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드라마의 ‘대중성’은 멜로드라마가 역사적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멜로드라마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주의적인 질문보다는 멜로드라마적 상상력을 당대 사회문화적 맥락과 관련하여 탐색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TV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와 <미스터션샤인>(2018)은 2010년대 세월호 참사와 촛불혁명을 겪은 격변기 한국 사회의 대중적 상상력과 욕망을 나타낸다. 본고는 <태양의 후예>와 <미스터션샤인>에 나타나는 국가와 개인의 감정을 중심으로 멜로드라마적 상상력을 분석하였다. 기존 멜로드라마의 갈등이 대개 개인과 가족 범주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태양의 후예>와 <미스터션샤인>에서는 국가가 개인 간의 갈등을 형성하는 모티프로 등장한다. 이와 같은 압도적인 갈등 상황에서 인물은 우선적으로 이성적 판단을 실행하지만, 곧 이를 폐기하고 행동을 추동하는 감정을 통해 ‘응답’하는 가치 지향적 태도를 드러낸다. 두 작품은 주로 시적 대구와 사물의 미장센을 통해 드라마의 포에지를 형성하고 감정을 고양한다. 여기에서 주요 감정은 연민과 슬픔인데, 압도적인 갈등을 뚫고 나오는 격렬한 감정들은 그 자체로 소진되지 않고 수행성을 통해 도덕적 지향을 보여 주는 바, 연민은 연대(連帶)를 향하고 슬픔은 애도(哀悼)를 향하고 있다. 기존 멜로드라마들의 엔딩이 지극히 개인의 범주에서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태양의 후예>와 <미스터션샤인>은 연대와 애도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를 동시에 환기하는 도덕적 상상력을 보여 주었다.
The popularity of melodrama indicates that melodrama is composed in a historical context. This is the reason why it is necessary to analyze the imagination of melodrama within a sociocultural context rather than asking the essentialistic question of “What is melodrama?". <Descendants of The Sun> (2016) and <Mr. Sunshine> (2018) caused sensations while holding unchallenged top positions in terms of viewing rate and popularity. These dramas indicate the popular imagination and desire of Korean society in the 2010s during a period of upheaval. This paper analyzed imagination in melodrama with a focus on nation and emotions of individuals in <Descendants of The Sun> and <Mr. Sunshine>. In preexisting dramas, conflicts are often limited to individuals and families; on the contrary, in <Descendants of The Sun> and <Mr. Sunshine>, a nation appears as a motif that forms conflicts between individuals. In these intense situations of conflict, people make rational judgments at first; however, they soon dispose of such judgments and reveal value-oriented attitudes through emotions, which drive actions. Both dramas form poésie mainly through poetic rhyming and the mise-en-scène of objects. The dramas also amplify emotions. The main emotions of these dramas are sympathy and sadness. Such emotions are not consumed in itself; instead, they show moral aims through performativity. Consequently, sympathy becomes solidarity, and sadness becomes mourning. Unlike preexisting melodramas whose endings were simply pursuits of love and happiness within the realm of individuals, <Descendants of The Sun> and <Mr. Sunshine> demonstrate a moral imagination that simultaneously reminds us of the individual and community through solidarity and mou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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