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90년대 여성 만화작가들이 생산한 SF 작품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삼아 순정만화가 구축해온 장르적 관습과 SF가 만나 이룬 서사적 특징을 밝히고자 하였다. 당대 작품을 살펴본 결과 비인간 타자라는 이질적인 존재와의 조우를 서사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발견하고 SF 순정만화 속 외계인, 로봇, 안드로이드, 유전자 변이체 등 비인간이 재현되는 양상과 이들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서사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했다. SF 순정만화 속 비인간의 형상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기본적으로 순정만화의 장르 법칙인 미형의 그림체 때문이다. 숨겨진 감정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는 순정만화의 도상으로 인해 인간‘처럼’ 생긴 순정만화 속 비인간은 인간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종적 이질감이 갈등요소로 작동하지 않는다. 더불어 ‘순정만화식’ 서사라고 여겨진 멜로드라마적 감정 과잉과 타자와의 합일을 꿈꾸는 로맨스는 비인간을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토대가 된다. 우선 SF 순정만화의 비극적 낭만성은 비인간에 대한 학대와 착취와 같은 사회 갈등 및 부조리를 폭로한다. 또한 타인의 고통을 나로 확장하는 사랑이라는 감수성은 비인간을 유일한 존재로 받아들인다. 즉, SF 순정만화는 비인간을 애도할 수 있는 대상이자 애도할 수 있는 죽음으로 상정하고 이들 존재의 위태로움을 미학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비인간 타자에 대한 포용과 애도의 정치학을 발휘했다. 그러나 순정과 SF의 만남은 비인간과 다양한 연대를 구체화하지 못하였으며 비인간도 ‘인간임’을 증명하는 서사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즉, 인간(종)중심주의의 휴먼드라마로 귀결되거나 타자와의 차이를 긍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30여 년 전에 출간된 여성 만화작가의 작품이 인간/기계/생명에 대하여 도구적 관계를 넘어선다는 측면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나아갈 선제적 가능성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한국에서 SF라는 특정 장르가 형성되는 데 있어서 90년대 순정만화의 역할과 자장을 찾는 단서가 될 것이다.
This paper examines SF comics produced by female cartoonists in the 1990s to uncover the narrative features at the intersection of Sun-jeong manhwa and SF. A common theme among these comics is their portrayal of encounters with nonhuman entities. Therefore, this paper focuses on how nonhumans such as aliens, robots, androids and genetic mutants, were represented and plotted in SF Sun-jeong manhwa. Nonhumans are often depicted in human-like forms. This is primarily a result of the genre’s emphasis on aesthetics of capturing the characters’ hidden emotions. Due to this emphasis, nonhuman characters tend to resemble humans and seamlessly integrate into human society, thus avoiding typical sources of conflict. In addition, the melodramatic expression of emotions and the romanticism associated with yearning for unity with the other, which are considered essential narrative elements of Sun-jeong manhwa, provide a foundation for accepting nonhumans as akin to humans. The tragic romanticism found in SF Sun-jeong manhwa exposes social conflicts and injustices such as the abuse and exploitation of nonhumans. The sentiment of love, which extends one’s own suffering to encompass that of others, fosters acceptance of nonhumans as valid entities. In other words, SF Sun-jeong manhwa envision nonhumans as beings worthy of mourning and portray their deaths as mournable, so they advocate for a politics of inclusion and mourning for nonhuman entities through aesthetic expressions that highlight the precariousness of their existence. However, the encounter between Sun-jeong manhwa and SF has its limitations in that it does not lead to the development of various solidarities with nonhumans. Instead, it often focuses on narratives that demonstrate nonhuman’s humanness, ultimately reducing the genre to a form of human drama or failing to affirm differences with the other. Nonetheless, it can be argued that the SF Sun-jeong manhwa presented a preemptive possibility of moving towards posthumanism by transcending the instrumental relationship between humans, machines, and life. Such an assessment may offer insights into the role and influence of 1990s women’s comics in shaping a distinct genre of SF in South Korea.
