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일본, 타이완, 한국의 드라마를 비교 고찰하면서 지방 담론과 지방소멸 서사의 국가별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권역, 국가, 지방의 관계 설정이 일본, 타이완, 한국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규명하고, 이를 통해 국가별 지방 이념과 지방소멸 서사의 차이를 고찰하고자 한다. 또 이를 통해 지방소멸 담론이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 역사의 산물로 정착민 식민주의에 내포된 젠더화 되고 인종화 된 배제와 절멸 구조를 반복하는 점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정착민 식민주의의 특정한 감정 구조를 귀향이라는 이동과 이에 동반되는 힐링이라는 정동과의 연관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드라마 <하야부사 소방단>과 영화 <빌리지>는 “부흥 재해”나 “지역 재생의 실패학”이 부상하는 일본에서의 지방 담론의 추이를 잘 보여준다. <하야부사 소방단>은 지방 마을을 파괴하는 적으로 이단 종교 집단을 설정하고, 마을에서 추방된 여성을 이 이단의 스파이로 설정하는 등 인종차별적인 배제와 젠더 차별을 반복하는 지방소멸 담론의 전형을 반복한다. 반면 <빌리지>는 이러한 지방소멸 담론의 약탈적인 식민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에서 지방은 중앙(도쿄)과의 대비 속에 위치하며, 중앙인 도쿄가 국가 혹은 세계의 중심으로 설정되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는 타이완 드라마 <차금>이나 영화 <미국 소녀>, 한국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웰컴투 삼달리> 등의 지방소멸 서사와 비교해 보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타이완과 한국의 지방소멸 서사는 국가 내부의 위계와 관계(중앙과 지방)만이 아니라, 권역 간 연결성(북미 지역과 중국 등)의 복잡한 관계망 속에 존재한다. 일본의 지방소멸 서사에서 지방의 ‘인구’를 끌어들이는 건 중앙이라면 타이완과 한국에서 지방의 인구를 끌어들이는 건 한편으로는 중앙이지만, 이 중앙의 인구 역시 국외의 다른 권역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일본의 지방소멸 담론이 궁극적으로 강력한 국가의 개입과 일본의 세계 중심성을 회복하려는 기획이라면, 한국의 지방소멸 담론은 국가가 부재한 채, 지방의 소멸을 소모적으로 부추길 뿐이다. 지방소멸 담론에 대한 비판적 논의도 극소수이며, 지방 개념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논의 역시 아직은 미진하다. 지방 개념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서만 현재와 같은 약탈적인 지방소멸 담론의 소비를 멈출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지방소멸 담론은 인종화 되고 젠더화 된 적/공동체 개념과 범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이런 범주화는 단지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제국주의 학살, 전시동원의 역사적 산물임에도 이에 대한 비판 없이 한국에 적용되고 있다. 이 연구는 지방소멸 담론과 정착민 식민주의의 정동 구조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대안적인 지방 이념을 구축하는 기초 작업을 수행하는 의미가 있다.
