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젝트의 배경과 목적
김포문화재단은 김포시청의 출연기관으로 2015년 12월에 출범했다.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기획, 제공하며 문화시설의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활동해 오고 있다.1)
김포시는 1998년 시로 승격되었고, 최근 신도시 개발과 함께 급속하게 이주민이 증가하여 2019년 1월 기준으로 전체 약 42만 명 인구 중 30만 명이 훨씬 넘는 인구가 최근 이주한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김포시는 서울과 강화도를 잇는 관문역할을 하는 위치이며 김포평야에서 생산되는 쌀은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시 승격 이후 꾸준한 양적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농어촌지역, 신도시, 행정타운 등이 상존하는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이다.
김포문화재단에서는 지역적 특성과 급속한 지역의 변화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하여 다각도로 역사 문화자원 아카이빙 사업을 해오고 있다. 지역 원로를 대상으로 한 구술채록사업, 지역문화자원 조사 및 수집사업, 디지털 아카이브 체계 구축사업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포 북변동 스토리텔링 사업’도 기획되었다. 북변동은 옛 김포군청이 자리했던 지역으로 현재에도 김포초등학교, 김포성당, 김포제일교회, 김포향교가 있으며 전통시장인 김포 5일장이 열리는 이른바 구도심 지역이다. 최근 재개발 논의가 주민 간의 팽팽한 의견차이로 결론을 내지못한 채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다.
도시 전반적으로는 급속한 변화를 거듭해 가지만 구도심은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구도심의 근현대 생활문화자료, 역사자료를 확보하여 미래의 문화유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북변동 주민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삶의 기억과 경험을 수집하여 현장성 있는 기록을 확보하고자 하는 김포문화재단의 판단에 따라 사업이 준비되었다.
이에 따라 2018년 하반기에 김포시 북변동의 근현대 생활문화 이야기를 수집, 발굴하여 기록하고, 대표적인 이야기를 도출하여, 향후 스토리 북 및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될 수 있는 기본 자료를 구축하는 것을 과업의 목표로 정하고 “북변동 스토리텔링 사업”이 추진되었다.2)
2. 주요 수행내용
본 프로젝트 수행과정은 문헌자료를 통한 기초조사연구 → 지역답사 및 취재 → 지역주민 인터뷰 → 스토리 정리 및 가공 → 투어코스 개발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2.1 기초조사연구
북변동은 현재에는 김포본동이라는 행정동에 걸포동, 감정동과 함께 속해 있으나, 과거에는 관청과 학교, 종교시설을 두고 있는 독립성이 강한 김포의 행정, 문화, 상업의 대표적인 중심지였다.
이러한 뚜렷한 특징과 역사가 있는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 문헌자료를 찾았으나, 의외로 자료가 빈약했다. 단행본의 경우 『金浦郡 地名由來集(김포군 지명유래집)』(1995, 김포시청), 『金浦市史(김포시사)』(2011, 김포시사편찬위원회)가 있었고, 간행물의 경우 『김포마루』 18년 01호, 『김포마루』 18년 02호, 『테마속 달콤한 여행 스토리 김포 - 선조들이 남긴 발자취 김포문화유산』(2014, 김포시청)이 있을 뿐이었다. 그 외에 신문 및 인터넷 언론에 북변동에 관한 기사들이 일부 있었고, 인터넷 사이트 ‘응답하라 김포 온라인 사진전’3)을 참고할 수 있었다.
2.2 지역답사 및 취재
외부인으로서 한 지역을 조사하고자 답사를 하기 위해서는 현지인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번 경우에 는 북변동 출신으로서 지역문화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젊은 활동가와 북변동 출신으로 지역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중년사업가의 도움으로 지역의 중요한 장소를 견학하고 관련 인물들을 소개 받을 수 있었다. 대내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옛 군청 터, 김포초등학교 및 등․하굣길, 100년이 넘은 김포성당과 김포제일교회, 김포향교, 5일장, 오래된 상점 등을 견학하였다.
