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본 연구는 『아리랑』에 등장하는 직업여성의 재현방식을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통해 전후 재건 현실에 대응하는 대중잡지 『아리랑』의 방식과 그 의미를 가늠해보았다. 통상 한국 전쟁 이후, 가부장이나 남성 가족구성원이 결락된 상태에 처했고 이때문에 전쟁서사나 전후소설에서는 여성 가장이나 전쟁 ‘미망인’(과부)이 대표적인 직업여성으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아리랑』은, 전후 직업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특징적 양상을 드러냈다. 첫째, 『아리랑』은 전쟁 ‘미망인’인 아내의 입장이 아니라 자식세대의 직업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세대교체 현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즉 ‘전쟁 미망인’인 어머니는 무력하게 그려지며, 실제 생계 부양과 가부장의 역할을 하는 것은 딸인 것이다. 둘째, 직업여성의 세대교체는 50년대 후반 이후가 되면 더욱 뚜렷해지는데, 『아리랑』은 이를 화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가상과 실재 두 범주에서 구현했다. 우선 가상 직업여성의 경우로는, 화려한 여성연예인을 등장시킨 일종의 체험활동 화보가 있었다. 그러나 이 화보들은 직업여성의 실태를 보여주거나, 직장/노동현장을 소개하기보다는 여성연예인을 ‘보는’ 쾌락, 즉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강조점이 놓여있었다. 이에 비해 「직장의 꽃」 시리즈 화보는 실제 직업여성을 등장시켰다. ‘직장의 꽃’이란, 가정을 벗어난 여성이 남성 중심의 사회에 등장한 모습을 명명하는 말이다. 그런데, 「직장의 꽃」 화보가 등장하던 시기에 실제로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은 3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중반의 기혼여성이었다. 이런 현실과는 달리 잡지 『아리랑』은 극소수의 ‘직장여성’를 시각적으로 재현해냈던 것이다. 셋째, 『아리랑』의 직업여성 화보는 ‘볼거리 여성이미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대상화를 야기했지만, 그 한편으로는 여성의 근대적인 직업과 그에 종사하는 여성의 개인적인 자질 및 특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는 여성이 가족 구성원 혹은 인구 재생산 담당자라는 공동체 구성원의 위치에서 벗어난다는 근대적 징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모습은 결국 전후 현실에서 분출된 욕망이 평등하게 가시화되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이 풍경 속에서 여성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나는 한편으로 여전히 보여지는 존재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결국 잡지 『아리랑』은 직업여성의 재현을 통해 ‘욕망의 민주주의’를 발화시키고 생산-유통시켰지만, 그 이면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위계적인 젠더 질서를 지속적으로 재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