본고는 기후 재앙에 맞서 만들어진 지하 도시를 에코테크네 도시로 명명하고, 그 도시를 통제하는 생명 정치의 양상을 살펴보며, 이 도시의 시민들, 청년들이 에코테크네 도시에 대해 보여주는 기술적 적응과 저항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이끼숲』의 사변소설적 특징과, 21세기 한국 SF에 대한 에코테크네 비평의 조건과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다. 『이끼숲』은 기후 재앙으로 인해 인류가 지하 세계로 들어가 도시를 건설하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지상은 기후 재앙으로 훼손된 자연 그 자체이며 인류가 잃어버린 낙원이고, 지하 도시는 기후 재앙 속 인류의 유일한 피난처다. 지상 위의 삶과 완전 단절되어 하늘과 바다의 기억이 가짜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 곳의 시민들은 아침이면 완벽하게 기술공학적으로 재현된 친환경 상태에서 깨어나 ‘인공 자연’‘인공 낙원’을 만끽한다. 『이끼숲』에 재현된 지하 도시는 기술 자본주의에 의해 계획되고 통제되는 생명정치의 공간이다. 이 도시에서는 산아제한으로 선택받은 아이들만 태어나 자라며, 『멋진 신세계』의 ‘소마’처럼 지하 도시에 살면서 미치지 않게 만들어주는 VA2X를 사먹기 위해 ‘일’을 한다. 노동을 하다 다친 신체는 미리 만들어놓은 클론의 신체로 바꿔 쓸 수 있고, 사람의 목소리를 사서 아바타의 목소리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 지하 도시의 시민들은 노동 파업을 하고, 등장인물인 6명의 청년들은 자신들만의 연대와 사랑으로 이 도시의 삶에 적응하려고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도시의 지극적인 운명 앞에서 다 좌절당하고 만다. 소마는 유오의 클론을 엎고 디스토피아 지하 도시를 탈출해 이끼숲에 이르러, 지하 도시의 생명정치가 내포한 폭력성을 폭로하게 된다. 『이끼숲』은 “기후 재앙 이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해 지상과 지하 도시를 생물학적 적응과 기술적 진화의 공간으로 재인식하고 있다. 그 안에서 생명 정치의 자본화되고 사물화된 타자로 전락한 인류를 응시하는 비판적 시선에서 21세기 한국 SF의 사변소설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This paper seeks to characterize the underground city created in response to climate catastrophe as an ecotechne city, to examine the biopolitics that governs it, and to find meaning in the technological adaptations and resistances that the city's citizens, especially the youth, exhibit toward the ecotechne city. In the process, I will examine the speculative fiction features of Moss Forest and the conditions and possibilities of an ecotechnological critique of Korean science fiction in the 21st century. "The Moss Forest depicts a climate catastrophe that forces humanity into the underworld, where they build a city and live in it. The surface is nature itself, damaged by the climate catastrophe, and a lost paradise for humanity, and the underground city is humanity's only refuge in the midst of the climate catastrophe. Completely disconnected from life above ground and believing that the memories of the sky and sea may be fake, the citizens of this place wake up in the morning to a perfectly technologically reproduced eco-friendly state and enjoy an 'artificial nature' and 'artificial paradise'. "The underground city recreated in Mossy Forest is a biopolitical space planned and controlled by technological capitalism. In this city, only children selected for birth control are born and raised, and like Soma in The Wonderful New World, they live in the underground city and 'work' to buy VA2X, which makes them not crazy. If you get injured while working, you can replace your body with the body of a pre-made clone, and you can also buy a human voice and make it your avatar's voice. In this environment, the citizens of this underground city go on a labor strike, and the six young people in the story try to adapt to life in the city with their own brand of solidarity and love, but their love is thwarted by the city's ultimate fate. Soma escapes the dystopian underground city with a clone of Yuo and reaches the Moss Forest, where he exposes the violence of the underground city's bio-politics.
SF는 현실에서 과학기술이 존재하는 방식과 구현되는 양상을 다루는 장르이다. 과학연구원과 과학연구기관은 한국 현대 SF가 드물지 않게 다루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김초엽, 심너울, 정보라의 SF 소설에 나타난 과학자 표상에 대해 살피고, 이를 통해 한국 현대 SF가 과학자의 신화적 표상과 과학의 객관성이라는 환상을 해체하는 양상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공계 출신 작가로 잘 알려진 김초엽의 소설에는 여성 과학자가 자주 등장한다. 김초엽 소설의 여성 과학자들은 사건의 원인인 동시에 솔루션이며, 과학을 통한 자기완성과 연대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 확신에 찬 주체이기도 하다. 한편 심너울 소설의 과학연구/과학자는 본의 아니게 자본과 권력의 논리가 작동하는 거대서사의 장으로 휩쓸려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거대한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심너울은 이처럼 항상 불안한(anxiety) 과학자의 존재 양상을 밈(meme)화 시켜 그린다. 정보라의 경우 마르크스가 제기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소외’라는 문제가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가장 고도화된 지식노동의 장인 과학(자)의 세계에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냉소적으로 재현한다.
