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영화 <69세>를 ‘기록’이라는 모티프에 주목하여 분석한다. <69세>는 노년여성 인물에 대한 전형성을 극복한다. 본고는 이 변화가 내포하는 의미와 함께 이 변화에 따른 반작용 현상을 살핀다. 영화 내에는 고소장과 고발문, 나아가 이름·표제가 생략된 수기까지 세 차례의 ‘기록’이 등장한다. 이는 기존 노년여성 인물 묘사에서 반복되던 수동적 전형성을 극복하는 중요한 모티프이며, 이 모티프로써 <69세>가 재현한 노년여성은 ‘뭉뚱그려진’ 타자가 아니라 ‘이름을 가진’ 주체가 된다. 등장인물이 수행하는 행위로서의 ‘기록’은 흥미롭게도 영화로서의 매체적 특성 자체와 <69세>에 대한 악성댓글들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게 한다. 우선, <69세>는 한 편의 ‘장편 영화’로서, 법적·제도적 언어가 실재의 가능성 자체를 무화(無化)할 수 있는 언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영화의 기반이 된 실제 사건의 피해자와 영화 속 주인공은, 공적 기록의 형태가 아니라 ‘유서’와 ‘수기’의 형식으로 자기 서사를 가질 수 있었다. 이들의 자기 발화는 객관의 문법만으로 사실 여부를 측정·심문하는 제도적 언어의 오류를 지적한다. 또한 <69세>의 온라인 평가플랫폼에 달린 악성댓글들도 유형화해 함께 살핀다. 그 중 두드러지게 반복되는 유형들을 논한다. 이는 알고 있는 세계만 재생산하려는 동어 반복의 메커니즘에서 파생된 글들이다. 또한 재현에 대한 평가 영역에서 실재를 논하는 것은, 곧 이들의 읽기 결핍 현상과도 맞물린다. ‘영화를 보지 않음’을 발화하면서 동시에 ‘보지 않고 평함’을 수행하는 이들의 쓰기는 아이러니다. 이들의 평가는 ‘존재할 수 없는 상태로 존재’한다. 이렇듯 <69세>의 함의를 영화 안팎으로 살피는 일은, 최근의 문화 현상들에 짙게 기입된 ‘쓰기/읽기 행위의 결핍’들의 이유를, 동시에 ‘타인에 대한 재현’과 ‘타자화’는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읽어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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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사이트 내 “<69세> 평점란”.(https://movie.naver.com/movie/bi/mi/point.naver?code=189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