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케이프 피어>의 리메이크 서사와 디자인, 음악의 상호텍스트성이 원작의 1962년에서 리메이크의 1991년으로 전환하는 새 시대의 문화적 경험을 재창조하고, 새 텍스트의 정체성 유지를 보장함을 추론하는 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리메이크 서사는 미적 판단의 다양성을 보이는 인물들이 눈길을 끈다. 먼저, 미적 대상을 직감으로 판단하는 미의식을 함축하는 ‘취미 판단’에 해당하는 인물은 성적 일탈을 일삼는 샘과 로리다. 다음으로, 미의식에 참여하여 대상에 대한 표현 의미를 판단하는 ‘이해 판단’에 해당하는 인물은 샘 때문에 상실감에 빠지고 반항심이 생기는(케이디 때문에 동질감을 느끼고 배신감을 안기는) 레이와 대니다. 끝으로, 미의식에 부수하여 대상에 대한 미적 가치를 판단자의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가치 판단’에 해당하는 인물은 샘을 피고로 한 최후의 심판을 주도하는 케이디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리메이크에서 미적 판단의 다양성이 드러나는 문화적 경험의 서사를 특유의 영화관으로 구현했다. 첫째, 리메이크 서사는 가정 해체와 가족 파괴라는 무질서, 불협화음을 통해 아메리칸드림이라는 관념에 뿌리박힌 자유와 평등의 이면, 즉 계급과 젠더의 차별상을 노출했다. 둘째, 솔 바스와 일레인 바스의 타이틀 시퀀스를 중심으로 한 리메이크 디자인은 영화 서사와 감독 의도, 연출 방향에 맞춘 상징적 이미지와 절제된 색조, 애니메이션 기법 등으로 은유적 표현을 하면서 영화 음악의 비중까지 고려했다. 셋째, 엘머 번스타인의 리메이크 음악은 버나드 허먼의 원곡을 바탕으로 편곡과 개작을 했다. 이때 편곡은 타이틀 시퀀스와 영화 서사의 전반에서, 개작은 영화 서사의 후반에서 다양한 미적 판단의 영상 미학과 상호텍스트성을 유지했다. 또 리메이크의 내재 음악은 다양한 음악(뉴올리언스 블루스, 블루스 록, 가스펠·팝·알 앤 비가 혼합된 곡, 벨칸토 오페라, 부기우기 등)으로 새 시대의 문화적 융합을 공유함으로써 새 텍스트의 정체성을 확보했고, 상호텍스트성의 아이러니까지 유발했다. <케이프 피어>에서의 동일화는 리메이크 서사와 그 서사의 시청각적 표현을 통한 공감각적 미학 세계를 구축한 것에 기반을 두고 형성하므로 영화 미학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의의가 있다. 관객이 <케이프 피어>를 통해 체험할 미적 판단의 다양성은 단순한 디제시스 복제라는 비평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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