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북한은 내외적으로 위기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소련의 붕괴로 냉전 체제가 해체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었고,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며 체제 위기를 맞는다. 후계자 김정일 체제도 결속을 유도했지만, 수해와 가뭄에 따른 식량난으로 ‘고난의 행군’기가 왔고, 북핵 문제로 인해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가 경색되었으며 그에 따른 국제 사회의 제재 조치로 경제난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영화에 반영되었으며, 최악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군사 선행의 선군정치의 교시를 담은 선군영화들이 제작되었다. 군대와 군 생활을 담은 선군영화의 특성 상 과거의 조국해방전쟁이 소환되기도 했고 군의 적대적 표상은 미국으로 수렴되었다. 당시 북한영화의 미국 표상을 살펴보는 것은 적대적 표상의 대척점에서 당시 북한이 지향하던 체제의 모습을 영화적 선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이 시기 북한영화가 미국을 표상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발견된다. 1990년대 이전의 북한영화들에서 미국을 폭력성이 강조된 캐릭터를 통해 직접적으로 악인의 이미지로 만들었던 것에 반해 이 시기 영화들은 수령형상화와 내부 결속을 위한 장치로 미국을 소모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과정에서 현재의 위기를 만든 원흉으로서 미국이 설정된다. 그러한 이유로 이 시기 북한영화들에서 미국의 표상은 직접적인 이미지로 표현되기 보다는 배경에 위치한 악으로 역할을 한다. 전쟁영화에서도 직접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 자료화면으로 노출되고, 경제난을 다룬 영화에서도 고난의 원인으로 존재하지만 직접 인물 간의 서사에 개입하는 장치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체제 결속을 위한 선전 목적이라도 이 시기 영화들에서는 미국 표상이 지니는 다른 방향성이 발견되는 것을 뜻한다. 과거처럼 미국이라는 외부의 적을 통해 내부를 결속한다는 목적보다는 김정일이라는 새 지도자를 선전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유도하고 대중을 교양하는 것이다. 그 장치로 미국이 관습적 적으로 소모되는 경향을 영화적 표상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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