이 논문은 2020년대 이후 베스트셀러에 나타난 힐링 콘텐츠의 현황을 확인하고 힐링 담론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2010년대 초반 한국 사회는 힐링 담론이 유행하였고, 2020년을 전후로 초기 힐링 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시작했다. 힐링 콘텐츠는 서적을 중심으로 기획되기 시작하여 언론 미디어까지 확장하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힐링 콘텐츠는 출판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지만 힐링 콘텐츠와 담론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진전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출판 시장에 나타난 힐링 콘텐츠의 현황을 정리하고 베스트셀러 힐링 콘텐츠에 나타난 힐링 담론의 특징과 한계를 분석하였다. 2020년대 베스트셀러는 에세이에서 소설로 변화하였다. 에세이가 개인 내면의 성찰에 집중하였다면 소설은 개인을 벗어나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힐링 소설의 메시지는 초기 힐링 담론의 한계를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귀속시키면서 개별 주체를 고립시키며 신자유주의 통치성을 강화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힐링 소설에서 형상화한 공동체는 사회의 정상성을 완벽하게 구현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배타적 성격을 보여주었다. 힐링 소설 속 주인공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었기 때문에 힐링 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었고, 문화 자본을 확보한 사람들의 화법과 매너를 구현해야 힐링 공동체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20년대 힐링 담론은 표면적으로는 사회적 자아의 구축과 타자와의 연대를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자본이 없는 사회적 소외 계층을 배제하고 있었다. 학술과 문화의 영역에서는 힐링 담론을 갱신하기 위한 비판적 성찰이 계속되고 있으나, 정작 베스트셀러 힐링 콘텐츠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였다. 이 논문은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게 유통되는 힐링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확보함으로써 힐링 담론의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 동물툰을 중심으로, 비인간 동물과 힐링 담론이 결합/재현되는 양상을 검토하는 것이다. 동물툰은 동물의 양육 경험을 다루는 한국 웹툰의 하위장르를 일컫는 용어다. 동물툰은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맥락 및 ‘힐링’이라는 세속적 자기계발 담론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 반려동물에 대한 대중적, 학술적 담론은 동물이 주는 심리적, 신체적 혜택을 의미하는 '반려동물 효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 연구는 이러한 담론 속에서 생산되고 강화되는 문화적 실천인 동물툰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2장에서는 동물툰에서 동물이 인간의 ‘힐링’을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많은 동물툰에서 인간은 동물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특성을 부여하고 그로부터 심리적 이득을 얻는 존재로 나타났다. 이때 동물툰은 인간을 ‘회복’시키기 위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비대칭적 관계를 강화하는 형식으로 기능했다. 3장에서는 동물툰이 인간의 자기 통제를 강조함으로써 힐링 담론을 강화하는 방식을 살펴보았다. 최근 동물툰은 동물을 돌보는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인간은 강력한 자아를 '회복'한 후 동물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주체로 묘사된다. 이때 동물툰은 궁극적으로 주체적 인간의 형상을 강화하는 내러티브로 이해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 연구는 한국 동물툰이 '반려동물 효과'를 재생산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동물툰이 치유 담론을 어떻게 강화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한국 동물툰이 인간의 ‘힐링’을 위해 동물을 동원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힐링 담론이 복잡한 문화적 실천을 통해 실현되는 방식을 재구성했다.
본 논문은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나타난 정신질환의 재현 양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의미와 한계를 밝히는 데에 목적을 둔다. 이 드라마에서 정상/비정상성의 경계를 적극적으로 해체하고자 한 다양한 극적 설정은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을 일관되게 비판하는 효율적 전략이 되었다. 특히 에피소드적 구성을 통해 여러 환자들의 발병과 치료 과정을 다각도로 조망하면서 어느 누구도 이러한 문제에 예외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치료의 주체인 의료진 역시 언제든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의학적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점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유병자들의 치유와 사회 복귀 과정을 재현하는 데에 결정적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치유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나 자본과 같은 자기 자원의 확보 여부이다. 그러기에 이를 갖지 못한 인물들은 결국 온전한 회복에 이르지 못한 채 치유가 유보되거나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그들의 정신적 문제는 대부분 사회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대안이 모색되기 보다는 개인의 노력 혹은 삶의 현재적 당위만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포스트힐링으로 접어든 시대에 이 작품이 보여준 분명한 한계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중반 이후 정신질환을 다뤄 온 드라마들이 다수 등장한 가운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이룬 일정의 성취는 향후 유사 소재의 드라마가 제작, 방영되는 데에 뚜렷한 참고점이 되리라 본다.
