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글에서는 오늘날 비인간존재 중에서도 동물이 ‘가족 서사’의 틀에서 활발히 재현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여, 가족 정상성의 서사 전략에 동물이 동원되는 양상과 효과를 살핀다. 동물과 같은 비인간존재를 인간 가족 서사의 패턴화된 틀로 해석하고 재현하는 작업은 이 가족 정상성의 서사가 가족과 관련된 규범적 담론으로 기능하는 새로운 측면을 드러내는데, 인간 아닌 존재를 ‘인간적’ 서사로 재현함으로써 그 ‘인간적’ 가치의 ‘보편성’이 일견 효과적으로 부각되는 한편, 비인간존재를 경유한 인간중심성이 더욱 노골화되기도 한다. 먼저 고전 서사 작품에서 동물을 가족적 관계로 상상해온 한국의 서사적 전통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이어지는 장에서 논할 오늘날의 서사적 경향이 인간과 동물 관계에 대한 사고의 근본적인 변화 위에 이루어진 사실을 짚어낸다. 뒤이어 가족 정상성의 규범에 합치하는 ‘합당한’ 가족 서사를 구성하려는 대통령 부부의 서사 전략을 주된 텍스트로 삼아 인간과 동물의 구도가 역전되어 인간이 거꾸로 동물의 부모로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서사적 경향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에버랜드의 자이언트판다 ‘바오 가족’의 이야기가 대중적 인기를 이끌어낸 현상을 중심으로 동물 가족을 인간화된 역할과 감정, 규범으로 상상케 하는 서사의 효과를 분석한다. 이때 동물은 정상가족 규범과 젠더역할, 돌봄과 재생산에 관한 규범적 서사들의 한계를 고스란히 공유한다. 동물을 매개 삼아 인간 중심적 가족 규범이 더욱 노골화되는 장면들에 대한 주목을 통해 비인간존재에 대한 위계화와 타자화의 전략, 이를 통해 은폐되거나 정당화되는 인간중심적 규범에 대한 나아간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