답사를 통해 현재 차량과 주민이 주로 이동하는 도로 외에 과거 주민들의 주요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고, 제방공사 이전의 지형과 이후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주요 상점과 문화시설의 과거 위치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답사과정에서 만나게 된 주민들과 간단한 대화를 통해 옛 기억을 회상하는 인상적인 회고를 부분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견학을 이끌어 준 지역주민 또한 현장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옛 기억들, 예를 들면 어린시절 친구들과의 놀이, 먹거리 등을 소개할 수 있어서 간접적으로나마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내력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2.3 지역주민 인터뷰
문헌자료와 지역답사를 통해 개괄적인 조사를 마친 후에는 본격적으로 지역주민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기간과 재원의 한계 상 구술자 한사람 한사람의 생애사 전반을 인터뷰 할 수는 없는 관계로 직업과 관련된 내용과 생활적 경험을 중심으로 북변동의 변화과정을 질문하는 방식의 인터뷰를 수행하였다.
구술자 선정은 김포문화재단에서 나이, 직업, 성별 등을 고려하여 추천한 인물들로 정했으며 전체적으로 17명을 대상으로 총 20회 인터뷰를 하였다. 물론 인터뷰 내용은 녹음 및 촬영을 하여 녹취문을 만들어 기록하였다.
구술자들은 1930년대에 출생하여 줄곧 북변동에서 살아온 노년층에서부터 북변동에서 출생하여 외지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다시 돌아와서 가업을 잇거나 새로운 형태의 생업에 종사하는 1950~60년대 생, 최근에 이주해 온 젊은 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선정되었다.
첫 번째 그룹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전후, 산업화시기 지역의 변화 등을 발언하였고, 두 번째 그룹은 지역의 정서와 문화에 대하여 주로 발언하였고, 마지막 그룹은 지역에 대한 바람을 중심으로 발언하였다.
이와 같은 인터뷰를 통해 새롭게 발굴된 사실은 현재는 흔적조차 없지만 한국전쟁 이후 한동안 미군부대가 주둔해 있었고, 주변에 미군들이 드나들던 사창가와 미군 전용 클럽 등이 있었던 사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물건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음성적으로 유통되었던 사실 등이 소개되었다. 또한, 1984년에 발생한 장릉산 산사태의 경우 미군부대가 철수한 후 한국군이 주둔하면서 주변에 호를 파고 그 밑에 발목지뢰를 매설했는데, 호우가 내리자 지뢰가 폭발하면서 인근 학교기숙사의 여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였다. 그런데, 당시 군사정권하의 사회분위기 상 단순한 자연재해로 알려질 수 밖에 없었다 의견도 새롭게 제기되었다.
한편, 현재에는 그 실체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번 인터뷰 과정에서 장군바위, 공마당 등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던 공간이 그 위치와 함께 전해 내려오는 내력이 소개되었고, 북변지역 내부에도 동변, 서변, 북변, 중구 등 동네 환경과 거주민들의 계층적 특징에 따라 정체성을 세분화할 수 있다는 해석도 소개되었다.
이 외에도 북변동과 인근 타 지역과의 문화적 차이, 교통편에 얽힌 일화, 상권의 변화, 의료시설의 변화, 학교생활과 놀이문화 등에 지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많은 기억과 경험이 모아졌다.
2.4 스토리 정리 및 가공
문헌조사, 답사 등을 통해 북변동 지역주민들이 걸어온 근현대사의 삶의 맥락에 대하여 틀을 잡은 뒤, 주민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의 살을 붙여나가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우선 인터뷰에서 취합된 이야기들 가운데 북변동 주민들의 의, 식, 주, 교통, 교육, 의료, 신앙, 관혼상제, 상업, 여가, 자연환경 등과 관련하여 가치 있는 주제어를 도출했다. 이렇게 도출된 100여 개의 주제어를 김포문화재단과 협의한 대표스토리의 프레임에 매핑시켰다. 이 과정을 도식으로 나타내면 <그림 1>과 같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각각의 대표스토리가 한 꼭지 한 꼭지 텍스트로 정리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문헌, 답사, 주민인터뷰를 통해 취합된 스토리들은 지역 원로들을 포함한 구술자들에게 회람되어 사실관계에 대한 재확인 작업을 거치고 나서 지역의 스토리로 정리될 수 있었다. 이렇게 작성된 스토리는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로 응용되어 재가공 될 것이다.
