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추리무협이란 추리와 무협이 결합한 형태의 서사물이다. 중국 작가 고룡으로부터 시작한 장르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존 무협소설에 추리적 요소를 섞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국내 추리무협 작품으로는 <지옥의 영가>와 <구기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고룡의 <초류향>과 <지옥의 영가>, <구기화>를 분석해 추리와 무협의 컨버전스 형태인 추리무협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고룡의 <초류향>은 뤼팽, 셜록 홈즈와 같은 유사한 능력을 지녔고 강호의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추리적 요소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관찰력과 추리력을 바탕으로 범인을 밝히는 과정이 추리소설만큼 부각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지옥의 영가>는 기억을 상실한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를 찾아가는 추리적 서사를 지향했지만 설정의 불균형, 에스컬레이팅 시스템 활용의 오류 등을 보이면서 추리무협으로서의 한계를 지닌다. 다만 과도한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의 도입, 팜므파탈적 캐릭터 등장 등의 측면에서 하드보일드 성격을 지녔다는 의의는 있다. <구기화>는 제시된 문제를 논리적 판단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추리적 요소를 드러내며, 무협소설의 본질인 ‘협’의 정신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추리소설과 무협소설의 융합을 잘 보여준다. 다만 추리소설 기본 작법에서 위배되는 부분과 무리한 설정으로 인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추리무협은 무협소설 장르의 변용으로 새로운 시도로 정통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있으며, 여러 요소를 살펴볼 때 추리소설의 하위 장르인 하드보일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추리와 무협이라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 간 융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한국에서 추리무협은 장르적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고, 몇몇 작품에서 그 흔적을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