<슬램덩크>의 캐릭터들의 몸짓과 대사는 독자와 관객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화제가 되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흑인의 몸(짓)에 동양인의 얼굴을 한 <슬램덩크>의 캐릭터들, 그리고 여기에 격렬하게 호응하는 남성 팬덤과 이 호응을 여성에게 공유하면서 공감을 만들어내는 힘은 <슬램덩크>를 둘러싼 정동의 작용은 물론, 그 정동이 인종화 및 젠더화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이 글은 몸짓의 초국가적 정동지리를 그려 보임으로써, 그 지형을 사물화, 인종화, 젠더화 어셈블리지로서 드러내고자 한다. NBA 커미셔너로서 데이비드 스턴과 그의 동료들은 마이클 조던의 이미지를 통해 흑인과 백인을 대표하는 가장 유익한 측면을 결합했다. 농구의 상징과도 같았던 조던의 모순적 이미지는 <슬램덩크>의 재현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슬램덩크>의 모사적 재현은 흑인 남성의 신체를 통해 체현된 NBA의 정동을 유지하면서도 도상적으로 흑인성의 흔적을 삭제하는 기술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재현은 몸짓의 패턴에 결합된 스포츠 기술로부터 인종화된 개인에게 정치적 행위자로서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박탈하는 결과를 함께 낳는다. 한편, 일본산 ‘하드 바디’의 캐릭터화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농구선수들은 ‘오빠부대’를 향한 혐오의 정동에 함께 접착되면서 ‘소프트 바디’로 변신했다. 이는 혐오의 대상을 젠더화시키는 동시에 유아화시키는 위계적 방식이다. 이러한 세대의 문제는 역사적 단층의 문제다. 한국에서 농구의 전성기는 학생운동이 쇠락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농구대잔치의 주역이었던 선수들이 속한 연세대학교는 ‘한총련 사태’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한총련’과 ‘오빠부대’를 하나로 묶고 고착시키는 것은 혐오의 정동경제다. 몸짓의 의미와 정동은 대중문화적 정치의 지형 변화와 중첩에 따라 인종화되고 젠더화되면서 끊임없이 우발적으로 변용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몸짓의 진행 중인 변용은 대중문화와 일상생활의 변화하는 관계, 그리고 글로벌 어셈블리지의 인종화되고 젠더화된 (재)배열을 보여주는 징후로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The bodily motion and dialog of Slam Dunk's characters have become a long-standing trend among readers and audiences, and it's an ongoing trend. The characters in Slam Dunk, with their black motions and Asian faces, and the power of the male fanbase to resonate with them and share this resonance with women, suggests that the affective forces surrounding Slam Dunk are intimately connected to issues of racialization and gendering. Based on these considerations, this article seeks to map the transnational affective geographies of bodily motions, revealing them as assemblages of objectification, racialization, and gendering. As NBA commissioner, David Stern and his colleagues combined the most favorable aspects of black and white representation through the image of Michael Jordan. Jordan's contradictory image as a symbol of basketball also influenced the way Slam Dunk was represented. The tracing representation of Slam Dunk is a technique that maintains the NBA's affect as embodied through the bodies of black men, while iconographically erasing traces of blackness. Ultimately, this representation works together to deprive racialized individuals of the potential they may have as political agents, from the technology of sport coupled with patterns of bodily motion. On the other hand, Korean basketball players, who could be said to be characterizations of Japanese "hard body", were transformed into "soft body" as they were attached to the affect of hate towards the "Oppa band". This is a hierarchical way of gendering and infantilizing the object of hate. This generational problem is a historical fault line. The heyday of basketball in South Korea coincided with the decline of the student movement. Yonsei University, where the players who were part of the basketball festivities belonged to, was also in the spotlight for the "Hanchongryon(Korean Federation of Student Councils) demonstration". It is the affective economy of hate that unites and perpetuates the "Hanchongryon" and "Oppa band". The meanings and affects of bodily motions have been and will continue to be contingent, racialized and gendered as the terrain of pop cultural politics shifts and overlaps. The ongoing transformation of bodily motions should therefore be noted as a manifestation of the changing relationship between popular culture and everyday life, and the racialized and gendered (re)arrangement of global assemblages.
본고는 귀환 서사로서의 <잔등>이 고국으로 귀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귀환의 불가능성을 깨달을 수밖에 없는 고국 상실자의 역설적 운명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문제의식에 서서 이를 서술자 ‘나’의 귀환 여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였다. 본고에서 논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잔등>은 일본 제국의 붕괴가 초래한 역사적 상황의 변화로 인해 만주를 탈출하여 고국으로 귀환할 수밖에 없었던 피난민의 운명과 만주 이주 조선인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통스러운 집단 기억을, 고국 상실 상태의 피난민인 ‘나’의 기억을 매개로 소환된 ‘사촌매부’ 일족의 불행한 삶의 서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둘째, <잔등>은 해방된 조선에서 타자화될 수밖에 없는 잔류 일본인의 운명과 타자화된 피난민인 자신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나’를 내면을 통해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가능성을 환기해 주고 있다. 셋째, 고국에 귀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 공동체의 외부에 놓일 수밖에 없는 내면의 고독을 표상하는 ‘제삼자의 정신’은 영원히 불안정한 상태의 타자가 되는 것, 더 이상 이전의 상태, 즉 향수 속에서 상상된 고국에 있는 듯한 안정된 상황으로 귀환할 수 없다는 ‘나’의 절망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타자의 배제를 통해 민족의 서사를 구축하려는 가혹한 혁명의 현실이 환상에 불과한 것임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저항적 의미를 갖는다.
From the perspective of 'exile criticism', this paper attempts to reveal that Heo Jun's novel Jandeung., as a return narrative, is a work that shows the paradoxical situation of exiles who cannot but realize the impossibility of returning to his homeland despite having returned to his homeland, through an analysis of the narrator's journey of return. The discussion in this paper can be summarized as follows. First, Jandeung. indirectly depicts the fate of the refugees who had to flee Manchuria and struggle to return to their homeland due to the change in historical circumstances brought about by the collapse of the Japanese Empire, and the painful collective memory that the Korean migrants in Manchuria had to go through, through the unfortunate life narrative of the 'cousin and uncle' clan, which is recalled through the memory of the the narrator, 'I' on the return journey as a refugee in a state of homeland loss. Secondly, Jandeung. reminds us of the possibility of compassion for the suffering of others through the 'I' who identifies the fate of the residual Japanese, who are bound to be othered in a liberated Korea, with their own fate as othered refugees on the road to return. Third, the 'spirit of the third party', which represents the inner loneliness of being placed outside of the national community despite returning to the homeland, reveals the 'I''s despairing awareness of being a third party in an eternally unstable state, and of no longer being able to return to the stable situation of being in the homeland imagined in nostalgia. However, it has a resistant meaning in that it reveals that the reality of the harsh revolution, which seeks to build a national narrative through the exclusion of the other, is only an illusion.
