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오유권의 『방앗골 혁명』에 나타난 혁명의 서사에 주목하여 1960년대 소설에 나타난 혁명의 문학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1960년대는 새로운 혁명의 의미들이 등장하였고 또 동시에 좌절되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실제로 혁명의 당대적 의미를 다루는 작품들은 많지 않다. 오유권은 농촌 사회를 배경으로 혁명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마을의 봉건적 신분제도를 분열과 갈등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방앗골 혁명』은 계급 갈등의 문제를 가시화하면서 금기된 혁명의 가능성들을 드러낸다. 또한 전장이 아닌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을 통해 잔혹한 전쟁의 폭력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이념 갈등을 넘어서 평화와 결속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형상화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인 순태와 금순의 사랑은 상촌과 하촌의 계급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평화적인 대안으로 등장한다. 낭만적 사랑을 통해 추동되었던 『방앗골 혁명』의 혁명적 의지들은 강력한 반공 이데올로기 내부에서 좌절된다. 좌익의 경력을 지닌 주인공은 전쟁을 통해 반공의 외부는 없다는 현실을 확인한다. 그리고 정치적 발화가 금지된 마을에서 갈등의 해소를 위해 혈연적 결속을 시도한다. 일부다처의 가족제도는 상촌과 하촌의 사이에 놓여있는 분열과 갈등의 불안들을 봉합하는 유일한 방안으로 등장한다. 결국 모든 폭력과 복수를 금지하는 평화의 혁명론은 퇴행적인 원시 공동체라는 형태로 종결된다. 이 같은 혁명의 담론은 전망을 상실한 1960년대 혁명 정신의 거울상과 같다. 전후 방앗골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학대의 문제는 더 이상 혁명의 목표가 되지 못하고, 퇴행된 혁명의 의지는 방앗골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삭제하여 방앗골을 하나의 신화적 공간에 대한 상상태로 전환시킨다. 이 같은 방앗골의 혁명 서사는 민족에 대한 상상을 신화화하면서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 서사의 원형적인 구조를 드러낸다. 그리고 분단 사회에서 혁명의 정신이 어떠한 방식으로 왜곡, 전유되고 있었는가를 확인해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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