This paper aims to analyze the portrayal of mental illness depicted in the Netflix drama Daily Dose of Sunshine, which was released in 2023, and to elucidate its significance and limitations. The diverse dramatic settings in this series actively deconstruct the boundaries between normalcy and abnormality, consistently critiquing societal preconceptions regarding mental illness. Particularly through episodic structures, the series emphasizes that no one is exempt from such issues by offering multifaceted perspectives on the onset and treatment processes of various patients. Furthermore, it portrays that medical professionals, as agents of treatment, are also susceptible to mental difficulties and must seek medical assistance when necessary. However, there are inherent limitations in depicting the process of healing and societal reintegration of patients. Ultimately, the crucial aspect of healing lies in securing resources such as human relationships and capital, and those lacking such resources ultimately demonstrate that complete recovery is unattainable through either deferred healing or extreme choices. While the portrayal of the characters' mental issues stemming from structural societal factors is evident, the emphasis on individual efforts or the existential significance of life, rather than actively seeking alternatives, highlights the clear limitations of dramas in this post-healing era. Nevertheless, amidst the emergence of numerous dramas addressing mental illness since the mid-2010s, the accomplishments demonstrated by Daily Dose of Sunshine provide significant reference points for future productions dealing with similar themes.
본 연구는 2020년에 발표된 서수진의 소설 『코리안 티처』에 나타난 정동적 노동을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소설은 오늘날 한국어학당의 한국어교원이 겪는 정동적 소외를 잘 보여준다. 세계화의 이념을 실천하는 교육의 장으로서 1990년대 전후 대폭 신설된 한국어학당은 오늘날까지도 단순한 어학 교육기관 기능을 넘어 문화, 관습, 제도의 접경지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어교원이 수행하는 노동은 정동적이며 다층적이다.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이들을 온몸으로 마주하면서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서수진의 소설은 한국어학당이라는 장소의 특수성과 한국어교원의 정동적 노동 문제를 본격적으로 그린 텍스트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1장에서는 접경지대로서의 한국어학당의 위상을 살피고, 2장에서는 부유하는 정체성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한국어학당 교사와 학생의 존재 방식을 검토한다. 3장에서는 이 소설이 폭로하는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 노동의 현실을 따라가보고, 4장에서는 푸코가 말한 ‘헤테로토피아’로서의 한국어학당 속 권력과 앎의 배치를 고찰하고 장소 상실 노동 서사의 의미를 짚어본다. 마지막 5장에서는 중첩된 경계 위 노동자 형상을 통해 경계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임을 확인한다. 본고는 다양한 분할선이 지나는 장소이자 그 분할선을 구성하는 장소로서의 소설 속 한국어학당 공간을 읽어냄으로써 오늘날의 문학적 상상력을 점검하고 한국 사회 문제의 일면을 고찰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 글에서는 오늘날 비인간존재 중에서도 동물이 ‘가족 서사’의 틀에서 활발히 재현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여, 가족 정상성의 서사 전략에 동물이 동원되는 양상과 효과를 살핀다. 동물과 같은 비인간존재를 인간 가족 서사의 패턴화된 틀로 해석하고 재현하는 작업은 이 가족 정상성의 서사가 가족과 관련된 규범적 담론으로 기능하는 새로운 측면을 드러내는데, 인간 아닌 존재를 ‘인간적’ 서사로 재현함으로써 그 ‘인간적’ 가치의 ‘보편성’이 일견 효과적으로 부각되는 한편, 비인간존재를 경유한 인간중심성이 더욱 노골화되기도 한다. 먼저 고전 서사 작품에서 동물을 가족적 관계로 상상해온 한국의 서사적 전통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이어지는 장에서 논할 오늘날의 서사적 경향이 인간과 동물 관계에 대한 사고의 근본적인 변화 위에 이루어진 사실을 짚어낸다. 