본고는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서 모녀서사가 집중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재현 양상이 전통적인 모녀서사와 구별되는 지점에 주목하고 그 재현과 변화의 의미를 논의한다. 이를 위해 김세인 감독의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2021)에 드러난 ‘어머니와 딸’의 변화된 관계성에 집중해 기존의 ‘모성성’과 ‘모성 담론’ 내의 ‘어머니’ 재현과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내의 ‘어머니’ 재현이 변별되는 지점을 살펴본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신화와 역사에서 모성은 주로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으며 ‘어머니와 딸’의 관계성은 논의 대상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어머니-딸의 관계성에 집중한 기존의 영화에서 역시 ‘모성’은 대체로 실제적 어머니와는 유리된 병적이거나 과장된 기호로 소비되어 왔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에서 분리되지 못하고 있는 ‘딸’의 불안정한 모녀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기존 모녀서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어머니와 딸’의 복합적인 관계성을 부각한다. 따라서 본고는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가 제시한 새로운 모녀서사의 재현 양상이 실재하는 어머니와 어떻게 조우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사회적 맥락과 의의를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This study examines the recent production and representation of mother-daughter narratives in Korean popular culture, highlighting the distinguishing aspects of these representations from traditional mother-daughter narratives and discussing the significance of their representation and changes. To do so, this paper examines the altered dynamic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mother and the daughter" depicted in director Kim Se-in's film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2021), focusing on the distinctive portrayal of the "mother" within the framework of existing notions of "motherhood" and "motherhood discourse." And explores the points of differentiation between the representation of the "mother" in the film and the traditional constructs of "motherhood." Traditionally, within social constructs, discussions of maternity have primarily revolved around the relationship between "son and mother," with less attention given to the relationship between "mother and daughter." In previous films that centered on the "mother and daughter" relationship, "motherhood" has often been consumed as a distorted symbol, either pathologized or exaggerated, detached from the actuality of maternal figures.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highlights the complex dynamics between "mother and daughter" that were previously unexplored in conventional mother-daughter narratives, showcasing the unstable mother-daughter relationship where the daughter remains entangled with a mother who does not fulfill the socially institutionalized role of a mother. Therefore, this study aims to explore how the new representation of mother-daughter narratives presented in the film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intersects with the reality of motherhood and discuss its social context and significance.
본고에서는 「금시조」의 서사 문법을 추출하기 위해 심층 구조를 표면 구조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탐구해보았다. 「금시조」의 등장인물들은 예술혼 혹은 획득하지 못한 것을 ‘찾기’위해 수련하고 방황하는 인물들이다. 핵심이 되는 단어는 ‘찾다’ 혹은 ‘찾으려하다’라는 동사이며, 이 ‘찾다’는 동사를 통해서, 명사와 동사의 결합인 가장 간단한 문장으로 변환시켜 심층 구조와 표면 구조를 살펴본 결과, 이 소설 텍스트는 ‘수련(고난) : 완성(성취)’이라는 행위의 의미론적 대립항으로 이루어진 심층 구조의 핵이 표면구조에서 다양하게 재현되고, 변형되면서 서사를 진행시켜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텍스트 표면’인 층위와 텍스트에 배치된 사건을 시간으로 재구성한 스토리 층위를 통해서 사건과의 관계로서의 행위들이, 대립적으로 제시되어 소설 텍스트 전체 구조에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 대립항은 각각 헤어짐 : 해후, 수련(고난) : 완성(성취), 그리고 수수께끼 : 해결이었고, 그것들은 의미론적 변별적 자질을 지니며 작동하고 있었다. 이 변별적 자질들은 모순-대립 관계에 있던, 석담과 고죽의 예술론을 통합하는 ‘찾기’의 의미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금시조」의 금시조 그림을 도상으로 파악하였다. 도상은 주로 어떤 사물과의 유사성을 빌려 그 사물을 가리키는 기호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일차성, 즉 고유한 특징을 통해 의미작용한다. 그러나 고죽에게 있어서 금시조라는 한자어 도상은 고유한 특질을 얻어 낼 수 없는 추상의 대상이었다. 매체 형식에 의존하는 도상성(iconicity)을 바탕으로 하여 금시조가 지니는 도상성을 하위도상의 은유의 영역까지 발전시켜 해석해보았다. 고죽과 석담의 양항 대립은 결코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역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통합의 ‘찾기’였던 것이다.