2.5 투어코스 개발
기본자료를 활용한 콘텐츠는 여러 가지 유형으로 개발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문화콘텐츠, 홍보콘텐츠, 교육콘텐츠, 관광콘텐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동영상 플랫폼(유튜브 등), SNS(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등으로 온라인 유통도 가능하고 관광 상품이나 책자 등을 통해 실물을 유통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지역스토리 콘텐츠 개발의 일환으로 투어코스를 제시하였다. 역사코스, 생활코스, 이야기코스로 이름 지은 3개의 코스를 제시했는데, 이들 코스는 향후 마을해설사를 양성하여 지역투어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만들어졌다. 각 코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코스명 | 주요 지점 | 비고 |
역사 코스 | 김포초등학교->김포향교->송미여인숙->구작로->김포인쇄사->해동서점->김포군청->(구)대동철물->(구)김포경찰서->김포성당 | 근현대 백년의 길 |
생활 코스 | 김포성당->김포제일교회->김포5일장->북변터미널->식당골목->성심당->감초당한의원->김포약국->신작로 | 북변동의 일상 길 |
이야기 코스 | 우체국(터)->김포군청(은행나무)->김포초등학교->재건중학교->공마당->김덕문외 12용사 공적비->봉화->충혼탑->전도관->장군바위(터)->도당산 | 사색의 길 |
이들 코스는 안드로이드/IOS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활용하여 코스에 관한 설명자료를 제공하게 된다면 이용자들이 마을해설사들의 설명과 함께 더욱 풍부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옛 북변동의 이미지를 3D로 모델링해 증강현실(AR)로 제공함으로써 현장감 있는 투어를 통해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흥미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3. 진행과정의 특징과 시사점
3개월의 일정은 위 과업을 수행하는데 결코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다. 재단의 내외적 사정으로 인해 과업 규모와 기간이 충분하게 준비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포문화재단의 담당직원, 지역주민, 수행기관이 상호 협력하면서 프로젝트를 무난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는데, 수행하면서 겪었던 몇 가지 특징과 시사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3.1 프로젝트 수행의 특징
우선 용역방식의 프로젝트라는 형식을 고려할 때, 준비과정에서부터 과업의 내용, 규모, 진행방식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한정되어 있는 프로젝트에서 과업의 내용, 규모, 진행방식이 과정에서 변경되면 프로젝트의 목표와 결과물에도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비중을 크게 차지한 구술채록에서 변화가 있었다. 당초 예정했던 구술자와 인터뷰 방식에 변동이 생기면서, 일정관리 등에 다소 차질이 있었다.
한편, 지역의 문화자원을 아카이빙 하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유관 프로젝트와의 연관성, 향후 추진방향과 계획의 부재 등은 프로젝트의 목표와 결과물의 상을 뚜렷하게 하는 데 저해가 된다. 올해 어디까지 완성을 하고, 다음 단계에서는 어떻게 프로젝트를 계승해야 할지에 대해서 계승의 필요성만 공유한 채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보니, 올해 프로젝트의 마무리 수위를 정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3.2 지역 역사문화자원 발굴의 의미
프로젝트 추진과정의 방법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스토리 발굴이 어떠한 방식과 절차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방법론적 교훈을 얻은 바 있다.
조사, 답사, 인터뷰, 재확인의 절차를 거치면서 지역주민들을 지역 스토리의 주인으로 온전히 자리매김하는 것은 주민들로 하여금 새롭게 지역에 대한 애착과 의미를 갖게 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또한, 스토리를 콘텐츠로 재가공하여 활용할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결국 콘텐츠 제작, 운영, 성과공유의 주인은 지역주민이라는 원칙을 강조한 것도 의미 있다고 판단된다.
스토리가 발굴, 취합, 정리되는 과정을 통하여 해당 지역주민들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볼 때’,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 때’ 북변동만의 정체성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자각한 것은 무엇보다도 지역주민들에게 큰 성과로 돌아갈 것이다.
3.3 지역 아카이브의 필요성
여전히 문제는 기록의 부재이다. 본 프로젝트는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이 주요 과업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실물기록을 본격적으로 조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는 가운데 개인이나 가정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다양한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포문화재단은 기록관리기관이 아닌 관계로 적극적인 기록수집에 나서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지역 기록의 조사, 발굴, 수집, 관리, 활용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서는 시청, 문화재단 등 유관 기관이 협력하여 현실성 있고 창의적인 지역아카이브의 모델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김포문화재단 홈페이지 참조. https://www.gcf.or.kr/main/?mc_code=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