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소녀는 으레 부모의 의사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며 보호 통제받고 훈육해야할 아동으로서 가족과 사회 내의 약자이다. 그럼에도 최근 스크린의 어떤 소녀들은 무너져가는 국가와 사회, 체제의 윤리와 도덕에 대해 냉철하게 감응하고 있다. 이들은 극의 중심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의견을 개진할 뿐 아니라 미래를 이끌 구원자로 기능한다. 이 글은 그 시작점에 2009년 <여행자>로 스크린에 등장한 김새론을 세운다. 그녀를 기점으로 최근 한국영화 속의 어떤 소녀들은 가부장적 체계와 그에 기초한 자본주의적 문화시장 즉, 남성중심적 시각장에 빈번하게 저항하며 균열을 내는 능동적 주체 ‘뉴-걸(New-girl) 혹은 새론-소녀’로 기능한다. 김새론은 주로 ‘어린 괴물’로서 가부장제 밖에 내던져진 소녀를 연기했다. 스크린에 등장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녀는 현실의 아픔과 절망을 그려내지만 희망적이며 강인한 소녀의 주체적 면모로 화면을 압도하는 ‘배우’로 각인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성장 단계에 따라 진중한 작품에서 특별한 인식의 계기를 마련하는 새론-소녀를 소화하며 ‘대체불가’한 아우라를 가진 배우로 위치해왔다. 이 새론-소녀는 소녀 상품의 경제가 추구하는 남성중심의 포르노그래피적 에로티시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한다. 새론-소녀의 기원으로 김새론을 주목하는 데에는 그녀가 기존의 소녀성의 신화를 해체하고 시민 사회의 새로운 주체로서 소녀의 개념을 환기시킨다는 데 있다. 스크린에서 새론-소녀는 남성중심적 가부장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현실에 비판적 균열을 만드는 존재로 기능하고, 더 나은 평등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연대의 주체로 소녀의 역능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문화 정치를 감행 중이다. 또 이 새론-소녀를 페미니스트 저항 주체로 독해하려는 이유는, 그녀가 페미니스트 전사로 무장하고 전면전에 나섰다기보다는 기존과는 다른 소녀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인권, 사랑, 자유, (성)평등, 여성(타자) 연대 같은 여성주의적인 동시에 민주주의적인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소녀성의 재현에 있다.
Generally girls on screen are non-personsin the family and society whose futures are protected and decided by their parents. However, girls in recent Korean films have become highly sensitive to the ethics and morals of a falling nation, including its society and institutions. These girls are not merely building their own world at the center of a film, but also serve as leaders of the future, like in Hyojin (Kim Wanhee) The Wailing (2016). This essay examines Kim Saeron’s performance in A Brand New Life (2009). Saeron is used as a starting point to discuss the “new-girl” or “saeron-sonyeo” in recent Korean films, a figure with strong subjectivity who frequently challenges the patriarchal system and its capitalist cultural markets. Saeron plays a girl who is branded a “little monster” and thrown out of the patriarchal system. While she portrays pain and despair, as an actress, Saeron presents a strong and tough-girl image. She has been positioned by herself as an irreplaceable actress, establishing motives for turning point of special perception as subject at each phase of her physical growth. In her films Saeron-Sonyeo secures her own sense of identity, refusing to fall into the pitfalls of the male-centered pornographic eroticism pursued in the mass culture economy of “girl-products.” The origin of the Saeron-Sonyeo character, Saeron deconstructs myths of girl-ness and refreshes them with a “macho” feminine quality in relation to civil society. Saeron-Sonyeo serves to disrupt patriarchal systems and for the sake of social equality. This essay interprets the Saeron-Sonyeo character as a feminist warrior that speaks to feminist and democratic values, such as human rights, love, freedom, and (gender) equality.
<여행자>(우니 르콩트, 2009),
<아저씨>(이정범, 2010),
<이웃사람>(김휘, 2012),
<바비>(이상우, 2011),
<만신>(박찬경, 2014),
<도희야>(정주리, 2014),
<맨홀>(신재영, 2014),
<눈길>(이나정, 2015, KBS),
<마녀보감>(조현탁, 2016,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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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론 인스타그램(@ron_s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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