In this article, we explored the process of converting deep structure into surface structure to extract the narrative grammar of “Geumsijo”. The characters in “Geumsijo” are people who train and wander in order to ‘find’ their artistic soul or something they have not acquired. The key word is the verb ‘to find’ or ‘to find’, and as a result of examining the deep structure and surface structure by converting the verb ‘to find’ into the simplest sentence that is a combination of a noun and a verb, the text of this novel It was found that the core of the deep structure, which consists of the semantic opposition of the act of ‘training (suffering): completion (achievement)’, is variously reproduced and transformed in the surface structure, advancing the narrative. In addition, through the layer that is the ‘text surface’ and the story layer that reconstructs the events placed in the text through time, it was revealed that the actions as relationships with events are presented in a confrontational manner and operate organically in the overall structure of the novel text. The opposites were separation: separation, training (suffering): completion (achievement), and riddle: solution, respectively, and they were operating with semantic discriminative qualities. These distinctive qualities can be explained as a semantic network of ‘finding’ that integrates the artistic theories of Seokdam and Gojuk, which were in a relationship of contradiction and opposition. And the painting of Geumsijo in ‘Geumsijo’(novel) was understood as an icon. An icon can be mainly defined as a sign that refers to an object by virtue of its similarity to that object, and it acts as a signifier through primaryity, that is, unique characteristics. However, for Gojuk, the Chinese character icon called Geumshijo was an object of abstraction that could not obtain its own characteristics. Based on the iconicity that depends on the media format, the iconicity of Geumsijo was developed and interpreted into the realm of sub-iconic metaphors. The two-way conflict between Gojuk and Seokdam was by no means exclusive, but was a ‘search’ for unity to approach each other’s territory. The characters in “Geumsijo” are people who train and wander in order to ‘find’ their artistic soul or something they have not acquired. The key word is the verb ‘to find’ or ‘to find’, and as a result of examining the deep structure and surface structure by converting the verb ‘to find’ into the simplest sentence that is a combination of a noun and a verb, the text of this novel It was found that the core of the deep structure, which consists of the semantic opposition of the act of ‘training (suffering): completion (achievement)’, is variously reproduced and transformed in the surface structure, advancing the narrative. In addition, through the layer that is the ‘text surface’ and the story layer that reconstructs the events placed in the text through time, it was revealed that the actions as relationships with events are presented in a confrontational manner and operate organically in the overall structure of the novel text. The opposites were separation: separation, training (suffering): completion (achievement), and riddle: solution, respectively, and they were operating with semantic discriminative qualities. These distinctive qualities can be explained as a semantic network of ‘finding’ that integrates the artistic theories of Seokdam and Gojuk, which were in a relationship of contradiction and opposition. And the painting of Geumsijo in ‘Geumsijo’(novel) was understood as an icon. An icon can be mainly defined as a sign that refers to an object by virtue of its similarity to that object, and it acts as a signifier through primaryity, that is, unique characteristics. However, for Gojuk, the Chinese character icon called Geumshijo was an object of abstraction that could not obtain its own characteristics. Based on the iconicity that depends on the media format, the iconicity of Geumsijo was developed and interpreted into the realm of sub-iconic metaphors. The two-way conflict between Gojuk and Seokdam was by no means exclusive, but was a ‘search’ for unity to approach each other’s territory.
본 연구는 중국의 6세대 감독인 지아장커(贾樟柯)의 영화 18개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작가-내부자-관찰자로서의 지아장커의 위치성과 그로부터 드러나는 영화의 경관, 그리고 이것의 문화정치적 함의에 관해 논의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공간연구의 경관에 관한 이론화를 수용하여, 영화적 경관을 사회-공간상의 다감각적 복합체이자 특정한 맥락 아래 있는 개인의 의도와 태도를 경유해 감각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로써 지아장커 영화의 경관이 단순히 객관적 기록자의 시선이 아니라 공간감과 현실감을 더욱 효과적으로 영상화하는 방법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경관의 복수성, 특히 미디어스케이프의 작품 내적 활용은 논의의 중요한 관건이다. 아울러 본 연구는 유예의 경관의 대상이자 동시에 유예의 경관을 구성하는 주체로서의 피사체-인민의 의미를 살핀다. 이로써 지아장커가 반복적으로 언급해 온 로컬의 사전 규정된 ‘패배자들’이라는 문제계를, 현실과 영화 경관의 비동시성으로부터의 문화정치적 차원으로 (재)사유하는 방식을 탐색한다. 끝으로 지아장커 영화 자체의 경관으로서의 성격 역시 본 연구의 중요한 논의를 이룬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작가의 사회공간상 위치 이동과 사회-공간의 변화 간의 맞물림 속에서 변모하는 지아장커 영화를 바라볼 때 필요한 심미적·정치적 쟁점을 제기한다.
This study discusses Jia's position as an author-insider-observer, cinematic scapes that emerge from it, and its cultural political implications, By analyzing 18 films by Jia Zhangke(贾樟柯), one of China's 6th generation directors. To this end, this study draws on theory of scapes from spatial studies to analyze cinematic scapes as socio-spatial multisensory complexes that are perceived through the intentions and attitudes of individuals within a particular context. Through analysis, this study argues that the scapes in Jia's films are not simply the gaze of an objective recorder, but are utilized as a way to more effectively visualize a sense of space and reality. The duplicity of scapes, especially the use of the mediascapes in his films, becomes an important point of discussion. Furthermore, this study explores ways to (re)think the local, predetermined problematic of "losers" that Jia repeatedly refers to as a cultural political dimension of the non-simultaneous of real and cinematic scapes. To this end, it examines the meaning of the subject-people as both objects of scapes of suspension and as political subjects who constitute scapes of suspension. Finally, the characteristic of Jia's films as scapes themselves also forms an important part of this study. Thus, this study raises the aesthetic and political issues necessary to view Jia's transforming films in the interplay between the artist's shifting position in social space and the changes in socio-spatial space.