뒤이어 가족 정상성의 규범에 합치하는 ‘합당한’ 가족 서사를 구성하려는 대통령 부부의 서사 전략을 주된 텍스트로 삼아 인간과 동물의 구도가 역전되어 인간이 거꾸로 동물의 부모로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서사적 경향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에버랜드의 자이언트판다 ‘바오 가족’의 이야기가 대중적 인기를 이끌어낸 현상을 중심으로 동물 가족을 인간화된 역할과 감정, 규범으로 상상케 하는 서사의 효과를 분석한다. 이때 동물은 정상가족 규범과 젠더역할, 돌봄과 재생산에 관한 규범적 서사들의 한계를 고스란히 공유한다. 동물을 매개 삼아 인간 중심적 가족 규범이 더욱 노골화되는 장면들에 대한 주목을 통해 비인간존재에 대한 위계화와 타자화의 전략, 이를 통해 은폐되거나 정당화되는 인간중심적 규범에 대한 나아간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현시대는 ‘항구적 위기 상태’라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뿐만 아니라 다양한 위기 상황이 끊임없이 닥쳐오고 있다. 21세기 들어 좀비 장르는 시대 상황을 반영한 재난의 풍광을 묘사하면서 대중적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부산행>(2016)의 성공과 함께 좀비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K-좀비 열풍은 전 세계 좀비 장르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 <킹덤> 시리즈가 있다. <킹덤> 시리즈는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좀비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킹덤: 아신전>은 봉합되지 않는 파국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다른 좀비서사와 변별된다. 일반적인 좀비서사에서 좀비의 기원은 언급되지 않거나, 모호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진다. 이는 좀비서사의 목적이 사태의 해결이나 원인 분석이 아니라 재난으로 인한 스펙터클과 파국의 풍광을 그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덤> 시리즈는 ‘생사초’라는 분명한 기원을 제시하고 있다. 좀비는 불가피하거나 거스를 수 없는 재난이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재난으로 그려진다. 일반적인 좀비서사가 좀비를 무차별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괴물로 그려내는 데 비해, <킹덤> 시리즈는 좀비를 ‘통제 가능한 괴물’로 그려낸다. <킹덤> 시리즈의 등장인물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좀비를 활용하고 재난을 통제한다. 이로써 <킹덤> 시리즈는 재난 자체보다는 재난을 초래한 근본 원인을 찾고자 한다. 재난의 궁극적 원인은 부패하고 망가진 정치로 제시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킹덤> 시즌 1, 2와 <킹덤: 아신전>은 다른 길을 걷는다. <킹덤> 시즌 1, 2는 ‘이창’이라는 신화적 영웅의 분투로 사태가 해결된다. 이창이 내세우는 해결책은 ‘올바른 통치로의 복귀’다. 이창은 특정한 세력과 부패한 정치인이 제거되면 바람직한 세상이 올 거라 믿는다. 반면 <킹덤: 아신전>의 아신은 가장 주변화된 인물로, 국가 자체로부터 배제당하고 착취당한 타자다. 그런 아신에게 국가란 부패하고 추악한 집단이며, 철저히 전복되고 파괴되어야 하는 부정적 권력에 불과하다. 아신이 선택하는 해결책은 일괄적이고 보편적인 파국의 도래다.
이 연구는 기후소설이라는 동시대적 장르 현상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그 시공간적 특징을 살펴본다. 무엇보다도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도피하고 현실에 대한 관성적인 이해를 유지하기 위한 오늘날의 심리스 리얼리티의 감각에 균열과 파괴를 발생시키려는 기후소설의 시도는 장르적 개성화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에서 살펴본 김초엽, 천선란, 이종산 소설들에서 드러나는 시공간의 활용의 도상성과 그 전략적 서술은 기후 재난을 우리의 현실 인식과 교차시키며, 우리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현실 바깥으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 개방적 상상력을 제안하고 있다.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재난으로부터 분리된 폐쇄적 돔 공간과 대비하여, 재난에 대해서도 열려 있는 프림 빌리지라는 대안적 시공간을 통해서 이분법적인 경계를 넘어서 현실에 개입하는 횡단적 시공간을 제안한다. 천선란의 『이끼숲 』에서는 기후 난민들이 살아가는 지하 도시의 생명정치와 그 폐쇄적인 현실 인식을 통해서, 폐쇄적 대안 공간의 심리스 리얼리티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탈)경계적 시공간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이종산의 『벌레폭풍』은 어떤 실재적인 재난조차 무효화하고 상품에 대한 전시 속에서 심리스 리얼리티를 구성하는 신자본주의적 현실에 대한 비판을 통해, 각종 트러블과 공존하는 다공적인 시공간을 제안한다. 