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의 TV 드라마로 한국에서도 10년 넘게 방영된 인기 시리즈다. 이 드라마는 고급 음식점보다는 서민 음식점을 배경으로, 요리장인이나 평론가 유형의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평범한 중년의 신사가 음식의 맛에 대해 담백하게 감탄하는 점이 기존의 미식 서사물과 차별화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이 글에서는 <고독한 미식가>를 구성하는 기호들을 분석함으로써 텍스트에 내재된 주제들을 천착해내려 하였다. 특히 드라마의 식사 장면 외에도 적잖은 분량을 차지하는 산책 장면으로까지 시선을 넓혀 텍스트가 갖는 의미를 확장해보았다. 본고의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과거지향적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고, 산책에서도 과거에는 긍정적인, 현대에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좋았던 과거에 대한 향수는 종종 ‘쇼와’로 표현된다. 이는 좋았던 시절에 대한 낭만적 시선에 그치며 식욕 앞에서 쉽게 잊힌다. 둘째, 식사 장면에서 주인공은 긍정적인 자세만을 취한다. 이는 섭외된 식당의 홍보가 드라마 제작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식사 장면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홍보가 되면서 제작진은 기존의 미식 서사물과 변별되는 연출법을 활용한다. 주인공의 독백과 식사의 양이 증대되고, 메뉴판이나 식당 손님들의 메뉴 선택도 주목되고, 자막으로 음식에 대한 기대가 함께 제시된다. 셋째, 여러 장면에 걸쳐 일본적 정체성이 강조된다. 산책뿐 아니라 식사 때도 주인공은 일본인임을 여러 번 실감하며, 쌀밥은 그 매개체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고독한 미식가>는 역사와 거리, 음식 등 일본의 여러 얼굴을 전시하면서도 그 긍정적인 면모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보기에 편안하지만 동시에 탈역사적 드라마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리고 <고독한 미식가>의 인기는 이 드라마가 일본의 긍정적 이미지를 유통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