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에 내재된 사랑의 윤리를 해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헤어질 결심>은 예외상태에 놓인 ‘서래’를 통해 ‘예외적 사건’으로서의 사랑의 윤리를 구현하고 있다. 이 영화는 사랑의 윤리가 연인의 타자성을 수용하고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면서 언어에 대한 자의식을 통해 윤리적 폭력에 저항하는 말걸기를 지속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세계에 대한 위반과 전복, 상징계의 균열이 불가피함을 암시한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과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설정됨으로써 사랑의 윤리가 ‘언어’와도 밀접히 관련된다는 점도 부각된다. 언어는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 있고 따라서 언어를 사용하는 한 윤리적 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윤리의 시작이다. 자신이 한국어에 취약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는 서래는 윤리적 주체가 된다. 그녀는 폭력에 저항하는데,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맥락화 시키고 그 바탕 위에서 지속적인 ‘말걸기’를 시도한다. 이 말걸기는 비록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서래는 자신을 해준의 ‘미결사건’으로 남김으로써 해준에게 말걸기를 지속한다. 해준은 서래가 사라진 후 비로소 ‘붕괴’된다. 그리고 이 붕괴를 통해 상징계적 환상을 가로지르며 구원에 다다르게 된다. 구원은 상징계적 대타자가 아니라 취약한 또 하나의 주체,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에 의해 가능하다는 역설을 <헤어질 결심>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역설은 대사 차원에 머물지 않고 데칼코마니적 프레임 구성과 편집, 실재계를 암시하는 장면 등을 통해 연출되고 있다. 이 논문은 타자를 소비하는 연애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헤어질 결심>의 해석을 통해 사랑의 윤리, 언어에 대한 자의식, 구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2022.
권택영, 「프로이트에게 돌아가기: 라캉의 기표는 사랑인가 증오인가」, 『한국현대정신대정신분석학회 학술발표대회 프로시딩』, 한국현대정신분석학회, 2004. 1-6쪽.
남경아, 「라캉의 “죽음충동”과 주체의 자유」, 『범한철학』 73(2), 2014, 85-105쪽.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김희영 역, 동문선, 2004,
브루스 핑크, 『라캉과 정신의학』, 맹정현 역, 민음사, 2002.
숀 호머, 『라캉 읽기』, 김서영 역, 은행나무, 2007.
슬라보예 지젝, 『당신의 징후를 즐겨라!』, 주은우 역, 한나래, 1997.
슬라보예 지젝 외, 『성관계는 없다』, 김영찬 역, 도서출판 b, 2005,
알랭 바디우, 『사랑 예찬』, 조재룡 역, 길, 2015.
이정한.신지호, 「<복수는 나의 것>에 나타난 박찬욱 영화의 아이러니 기법 연구」, 『디지털영상학술지』 18권 2호, 한국디지털영상학회, 2021, 77-96쪽.
임선숙, 「<올드보이>에 나타난 화자의 양상과 데칼코마니 구조」, 『한국문예비평연구』 53,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2017, 225-250쪽.
자크 라캉, 『자크 라캉 세미나 11, 정신분석학의 네 가지 근본 개념』, 맹정현, 이수련역, 새물결, 2008,
장 알루슈, 『라캉의 사랑』, 박영진 역, 세창출판사, 2019,
조르조 아감벤, 『예외상태』, 김항 역, 새물결, 2009.
조르조 아감벤, 『호모 사케르』, 박진우 역, 2008.
주디스 버틀러, 『윤리적 폭력비판』, 양효실 역, 인간사랑, 2013.
주디스 버틀러, 『혐오 발언』, 유민석 역, 알렙, 2016, 85쪽.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윤희기・박찬부 역, 열린책들, 2011.
진영선, 최병길, 「영화 <아가씨>의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치는 미술적 요소 분석」, 『기초조형학연구』 20(1), 한국기초조형학회, 2019, 501–520쪽.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 김태환 역, 문학과 지성사, 2015.
<FM 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MBC 라디오, (2022.8.6.(https://www.youtube.com/ watch?v=eJSZeIVwMXA)
<MZ세대는 ‘타인’의 연애로 내 연애를 한다>, 『뉴시스』, 2022.5.27.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525_0001885367&cID=10601&pID=1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