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영화관에서 발행한 주보와 전단 등 인쇄물에는 영화관의 프로그램과 상영·배급, 주요 행사 등의 정보가 담겨 있어 그 가치가 상당하다. 이를 통해 해당 영화관의 정체성과 선전 전략, 관객성 등 당시의 영화문화를 복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1926~1937년에 영화상설관 단성사에서 발행한 주보와 전단에 대해 소개하고, 영화관이 발행한 프로그램 인쇄물을 영화에 종속된 부가물로서 영화 역사의 단편으로 귀속시키는 것을 넘어, 문자문화와 영상문화, 관객과 영화가 교호하던 독립된 미디어로서 고찰하고자 한다. 1920~1930년대에 단성사는 조선극장, 우미관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주보와 전단의 발행을 선전 전략의 핵심으로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 시기 단성사는 수영사(秀英社)를 비롯한 경성 남촌의 여러 인쇄소를 통해 주보와 전단을 발행함으로써 당대의 선전전(宣傳戰)에서 우위를 점하며 영화문화를 주도하게 된다. 단성사에서 발행한 인쇄물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미디어가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매개성’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는 크게 세 가지 차원과 관련되어있다. 첫째는, 주보와 전단이 지면을 통해 문자문화와 영상문화를 매개하는 방식이다. 단성사의 인쇄물은 ‘명멸하는 미디어’로서, 짧은 수명을 상쇄하기 위해 문자와 영상을 변증법적으로 매개하여 하나의 지면에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배치하는 전략을 취했다. 둘째는, 당대의 관객을 팬(fan)으로 호명하며 영화문화와 매개하는 방식이다. 단성사의 인쇄물은 끊임없이 관객을 팬으로 호명하고, 이들을 충성도 높은 집단으로 조직하면서 관객과 영화 사이를 매개하였다. 셋째는, 식민지 조선과, 영화로서의 ‘세계’를 매개하는 방식이다. 당시의 조선인들은 인쇄매체를 통해 조선과 세계의 ‘차이’를 감각하고 인식하였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이 1920~1930년대 경성의 문화지형에서 단성사의 인쇄매체가 ‘명멸하는 미디어’로서 독립된 문화영역을 구축하였음을 밝힐 것이다.
단성사 전단
단성사주보
단성영화구락부 창립 취지
동아일보
매일신보
영화예술
조극주보
조선일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편, 자료로 보는 일제강점기 극장문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20.
발터 벤야민,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외, 최성만 옮김, 도서출판 길, 2007.
베르너 파울슈티히, 근대 초기 매체의 역사-매체로 본 지배와 반란의 사회 문화사, 황대현 옮김, 도서출판 지식의풍경, 2007.
서은경, 예술(영화)잡지 녹성 연구 , 현대소설연구 제56호, 한국현대소설학회, 2014, 271-301쪽.
이호걸, 식민지 조선의 외국영화-1920년대 경성의 조선인 영화관에서의 외화 상영 , 대동문화연구 제72집,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2010, 79-116쪽.
이화진, 영화를 읽는 시대의 도래, 영화시대(1931-1949)-한국 근대 영화잡지와 토착적 영화 문화 , 한국극예술연구 제63집, 한국극예술학회, 2019, 15-50쪽.
이효인, 영화 <아리랑>의 컨텍스트 연구-<아리랑>이 받은 영향과 끼친 영향을 중심으로 , 현대영화연구 제24호, 2016, 167-198쪽.
전지니, 1960년대 한국영화 선전지 연구-‘극장신문’을 중심으로 , 대중서사연구제24권 3호, 대중서사학회, 2018, 123-160쪽.
정충실, 경성과 도쿄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관객성 연구로 본 제국과 식민지의 문화사, 현실문화연구, 2018.
한국예술연구소 엮음, 이영일의 한국영화사를 위한 증언록-김성춘/복혜숙/이구영, 도서출판 소도, 2003.
近藤和都, 映画館と観客のメディア論 戦前期日本の 映画を読む/書く という経験, 青弓社,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