일련의 기후소설들을 통해서 기후소설이라는 장르화 현상과 함께 동시대적 현실에 개입하는 문학적 시도를 교차하여 살펴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SF는 인류가 인류세적 위기에 응전하며 만들어갈 새로운 문명의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김초엽과 김보영의 소설들을 대상으로 하여 한국 SF가 임박한 인류세적 재난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인류가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인류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한다. 근대적 인간관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포스트휴먼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초엽의 『파견자들』은 외계에서 온 생물인 ‘범람체’에 의해 오염되는 세상을 그린다. 사람들은 범람체를 배척하고 피하려 하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범람체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독립된 개체로서 자리매김된 근대적 인간관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의 형상을 제시한다. 이러한 포스트휴먼들은 다양한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생성의 흐름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보영은 장편 『종의 기원담』에서 로봇과 인간이 서로를 훼손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존, 공진화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김초엽은 단편 <오래된 협약>에서 외계 생명체와 공존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소멸 속에서 머물기’와 ‘노출’의 윤리와 정치학을 실천하라고 요청한다. 신유물론적 페미니스트 연구자 스테이시 얼라이모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오염시키는 유해한 재난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라고 권유한다. 생명체는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서 근대적 자아(ego)의 소멸, 훼손을 경험하지만, 이를 통해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는 존재론적 엉킴 상태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원자화된 자아에서 벗어나 생성의 흐름에 합쳐지는 경험을 수반하므로 쾌락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사유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수동적, 금욕적 의미의 ‘페이션시’에서 더 나아간 ‘노출’과 공생의 정치학을 인류세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본고의 목적은 이영도의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장르 판타지의 연구적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다. 웹소설 시장의 약진으로 장르문학에 대한 담론이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아직 학계의 관심은 크지 않은 편인데, 이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장르 판타지의 특수한 형식·구조와 그것으로부터 창출되는 고유한 연구적 가치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본고에서는 문학 연구에서 가장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서사이론과 철학 담론을 활용하여 ‘철학의 장(場)’으로서 장르 판타지의 가치를 입증하고자 했다. 먼저 『드래곤 라자』의 경우, 가상의 세계관을 통해 종족・지리・도구뿐 아니라 신화・역사・언어 등 새로운 문화를 창조함으로써 장르 판타지에서 배경이 가지는 특수한 위상과 역할을 잘 보여준다. 특히 ‘유피넬-헬카네스의 인식론’은 포스트구조주의의 코스모스-카오스의 존재론과 연결되어 독자들의 철학적 사유를 자극한다. 『퓨처 워커』는 이러한 철학적 배경 속에서 ‘고정된 현재’라는 미증유의 사건을 만들어냄으로써 문제의식을 심화한다. 현재가 고정되면서 나타나는 유령의 현존・도래할 것의 중지와 같은 사건들은 데리다의 시간관을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데, 이로 말미암아 『퓨처 워커』의 세계는 현실 규범뿐 아니라 서사 규범마저 뛰어넘는 철학적 사고실험장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적 배경과 사건 속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인물들의 선택과 갈등은 철학적 사고실험을 서사화 하는 좋은 예시가 된다. 이렇듯 이영도 문학은 장르 판타지로서 현실 규범과 서사 규범 양자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흥미롭고도 직관적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장르 판타지는 순수문학보다도 철학에 대해 더 넓은 개방성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장르 판타지와 이영도 문학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글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시간관과 서사 분석을 통해 박찬욱 작품의 특유의 반복의 구조를 밝히고 작품에 나타난 복수와 속죄의 의미를 다시 논의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친절한 금자씨〉의 플롯은 복수의 준비, 실행, 재실행, 결말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재실행 과정에서 복수의 주체가 주인공 금자에서 희생자 부모들로 바뀜으로써 ‘복수의 포기’ 논의를 부추겼다. 