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글은 1994년 한국 텔레비전의 외화 자막 방송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텔레비전에 대한 접근(access)의 문제가 방송의 공공성과 연관해 논의되었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1994년에 문화방송(MBC)이 주말 외화 시리즈 <베벌리힐스 아이들(Beverly Hills 90210)>과 <주말의 명화>(월1회)를 성우의 더빙 없이 자막으로 방영한 것을 계기로 첨예해진 ‘자막 대 더빙’ 논란은 1980년대 후반 이후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방송의 개방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시대 세계화의 이슈가 맞물린 사건이었다. 외화의 자막 방송에 대한 찬반론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문화의 창’으로서 텔레비전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을 뿐 아니라, ‘보편적인 시청자’의 개념에 균열이 발생했으며 접근(access)에 대한 문제가 가시화되었다. 다양한 계층과 연령, 문해력, 장애가 미디어 접근성과 어떻게 관계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한국의 영상 문화에서는 이때에야 비로소 담론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막 대 더빙 논란을 통해 담론화된 텔레비전에 대한 접근 문제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더 많은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커브컷(curb-cut) 효과의 아이디어를 ‘납치’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떤 방식의 접근도 ‘모두’를 공평하게 미디어와 매개할 수는 없음을 확인시켰다. 접근의 문제는 완료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실천 과정으로서 시간과 에너지, 자원을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