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현재 한국문학은 SF와 문단문학의 조우를 통한 부흥을 목도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감수성의 차원에서 김승옥의 1960년대 SF, 듀나의 1990년대 SF, 천선란의 2020년대 SF를 통과하며 변화하는 주체성의 양상을 추적해 보았다. 김승옥은 ‘감수성의 혁명’을 통해 한국문학에 근대적 주체의 탄생을 알렸고, 4.19세대는 스스로의 문학에 등장한 개인을 ‘진정성의 주체’로서 의미화한다. 이에 기반한 김승옥의 <50年後, Dπ9記者의 어느날>(1970)은기술 발전에의 예측은 기발한 한편 여성 타자화와 인간중심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인간(남성) 주체성의 상실을 우려하는 불안이 지배하는 서사는SF임에도 사회의 혁신을 상상하지 못한다. 1990년대 듀나의 SF는 진정성의 계승에 매몰되었던 문단문학과 철저히 무관했기에 역설적으로 1990년대의 문학장을 확장하는 데 중요하다. 사이버공간에서 한국 SF를 장르문학으로 정립시킨 듀나는 주체 자체에 무심함으로써 자유주의 휴머니즘 주체를 해체할 뿐 아니라 인간중심주의를 극도로 혐오하는 반(反)인간주의의 세계관을 특징으로 한다. 이로써 듀나의 SF는 직접적으로 가부장제를 공격하거나 여성 문제를 발화하지 않으면서도 지식인 남성 중심의 진정성 레짐을 해체하고 근대적 휴머니즘의 외부를 모색하는 방식으로 페미니스트 시각을 확보한다. 한편 1960년대 김승옥이 개인의 발견과 자기세계의 구축을 통해 ‘감수성의 혁명’을 가져왔다면, 2020년대 천선란은 타자의 행복을 느끼며 변하는 휴머노이드 콜리를 통해 ‘포스트 감수성’을 제시한다. 『천 개의 파랑 』(2020)에서 천선란은 감수성을 인간만의 전유물로 보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인간과 기계 모두 감각하는 방식이 다를지언정 공히 감수성을 갖는 존재들이라는 점을 확인한다. 이렇게 최근 한국문학이 보여주는 ‘포스트감수성’은 모든 감각하는 존재의 특징으로 확장됨으로써 대상을 타자화하고 자기와 구별 지음으로써 주체성을 확보했던 진정성의 주체와 결별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과학소설과 일반소설, 그리고 페미니즘이 교차하는 사변적 페미니즘(SF)을 통해 예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