전체 과정에서 중심인물 내래이션과 캐릭터 보이스오버를 활용하였고, 특히 결말에서 내래이션을 한 인물이 중년 여성이 된 금자의 딸 제니임이 밝혀지며 영화의 시간이 세 겹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전체 과정에서 설명이나 대사보다는 반복된 장면으로 의미를 생산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금자의 투옥은 유괴범 백선생의 협박에 의해 이루어졌다. 유괴범 백선생의 대리자로 감옥에 들어온 금자는, 상대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방식으로 다른 의미에서 피압박 수감자들의 대리자가 되어 마녀를 살해한다. 이렇듯 다른 방식의 대리자가 되는 근본적 동기에는 악마의 대리자로 살아온 삶을 속죄하는 심리가 내재해 있다. 영화는 대리자/속죄자로 나타나는 주체성의 분열과 희생자가 살 수 없는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동원하여 대리자에서 속죄자로 전환하는 금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상징질서의 간극을 헤집는 서사의 전환 속에서 미래에서 온 목소리는 유령처럼 떠돌며 현재의 소녀와 청년에게 전이되며 현재의 상실과 결여를 고통스럽게 증언한다. 이를 미래를 향한 하강의 윤리학이라 지칭할 수 있겠다. 이 논문은 〈친절한 금자씨〉가 박찬욱 영화 서사에서 세세한 분석 작업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철학적 무게감이 투여된 작품임을 알리려 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영화 <파묘>의 탈식민성을 규명하는 데에 있다. <파묘>는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한국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풍수 침략 모티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본고는 친일/반일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나 <파묘>를 보다 첨예하게 분석하고, <파묘>를 둘러싼 상반된 견해를 포괄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본 논문은 <파묘>를 탈식민주의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주역들의 형상화와 문제 해결 과정에 내포한 탈이분법성을 밝히고, 아나크로니즘을 통한 악역 형상화가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작용함을 규명한다. 영화 속 주역들은 경계적 인물들로, 이분법을 초월하는 해결 방안을 통해 문제를 극복한다. 한편 표층적 악역인 친일파 근현과 심층적 악역인 오니를 구성하는 아나크로니즘은 우스꽝스러움을 유발함으로써 악역들이 표상하는 가부장제와 식민주의에 대한 해학적 비판을 달성한다. 본 연구의 의의는 <파묘>를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한국의 역사적 상처를 재조명하고, 기존의 이분법적 반일 담론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데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탈식민주의의 현대적 변용 가능성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에 나타난 젠더 재현 양상과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페미니즘 리부트’를 기점으로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여성 독자들은 자주적인 여성 인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작가는 로맨스 판타지의 세계관을 구성할 때 현실의 차별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여성 인물들은 사회의 기존 젠더 인식과 대립하게 된다.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에는 남성 발화 주체를 통해 여성과 관련된 젠더 차별적 담론이 등장한다. 남성 인물은 여성에 대한 담론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남성에 대한 담론을 함께 형성한다. 그리고 여성이 남성에 대한 담론의 발화 주체로 등장하면 이상적인 남성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때 결혼은 여성 인물이 넘어야 하는 관문으로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 인물은 성(姓)이 남성 중심인 상황에 의문을 던지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여성 인물들은 남성의 것으로 여겨지던 사회와 직업에 도전한다. 이때 이들의 성공 서사는 직업에 부여된 젠더를 제거하며 젠더를 재의미화한다. 즉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은 여전히 ‘여성/남성’의 이성애 서사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러 젠더의 담론을 함께 다루고 있다. 본 연구는 로맨스 판타지의 서사에서 작품 속 여러 젠더의 인물과 그 담론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웹툰 성공작인 꼬마비 작가의 <살인자ㅇ난감>과 이를 OTT 드라마로 매체 전환한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을 대상으로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분석하였다. 