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연구는 일본, 타이완, 한국의 드라마를 비교 고찰하면서 지방 담론과 지방소멸 서사의 국가별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권역, 국가, 지방의 관계 설정이 일본, 타이완, 한국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규명하고, 이를 통해 국가별 지방 이념과 지방소멸 서사의 차이를 고찰하고자 한다. 또 이를 통해 지방소멸 담론이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 역사의 산물로 정착민 식민주의에 내포된 젠더화 되고 인종화 된 배제와 절멸 구조를 반복하는 점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정착민 식민주의의 특정한 감정 구조를 귀향이라는 이동과 이에 동반되는 힐링이라는 정동과의 연관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드라마 <하야부사 소방단>과 영화 <빌리지>는 “부흥 재해”나 “지역 재생의 실패학”이 부상하는 일본에서의 지방 담론의 추이를 잘 보여준다. <하야부사 소방단>은 지방 마을을 파괴하는 적으로 이단 종교 집단을 설정하고, 마을에서 추방된 여성을 이 이단의 스파이로 설정하는 등 인종차별적인 배제와 젠더 차별을 반복하는 지방소멸 담론의 전형을 반복한다. 반면 <빌리지>는 이러한 지방소멸 담론의 약탈적인 식민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에서 지방은 중앙(도쿄)과의 대비 속에 위치하며, 중앙인 도쿄가 국가 혹은 세계의 중심으로 설정되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는 타이완 드라마 <차금>이나 영화 <미국 소녀>, 한국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웰컴투 삼달리> 등의 지방소멸 서사와 비교해 보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타이완과 한국의 지방소멸 서사는 국가 내부의 위계와 관계(중앙과 지방)만이 아니라, 권역 간 연결성(북미 지역과 중국 등)의 복잡한 관계망 속에 존재한다. 일본의 지방소멸 서사에서 지방의 ‘인구’를 끌어들이는 건 중앙이라면 타이완과 한국에서 지방의 인구를 끌어들이는 건 한편으로는 중앙이지만, 이 중앙의 인구 역시 국외의 다른 권역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일본의 지방소멸 담론이 궁극적으로 강력한 국가의 개입과 일본의 세계 중심성을 회복하려는 기획이라면, 한국의 지방소멸 담론은 국가가 부재한 채, 지방의 소멸을 소모적으로 부추길 뿐이다. 지방소멸 담론에 대한 비판적 논의도 극소수이며, 지방 개념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논의 역시 아직은 미진하다. 지방 개념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서만 현재와 같은 약탈적인 지방소멸 담론의 소비를 멈출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의 지방소멸 담론은 인종화 되고 젠더화 된 적/공동체 개념과 범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이런 범주화는 단지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제국주의 학살, 전시동원의 역사적 산물임에도 이에 대한 비판 없이 한국에 적용되고 있다. 이 연구는 지방소멸 담론과 정착민 식민주의의 정동 구조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대안적인 지방 이념을 구축하는 기초 작업을 수행하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