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SSN 2671-8197
- E-ISSN 2733-936X
조선후기 김려의 『우해이어보』(1803), 정약전의 『자산어보』(1814), 그리고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어명고」(1820)는 명물・고증을 통해 동아시아의 박물 전통을 새롭게 반영하였다. 어보들의 명물고증 작업은 물고기의 이름과 그의 생물학적 실체 사이의 대응관계를 증험하되 이 대응관계를 바탕으로 한 어류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 특징으로는 첫째, 물고기의 이름을 확정하여 표제로 삼을 때 주로 한자를 사용하였다. 둘째, 『자산어보』와 「어명고」에서 재인용이나 간접 인용 방식을 많이 취했다. 셋째, 중국과 일본 문헌에서 등장한 한자 명칭으로 쓰인 물고기가 조선 속명으로 불리는 또 다른 물고기와 서로 같은 종류인지를 판별하였다. 넷째, 물고기 이름과 실체 사이 대응관계가 성립되었다면 중국과 일본 문헌을 통해 경험적 지식을 보완하고 또 기존의 문헌 정보를 수정하였다. 이 작업은 기존의 문헌 지식과 경험적 지식을 조율하고, 그리고 한자 중심의 지식 체계를 공유하는 동아시아에서 외래 지식과 토착 지식을 비교・검토하는 과정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어류 지식 체계를 재구축하고자 한 것은 저자들이 다시금 지식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확보하고자 했으며, 동아시아란 정치적 위계질서 다분한 공간 속에서 비교적 균형 잡힌 지식 구조를 구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