본고는 이 사례분석을 통해 매체 전환 과정에서 성공적인 요소들과 미비했던 요소들을 구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웹툰 원작 OTT 드라마의 성공적인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통합체 차원인 플롯과 에피소드 측면에서 OTT 드라마는 OTT 플랫폼의 매체성에 따라 각 화의 연결성을 중시하는 몰아보기 전략과 시즌제를 염두한 열린 결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대한 웹툰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적절히 압축하여 시각화하는데 실패해 주제의식이 퇴색되었다. 계열체 차원인 인물과 인물관계에서도 원작의 의도를 벗어난 인물의 재창조 및 평면화가 이루어졌고, 인물 관계 또한 피상적인 묘사에 그치면서 인물 간 관계성이 퇴색되었다. 담화 차원에서 본 드라마는 웹툰과의 차별점을 생성하기 위해 다양한 영상표현기법을 사용하여 감각적으로 구성되었지만 기법이 남용되는 측면이 있어 효과가 반감되었다. 이러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원작의 주제의식을 우선시 하는 에피소드의 선택과 재구성’, ‘매체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영상표현’을 OTT 드라마의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제안하였다는 점에서 본고의 실제적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판타지 소설의 정체성 구축 과정을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행위자들 간의 갈등과 타협이 한국 판타지 장르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한국 판타지 소설은 PC통신 공간에서 탄생하여 도서대여점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판타지 소설은 제도권 문단과의 갈등을 겪게 된다. 제도권 문단은 판타지 소설을 '환상성'을 매개로 하여 계도 대상으로서 포섭하려 했고, 판타지 소설 작가들은 이에 대항하는 논리를 구축해냈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 갈등과 타협은 한국 판타지 소설의 최우선 과제로서 한국의 신화와 전통에 기반을 둔 '한국형 판타지'라는 담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소위 '한국형 판타지'는 판타지 소설의 주된 장르적 관습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대신 2000년대 이후에는 하이판타지가 아닌 '판무협', '차원이동' 등 다른 장르와의 퓨전 판타지가 주류가 되었다. 이는 제도권 비평이 작품 흥행과 장르적 관습을 선도할 수 있다는 믿음과 괴리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실제로는 작품에 대한 사회적 평가, 흥행 조건, 장르적 재생산 조건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외부 행위자와의 접촉에 따른 한국 판타지 소설의 장르 정체성 구축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장르 정체성이 단순히 내부 행위자들의 의도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행위자와의 접촉,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요인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의사소통은 끊임없는 누빔점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 이 누빔점 설정은 상징계적 의사소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 소통의 성공은 실재계적 차원을 억압하면서 이루어진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소통의 한계를 보완하는 실천적 차원으로 ‘말걸기’를 제시하고, 이 말걸기의 경험을 인터뷰 다큐멘터리 제작이 줄 수 있음을 논증하였다. 말걸기로서의 인터뷰 다큐멘터리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이자간 대화가 아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시선’ 주체인 (잠재적) 시청자와 ‘응시’의 주체인 실재계의 ‘무엇’이 공존한다. ‘시선’은 자아이상과 완벽한 소통을 지향하게 만들지만, ‘응시’는 실재계적 징후를 환기시키며 대타자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이 때문에 인터뷰는 매끄럽고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바로 이 점이 ‘말걸기’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말걸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윤리적 신중함과 재맥락화를 필요로 하는 소통방식이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인터뷰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말걸기의 태도를 내면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소통의 실재계적 측면이 환기됨과 동시에, 여러 교육과 소통의 장에서 학생이나 일반인이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봄으로써 ‘말걸기’로서의 소통의 중요성이 더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이 연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사례를 넷플릭스 체제(Netflix Regime)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했다. 