e스포츠가 8, 90년대의 콘솔 게임 시대의 이벤트를 지나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온라인게임 시대에 산업적으로 개념화되면서 한국은 현대적 e스포츠 산업을 발생시키고 확산하는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초기 e스포츠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e스포츠를 선도적으로 스포테인먼트의 영역으로 끌어온 것을 빠뜨릴 수 없다. 한국에서 e스포츠가 스포츠산업, 문화산업에서 영향력을 보임에 따라 관련한 많은 연구들이 이뤄졌는데, 초기 e스포츠의 콘텐츠 내재적 특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e스포츠가 국내에서 개념화되고 산업화되는 데 있어서 e스포츠가 지닌 스토리텔링 요소, 특히 초기 e스포츠의 산업적 확장에 있어서는 e스포츠 방송의 스토리텔링 전략이 핵심적 역할을 했음을 분석하고자 한다. e스포츠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이벤트로서의 성격이 프로레슬링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특히, 초기 e스포츠의 대중화에 결정적 공헌을 한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은 콘텐츠의 서사적 재미를 구축하고 대중적 팬덤을 형성하는데 있어 프로레슬링의 캐릭터 스토리텔링 전략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초기 한국 e스포츠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살펴보기 위해 논문은 한국 e스포츠의 배경과 탄생 과정, e스포츠의 스포츠적 요소와 내재된 재미 요소들을 산업 배경으로서 살펴보고 그 향유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한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과 그 안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연구한다. 이를 통해 초기 한국 e스포츠 스토리텔링 전략이 e스포츠 산업의 대중화와 확산에 끼친 의미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은 기존의 산업 형성 과정에 초점을 맞췄던 연구들에 덧붙여, 초기 e스포츠의 스토리텔링 요소가 e스포츠를 대중적 스포츠이자 문화콘텐츠로서 정체성을 갖추게 했다는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fter the console game era in the 1980s and 1990s, Korea is a leading country that has created and spread the modern e-sports industry since the 2000s. The reason why the early e-sports industry was able to be activated in Korea is that Korea has led e-sports to the sportainment. As e-sports has shown influence in the sports industry and the cultural industry in Korea, many related studies have been conducted. Previous studies mainly focused on research related to the formation of the e-sports industry, and e-sports broadcasting and audience communication. This study is with a sense of problem that research on the content characteristics of early e-sports is needed. This study argues that storytelling is important in the conceptualization and industrialization of e-sports in Korea. In particular, the storytelling strategy of e-sports broadcasting played a key role in the industrial expansion of early e-sports. E-sports is similar to professional wrestling in its nature as a sports and entertainment event. In particular, Starcraft broadcasting, which made a decisive contribution to the popularization of early e-sports, was influenced by professional wrestling's character storytelling strategy in building narrative fun of content and forming a popular fandom. In order to examine the storytelling strategy of early Korean e-sports, this paper examines the background, birth process, and fun elements of e-sports in Korea, and studies Starcraft broadcasting and its storytelling strategies to maximize its enjoyment. Through this, it will be possible to track the significance of early Korean e-sports storytelling strategies on the popularization and spread of the e-sports industry. Through this, it is expected that a different perspective can be presented in the industrialization process of early e-sports and the academic conceptualization of e-sports.
이 글의 목적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역사의 비가역성에 기초한 세계관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이며 그것이 웹소설이라는 서사 형식과 관련하여 어떤 진화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해명하는 데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 진도준이 역사의 기정사실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이용하는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는 복합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는 글로벌 자본 대 국내 산업구조 및 자산/금융시장 간의 상반되는 측면을 취사선택하여 활용하며, 이 과정에서 1980-2000년대 간 다양한 역사적 경제적 문화적 사건과 복합적으로 연루되게 된다. 진도준은 개인사적 이해관계에 입각한 부분만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려 하며, 이것은 그가 회귀에 의한 전능성에도 불구하고 초월적으로 군림할 수 없도록 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다. 그는 소설 속 현실적 인물로 활약하게 되며, 이를 통해 역사-현실의 맥락 속에 정위되는 캐릭터가 된다. 한편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역사-현실 및 경제사적 사건 등이 비가역적인 것으로 준용되는 대신 진도준이 개인사적 내지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입각한 부분만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하려 하는 것은 롤플레잉이나 MOBA 게임의 플레이어가 게임의 세계관과 규칙을 준용하면서 최선의 플레이를 전개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은 디지털 게임의 형식에서 영향을 받은 요소가 많다. 이 점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은 하위모방 즉 소설적 주인공이 역사-현실을 허구의 세계관/규칙으로 설정한 디지털 게임 속 시나리오에서 활약하는 형식의 서사로 규정될 수 있다. 진도준은 이러한 내용과 형식의 다양한 요소들 간 관계를 조직하고 동시에 다른 형식들과 충돌하는 네트워크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재벌집 막내아들』은, IMF 구제금융 사태를 계기로 변화한 축재의 방식을 통합하고 있는 소설의 내용처럼, 기존의 서사적 유산과 새롭게 부상하는 디지털 매체 간 브리콜라주 형식에 입각한 새로운 스타일의 서사 형식을 제시하고 있다.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elucidate the origins of the worldview based on the irreversibility of history that is prominent in The Youngest Son of a Chaebol Family and how it shows signs of evolution in relation to the web novel as a narrative form. The Youngest Son of a Chaebol Family has a complex narrative that focuses on the protagonist Jin Do-joon's play with the established facts of history. He picks up and utilizes the opposing aspects of global capital versus domestic industrial structure and asset/financial markets, and in the process becomes intricately involved with various historical economic and cultural events of the 1980-2000s. Jin tries to change only the parts of the world that are based on his personal interests in his favor, which has the paradoxical result of making it impossible for him to rule transcendentally despite his omnipotence by regression. He becomes a realistic character in the novel, and through this, he becomes a character that is positioned in the context of history and reality. On the other hand, in The Youngest Son of a Chaebol Family, history, reality, and economic events are not irrevocably conformed to, but instead Jin Do-joon tries to change only those aspects of history that are in his personal and private interest to his advantage, similar to how a player in a role-playing or MOBA game conforms to the worldview and rules of the game to develop the best play. As you can see, this novel is heavily influenced by digital game formats. In this respect, The Youngest Son of a Chaebol Family can be characterized as a sub-imitation, a narrative in which a novelistic protagonist plays out a scenario in a digital game in which history and reality are set in a fictional worldview/rules. Jin Do-joon is located at the intersection of a network that organizes the relationship between various elements of these contents and forms, and at the same time collides with other forms. As we can see, The Youngest Son of a Chaebol Family presents a new style of narrative form based on the bricolage between the existing narrative heritage and the newly emerging digital media, such as the content that incorporates the changed way of accumulation in the wake of the IMF bailout.
