및 경찰장비의 24 % 이상에서 GSR을 검출하였다. 또한 감정인 중 25 %의 손에서 GSR을 검출하였고 경찰차량 18대 중 2대의 뒷좌석에서 GSR을 검출함으로써 경찰차량이 GSR의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또한 Berk, R.E.외 3 명10은 미국 Chicago의 피의자가 머무는 공간 및 순찰차량 193 개소에서 무작위로 GSR을 채취한 결과 2개소에서 GSR이 검출되어 GSR의 2차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위의 GSR 실험결과에서 보듯이 순찰차량은 미세증거물의 2차 오염 가능성이 있는 장소이다. 유리는 GSR과 물리/화학적 성질은 다르지만 GSR과 같이 미세증거물의 한 종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순찰차량 내에 유리조각이 존재한다면 유리조각의 전이가 일어나 유리증거의 가치를 해석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순찰차량 내에서 유리의 2차오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팀은 충청남도 지역에서 이용되는 순찰차량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차량의 위치 별 유리조각의 분포를 확인함으로써 순찰차량에 의한 유리의 2차 오염 가능성을 조사하였다.
2. 실 험
2.1. 채취대상 및 방법
피전사체인 순찰차는 충청남도에 소재한 지구대에서 무작위로 10대를 선정하였고 차량마다 P1~P10까지의 번호를 부여하여 구분하였으며 차량의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좌측 및 뒷좌석 우측에서 유리를 채취하였다. 일정 면적에서 유리를 채취할 수 있도록 Fig. 1의 (a)에 보인 것과 같은 채취판(시트 접촉 면적: 30 cm × 30 cm)을 제작하여 Fig. 1의 (b)와 같이 등이 접촉하는 부분(이하 등받이로 표기), 엉덩이가 접촉하는 부분(이하 아랫면으로 표기) 및 엉덩이와 등받이의 사이 공간(이하 모서리로 표기)에 대고 유리를 채취하였다.
조사 대상으로 삼은 모든 차량의 앞좌석은 인조가죽(PVC) 커버로 덮여있었고 뒷좌석은 polyester 커버로 덮여있었다. 그리고 조사 대상으로 삼은 10대 중 1대의 앞좌석에는 직물방석이 깔려있었고 3대의 앞좌석에는 땀이 덜 차게 하기 위한 통풍형 방석이 깔려있었다. 이처럼 좌석 및 방석의 형태가 다양하지만 실제 사건 관계자를 호송하는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방석을 제거하지 않고 위와 동일한 방법으로 방석 표면에서 유리를 채취하였다.
2.2. 유리의 채취 및 관찰
유리조각의 전사(lifting)에는 OPP 박스테이프(투명, 48 mm × 40 m, ㈜금성케이티엔티)를 10 cm × 5 cm 크기로 잘라 사용하였으며, 차량 의자 한 부위 당 하나의 테이프를 사용하였다. 표면을 전사한 테이프는 OHP TRANSPARENCY FILM A4 (210 mm × 297 mm, 팬시로비)에 부착한 후 Leica M80 stereomicroscope로 관찰하였다. 유리가 관찰될 경우 Leica Application Suit Version 3.8.0 (Build: 878)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크기를 측정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Table 1에서 보인 것처럼 조사 대상으로 삼은 10대의 순찰차량 모두에서 다양한 크기의 유리조각이 발견되었고, 발견된 유리조각의 총 개수는 679개로 나타났다.
3.1. 위치별 유리조각의 분포
Table 1에서 관찰된 유리조각의 채취 위치별 분포를 조사하였고 그 결과를 Fig. 2에 나타내었다.
Fig. 2
D: Driver’s seat, P: Passenger’s seat, BL: Back seat left, BR: Back seat right, A, B and C: A, B and C area of Fig. 1.
경찰관이 타는 앞좌석과 사건 관계자들이 주로 타는 뒷좌석으로 구분하여 유리조각의 수를 관찰한 결과 Fig. 2의 (a)에서 보듯이 앞좌석에는 471 개(운전석 293 개, 조수석 178 개)의 유리조각이 발견되어 뒷좌석(208 개) 보다 많은 유리조각이 발견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좌석의 등받이와 아랫면보다는 모서리에 훨씬 많은 유리가 분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받이에 부착되었던 유리는 중력에 의해 아래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유리가 분포하고, 모서리 부위는 등받이나 아랫면에 비해 신체와 접촉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유리가 분포한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순찰차량 의자에는 유리가 분포하기 때문에 순찰차량의 의자를 통해 사건관계자의 의복이 유리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ig. 3은 유리조각이 가장 많이 발견된 좌석부터 가장 적게 발견된 좌석을 나타낸 그림으로서 유리조각은 운전석 모서리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조수석 등받이에 가장 적게 분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결 론
순찰차량 10대의 좌석을 피전사체로 설정하여 유리조각의 분포를 연구한 결과, 전 좌석에서 유리조각이 발견되었고, 발견된 유리조각의 수는 총 679 개였다. 좌석을 기준으로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으로 분류하였을 때 운전석에서 293 개로 가장 많이 확인되었고, 부위 별로는 모서리에서 457 개가 검출되어 모서리에 유리가 가장 많이 분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기별 분포에서는 0.10 mm~0.29 mm, 0.30 mm~0.49 mm 구간에서 많이 분포해 있었으며 1 mm 이상의 유리조각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위치별, 크기별로 유리조각의 분포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유리조각이 차량 시트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순찰차량을 이용해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의 의복에는 시트에서 전이된 유리가 부착되어 있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찰차량에 탑승했던 경찰관이 사건현장에 출동하면 현장통제, 피해자 구호, 사건관계자의 면담, 용의자 등의 신원확인 및 구금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신체접촉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경찰관의 의복에 부착되어 있던 유리가 사건 관계자의 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사건 관계자를 순찰차량 뒷좌석에 태울 경우 뒷좌석에 있던 유리가 사건관계자의 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동일한 유리인지 감정에 사용하는 ICP-MS나 GRIM (Glass Reflective Index Measurement System)은 감도가 대단히 좋아 1 mm 미만 크기의 유리도 어렵지 않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11 경찰관의 의복이나 순찰차량을 통해 사건관계자의 몸으로 전이된 유리는 향후 유리의 출처를 판단할 때 중요한 방해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유리와 관련된 범죄사건의 관계자가 순찰차량을 탔을 때, 순찰차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어야만 그 유리조각의 증거가치를 논할 수 있다. 따라서 순찰차량을 통해 유리조각 등의 미세증거물이 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별도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