넷플릭스 체제는 포스트 텔레비전 시대의 한 사례로 로컬의 문화 상품이 글로벌 차원에서 유통되는 동시대 문화 콘텐츠 순환 시스템을 말한다. 이는 로컬 콘텐츠 생산자/수용자 집단의 정서적 변화, 문화 생산, 유통, 소비 체계의 조정 과정을 동반한다. <나는 신이다>는 첫째, 지상파 방송사 PD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로컬 생산자들의 글로벌 진출 열망을 드러낸 동시에 콘텐츠 IP를 넷플릭스에 양도하는 조건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로컬-글로벌 생산의 역학을 드러낸다. 둘째, <나는 신이다>는 글로벌 OTT의 트루 크라임 붐 현상 및 재현 방식과 맞닿아 있는 로컬 시리즈로 의미화된다. 셋째, <나는 신이다>는 카탈로그 중심 넷플릭스 체제에서 안티페미니즘 백래시 흐름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글은 미국적 트루 크라임 장르의 유행과 다큐멘터리의 고급 상품화 과정을 넷플릭스 체제와 관련하여 살피고, <나는 신이다>를 이러한 흐름의 로컬 버전이자 글로벌 안티페미니즘 서사의 일환으로 해석하면서 기술과 상업적 목적에 의해 실화 성범죄가 어떻게 ‘성적으로’ 다루어지는지 탐색하였다. <나는 신이다>는 피해자 인터뷰, 가해자 악마화, 재연과 아카이브 화면 활용 등의 형식, 소셜 미디어와 뉴스를 통한 사회적 공분의 고조 방식 등으로 넷플릭스 트루 크라임 다큐 시리즈의 전형을 따른다. <나는 신이다>는 선정적이고 관습적인 성범죄 재현 방식, 피해자의 2차 피해 야기 등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남긴 동시에 실화 범죄에 대한 대중적 공분을 재활성화하고, 사이비 교주 처단이라는 대의를 달성하기 위한 영웅적 창작자로서 다큐 시리즈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한 실화라는 ‘사실’과 피해자 ‘동의’에 기반해 있음을 강조하는 다양한 장치, 몰아보기를 염두에 둔 시각적 방식의 내용 전개를 통해 면책의 서사와 글로벌 차원의 백래시 카탈로그를 구성해 간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이 연구는 <나는 신이다>를 글로벌과 로컬, 기술과 문화, 생산과 소비의 문제가 뒤얽힌 넷플릭스 체제로 설명하고자 했다.
이 글은 킴벌리 킨더(Kimberly Kinder)의 『급진주의 서점: 사회운동을 위한 대항공간』(2021)을 통해 미국의 급진적 독립서점의 역사와 오늘날의 새로운 경향에 대해 살폈다. 이 책은 장소, 텍스트, 행동주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77개의 서점 관계자의 인터뷰와 다양한 문헌 자료를 활용해 사회운동의 거점으로서 서점이 가진 ‘건설적인 대항공간’으로서의 역할과 의미를 탐색했다. 킴벌리 킨더가 주목한 대항공간 중에는 일반적인 형태의 서점뿐 아니라 인포숍, 도서관, 북카페, 커뮤니티 센터 등 책을 주요 도구로 삼아 다양한 사회운동을 펼치는 기관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다루는 급진주의 서점은 책의 거래와 더불어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정치적 운동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저자는 서점 공간과 책과 사회운동 사이의 연관성을 새롭게 모색하며 “사회운동의 레퍼토리로서 출판물 중심의 대항공간”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 언급된 새로운 개념과 풍부한 사례들은 이 질문에 대한 실증적 대답이다.
This article examines the history of radical bookstores in the United States and their new trends through Kimberly Kinder's Radical Bookstore: Counterspace for Social Movement (2021). This book was evaluated as exploring the role and meaning of radical bookstores as a "constructive counterspace" as a base for social movements, using interviews with 77 bookstores' owners and various materials, focusing on the keywords of place, text, and activism. Kimberly Kinder's attention includes not only bookstores in the general sense, but also institutions that carry out various social movements with books such as infoshops, libraries, book cafes, and community centers. In other words, radical bookstores referred to in this book are the places where various political movements and communications take place through books, along with the transaction of books. It seeks a new connection among the bookstore space, books and social movements, and asks the question of how a "print-oriented counterspace as a repertoire of social movements" could be possible. The rich examples mentioned in this book are empirical answers to this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