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글은 1990년대 여성 만화작가들이 생산한 SF 작품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삼아 순정만화가 구축해온 장르적 관습과 SF가 만나 이룬 서사적 특징을 밝히고자 하였다. 당대 작품을 살펴본 결과 비인간 타자라는 이질적인 존재와의 조우를 서사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발견하고 SF 순정만화 속 외계인, 로봇, 안드로이드, 유전자 변이체 등 비인간이 재현되는 양상과 이들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서사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했다. SF 순정만화 속 비인간의 형상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기본적으로 순정만화의 장르 법칙인 미형의 그림체 때문이다. 숨겨진 감정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는 순정만화의 도상으로 인해 인간‘처럼’ 생긴 순정만화 속 비인간은 인간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종적 이질감이 갈등요소로 작동하지 않는다. 더불어 ‘순정만화식’ 서사라고 여겨진 멜로드라마적 감정 과잉과 타자와의 합일을 꿈꾸는 로맨스는 비인간을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토대가 된다. 우선 SF 순정만화의 비극적 낭만성은 비인간에 대한 학대와 착취와 같은 사회 갈등 및 부조리를 폭로한다. 또한 타인의 고통을 나로 확장하는 사랑이라는 감수성은 비인간을 유일한 존재로 받아들인다. 즉, SF 순정만화는 비인간을 애도할 수 있는 대상이자 애도할 수 있는 죽음으로 상정하고 이들 존재의 위태로움을 미학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비인간 타자에 대한 포용과 애도의 정치학을 발휘했다. 그러나 순정과 SF의 만남은 비인간과 다양한 연대를 구체화하지 못하였으며 비인간도 ‘인간임’을 증명하는 서사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즉, 인간(종)중심주의의 휴먼드라마로 귀결되거나 타자와의 차이를 긍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30여 년 전에 출간된 여성 만화작가의 작품이 인간/기계/생명에 대하여 도구적 관계를 넘어선다는 측면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으로 나아갈 선제적 가능성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한국에서 SF라는 특정 장르가 형성되는 데 있어서 90년대 순정만화의 역할과 자장을 찾는 단서가 될 것이다.
This paper examines SF comics produced by female cartoonists in the 1990s to uncover the narrative features at the intersection of Sun-jeong manhwa and SF. A common theme among these comics is their portrayal of encounters with nonhuman entities. Therefore, this paper focuses on how nonhumans such as aliens, robots, androids and genetic mutants, were represented and plotted in SF Sun-jeong manhwa. Nonhumans are often depicted in human-like forms. This is primarily a result of the genre’s emphasis on aesthetics of capturing the characters’ hidden emotions. Due to this emphasis, nonhuman characters tend to resemble humans and seamlessly integrate into human society, thus avoiding typical sources of conflict. In addition, the melodramatic expression of emotions and the romanticism associated with yearning for unity with the other, which are considered essential narrative elements of Sun-jeong manhwa, provide a foundation for accepting nonhumans as akin to humans. The tragic romanticism found in SF Sun-jeong manhwa exposes social conflicts and injustices such as the abuse and exploitation of nonhumans. The sentiment of love, which extends one’s own suffering to encompass that of others, fosters acceptance of nonhumans as valid entities. In other words, SF Sun-jeong manhwa envision nonhumans as beings worthy of mourning and portray their deaths as mournable, so they advocate for a politics of inclusion and mourning for nonhuman entities through aesthetic expressions that highlight the precariousness of their existence. However, the encounter between Sun-jeong manhwa and SF has its limitations in that it does not lead to the development of various solidarities with nonhumans. Instead, it often focuses on narratives that demonstrate nonhuman’s humanness, ultimately reducing the genre to a form of human drama or failing to affirm differences with the other. Nonetheless, it can be argued that the SF Sun-jeong manhwa presented a preemptive possibility of moving towards posthumanism by transcending the instrumental relationship between humans, machines, and life. Such an assessment may offer insights into the role and influence of 1990s women’s comics in shaping a distinct genre of SF in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