본 논문은 1950년대 대표적인 대중오락지인 『아리랑』을 중심으로 법담론의 대중화 과정과 매체전략을 논의했다. 법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부여된 것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의 집합체이며, 국가 건설의 필수불가결한 제도이다. 1950년대 전후 사회적 혼란과 빈곤, 카오스의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법 제정과 시행은 국가의 질서유지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였고, 도덕과 윤리의 해체, 사회적 모순이 분출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법의 필요성은 가속화 되었다. 1950년대는 전후 국가 재건을 위한 법 제정과 공포의 시대였다. 1950년대 대중지의 호황 속에서 잡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법담론을 구성하고 있는데, 흥미본위의 대중오락잡지인 『아리랑』은 ‘이야기 중심적편집체제’를 기반으로 하여 ‘법률상담’ 코너를 통해 독자의 사연을 전달하고 법적인 해결방식들을 공유하면서 독자의 참여를 유도, 법의 상식화를 시도했다. 또한 오락지의 성격에 부합하는 재미, 추리의 독서물로써 ‘범죄 실화’를 연재하면서 현실의 법적용의 문제를 일상적 차원으로 전달했다. 이러한 코너의 연재는 가족법 층위의 혼인, 이혼의 법적용의 난점과 현실을 무시한 법 제정의 문제에 집중하는 한편, 부계 중심적 법의 모순을 논의함으로써 가족을 법적으로 사유하는 계기가 되었다. 1950년대 대중지의 법담론은 법치주의의 민주정치에 의한 국가상을 구상하며 국민화 담론의 일부로서 논의되었고, 국가의 실체로서의 법의 개념을 정초하며 법적 주체로서의 국민의 탄생을 견인했다. 법에 대한 대중화와 법 주체의 탄생은 정치적 권력의 저항동기를 추동함으로써 4.19를 예비하고 있었고, 혁명의 주체를 구성하는 실천적 담론의 역할을 수행했다. 법치주의 개념과 개인의 법의식 형성은 대중지의 법담론을 통해 가능했고, 이것은 4.19와 1960년대 시민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필연적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
This paper discussed the popularization process and media strategy of legal discourse, focusing on 『Arirang』, a representative popular entertainment magazine in the 1950s. In the boom of popular newspapers in the 1950s, magazines organized legal discourse in various ways, and 『Arirang』, an interest-based popular entertainment magazine, attempted to induce readers' participation and common sense of the law by conveying readers' stories and sharing legal solutions through the “legal counseling” section based on the “story-oriented editing system.” In addition, he delivered the issue of legal application in reality on a daily basis by serializing “crime truth” as a reading material of fun and reasoning that matches the nature of the entertainment site. The serialization of this segment focused on the difficulties of legal application of marriage and divorce at the family law level and the issue of legislation ignoring reality, while discussing the contradictions of the father-centered law, which led to legal consideration of the family. In the 1950s, the legal discourse of popular newspapers was discussed as part of the nationalization discourse, envisioning the state image of the rule of law by democratic politics against state power. This discourse established the concept of law as the reality of the state and led to the birth of the people as legal subjects. This was preparing 4.19 by driving the motivation for resistance to the eight laws of illegality and lawlessness, and played the role of practical discourse that constituted the subject of the revolution. The concept of the rule of law and the formation of individual legal consciousness were possible through popular legal discourse, and this was an inevitable step in constructing civil identity in the April 19 and 1960s.
