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현시대는 ‘항구적 위기 상태’라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뿐만 아니라 다양한 위기 상황이 끊임없이 닥쳐오고 있다. 21세기 들어 좀비 장르는 시대 상황을 반영한 재난의 풍광을 묘사하면서 대중적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부산행>(2016)의 성공과 함께 좀비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K-좀비 열풍은 전 세계 좀비 장르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 <킹덤> 시리즈가 있다. <킹덤> 시리즈는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좀비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킹덤: 아신전>은 봉합되지 않는 파국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다른 좀비서사와 변별된다. 일반적인 좀비서사에서 좀비의 기원은 언급되지 않거나, 모호하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진다. 이는 좀비서사의 목적이 사태의 해결이나 원인 분석이 아니라 재난으로 인한 스펙터클과 파국의 풍광을 그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덤> 시리즈는 ‘생사초’라는 분명한 기원을 제시하고 있다. 좀비는 불가피하거나 거스를 수 없는 재난이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재난으로 그려진다. 일반적인 좀비서사가 좀비를 무차별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괴물로 그려내는 데 비해, <킹덤> 시리즈는 좀비를 ‘통제 가능한 괴물’로 그려낸다. <킹덤> 시리즈의 등장인물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좀비를 활용하고 재난을 통제한다. 이로써 <킹덤> 시리즈는 재난 자체보다는 재난을 초래한 근본 원인을 찾고자 한다. 재난의 궁극적 원인은 부패하고 망가진 정치로 제시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킹덤> 시즌 1, 2와 <킹덤: 아신전>은 다른 길을 걷는다. <킹덤> 시즌 1, 2는 ‘이창’이라는 신화적 영웅의 분투로 사태가 해결된다. 이창이 내세우는 해결책은 ‘올바른 통치로의 복귀’다. 이창은 특정한 세력과 부패한 정치인이 제거되면 바람직한 세상이 올 거라 믿는다. 반면 <킹덤: 아신전>의 아신은 가장 주변화된 인물로, 국가 자체로부터 배제당하고 착취당한 타자다. 그런 아신에게 국가란 부패하고 추악한 집단이며, 철저히 전복되고 파괴되어야 하는 부정적 권력에 불과하다. 아신이 선택하는 해결책은 일괄적이고 보편적인 파국의 도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