이 논문은 매체 교육을 위한 교육 자료로서 다이렉트 시네마에 주목하여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매체교육의 방안을 제안하였다. 작품의 분석과 교육내용의 설계에는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발견’과 ‘재구성’이라는 창작론을 적용하였다. 작품 분석은 세 범주로 나뉜다. 첫째, ‘발견’이라는 형식을 사용해서 도서관의 생태계를 관찰한 양상은 강연 및 회의, 도서관 내부와 외부의 일상 풍경 등 각각의 성격을 지닌 시퀀스와 신이 제시되고 이들을 촬영하는 카메라의 역할이 관찰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점으로 나타났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진행되는 행사에 대한 정보가 제시되지 않고, 청중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비추며, 영화음악이 삽입되지 않는 점 등이 다이렉트 시네마가 지니는 ‘발견’의 특성을 보여준다. 둘째, 감독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한 ‘재구성’의 양상으로 도서관을 관객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주는지에 대해서는 긴 러닝 타임, 선형적 시간 구성, 앞서 언급한 세 종류의 시퀀스들의 교차 편집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재구성’의 측면에서 이 영화가 드러내는 주제의식은 현대사회에서 도서관의 역할이다. 회의 장면과 각종 행사를 통해 도서관이 시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디지털 허브의 기능을 하며 청소년, 노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무성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낸다. 작품 분석을 바탕으로 한 매체교육 방안은 관찰과 기록의 태도 함양, 영상언어 익히기와 다이렉트 시네마 창작, 주제의식의 도출이다. 관찰과 기록의 태도는 매체자료를 감상할 때와 창작할 때 모두 적용되며, 학습자는 영상 문법을 학습하여 다이렉트 시네마를 직접 창작하는 데 적용할 수 있고, 사회적 주제를 강조하는 다이렉트 시네마의 특성을 이해하고 주제의식을 도출해볼 수 있다.
This paper focuses on direct cinema as an educational material for media education, analyzes the film <Ex Libris - The New York Public Library> and proposes a plan for media education based on it. Frederick Wiseman's creative theory of 'discovery' and 'reconstruction' was applied to the analysis of the film and the design of educational contents. The analysis of the work is divided into three categories. First, the observation of the library ecosystem using the form of 'discovery' showed that sequences and scenes with their own characteristics, such as lectures and meetings, and daily scenes inside and outside the library, are presented, and the camera's role in filming them fulfills the task of an observer. No information about characters or events is presented, the audience is shown naturally, and no movie music is inserted, which shows the characteristics of 'discovery' in direct cinema. Second, in terms of 'reconstruction' to express the director's intention, the long running time, linear time organization, and cross-editing of the three aforementioned types of sequences show how the library is presented to the audience. Finally, in terms of 'reconstruction', the film's main theme is the role of libraries in modern society. Through the meeting scenes and various events, the film reveals that libraries provide educational opportunities for citizens, function as digital hubs, and are responsible for the socially disadvantaged, such as the youth, homeless, and disabled. Based on the analysis of the work, the media education plan is to cultivate the attitude of observation and recording, learn video language, create direct cinema, and derive a sense of theme. The attitude of observation and recording is applied to both viewing and creating media materials, and learners can learn video grammar and apply it to creating direct cinema, and understand the characteristics of direct cinema that emphasizes social themes and derive thematic awareness.
이 글은 조너선 크래리의 최근 저서『초토화된 지구: 디지털 시대를 넘어 포스트-자본주의 세계로』(2022) (이하 『초토화된 지구』)를 비판적으로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크래리의 이론적 궤적은 크게 보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는데, 전반기가 푸코적 관점에서 지식, 담론, 권력이 동일한 사회적 평면에서 배치되는 방식에 주목한다면, 후기는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이런 점에서 초기 크래리와 후기 크래리 사이에는 일정한 불연속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초토화된 지구』는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 저자는 인터넷과 글로벌 자본주의가 떼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상황을 지시하기 위해 ‘인터넷 복합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인터넷 복합체’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무력한 주체를 양산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2장은 1장의 연속선상에서 기술 혁신과 자본축적의 공모 관계를 세밀히 들여다본다. 3장은 얼굴인식과 시선추적 등의 현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합성 색채에 더욱더 많이 의존하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마저 상실하게 된 상황을 ‘시각적 문맹’으로 개념화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해 생태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글은 『초토화된 지구』의 주요 논점들을 설명하고, 이와 동시에 크래리가 언급은 했지만 미처 풀어놓지 못한 부분을 상세하게 논의함으로써 그의 주장이 지닌 성과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This paper offers a critical introduction to Jonathan Crary’s recent book Scorched Earth: Beyond the Digital Age to a Post-Capitalist World (hereafter, Scorched Earth). The theoretical trajectory of Crary’s writings can be broadly divided into a first and second half. The first half employs a Foucauldian perspective to clarify how knowledge, discourse, and power are positioned on the same social plane, while the second half articulates a more globalized critique of capitalism. In this sense, there is a significant discontinuity between early and late Crary. Scorched Earth is organized into three chapters. In Chapter 1, Crary uses the neologism “internet complex” to refer to the inextricable link between the internet and global capitalism while critically examining how the “internet complex” has produced politically powerless subjects. In Chapter 2, he scrutinizes the complicity of technological innovation and global capitalism this process. In Chapter 3, he first critically examines phenomena such as facial recognition and eye-tracking technologies and then analyzes “visual illiteracy,” which refers to a condition where humanity has lost its physical ability to communicate with nature due to its increasing reliance on artificial color. Crary proposes ecological socialism as an alternative. This paper aims to critically examine the achievements and limitations of Crary’s arguments by elucidating the main points of Scorched Earth and discussing the issues he mentions but fails to elaborate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