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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서울분원 대회의실(별관 3층)
  • 2024년 07월 03일(수) 13:30
 

대중서사연구

후일담과 여성 - 1990년대 젠더화된 문단과 최윤의 소설

Later stories and women - Gendered literary circles in the 1990s and Choi Yoon's novels

대중서사연구 / 대중서사연구, (P)1738-3188; (E)27139964
2023, v.29 no.1, pp.177-215
https://doi.org/10.18856/jpn.2023.29.1.006
조연정 (서울대학교)

Abstract

1988년의 등단작을 포함하여 1992년까지 발표된 작품들을 엮은 최윤의 첫 소설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80년대와 90년대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했던 작품집으로 기억된다. 이 글은 최윤의 초기 단편을 ‘여성’ ‘후일담’으로 읽으면서 그녀의 소설이 90년대에 선취한 여성 서사로서의 성취를 확인하고 이러한 성취가 90년대 후일담 담론, 나아가 90년대 한국 문단의 몰젠더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밝혔다. 최윤의 등단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이하 「꽃잎」)에서 주의깊게 읽어야 하는 부분은 실종된 ‘소녀’를 쫓는 ‘남자’와 ‘우리’들의 윤리 감각이기보다는, 그녀의 날 것 그대로의 독백이 되어야 한다. 독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일인칭 독백 속에서 그녀는 살아남은 자의 죄책을 적극적으로 발화하는 능동적인 윤리적 주체가 되어 있다. 이러한 소녀의 독백을 유심히 읽는다면, 광주의 비극에 대한 여성 수난의 서사로, 혹은 재현 불가능의 고통을 파편화된 언어로 전달하는 소설로 이 작품을 단순화할 수 없게 된다. 90년대 이후 씌어진 후일담이 대체로 80년대와 성공적으로 작별하기 위한 이른바 재빠른 ‘전향자’들의 자기 합리화를 위해 쓰여지기도 했다면, 「아버지 감시」는 이념을 망령화하지 않으며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후회하지 않는 어떤 굳건한 마음이 90년대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소설로 읽힌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그러한 단단한 마음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것은, 자기 삶의 불행을 월북한 남편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고 그와의 조우도 끝끝내 거절한 어머니의 “결단”과도 같은 갑작스러운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 감시」는 1990년대 초반에 쓰여진 후일담소설이 특정 세대와 특정 젠더의 마음만을 대변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가 된다. 「회색 눈사람」은 7~80년대 운동의 현장에서, 나아가 사건 이후 작성된 후일담의 서사에서 여성이 비단 남성 운동가의 조력자로만 존재하지 않았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하는 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에서 의미있게 읽혀야 하는 부분은 ‘변신’하지 않은 주체로서 여성이 같은 자리에 남아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과거를 기록하는, 즉 진정한 후일담을 쓰는 주체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글쓰기의 경험을 나누며, 나아가 하나의 ‘이름’을 공유하며 여성 연대가 돈독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여성 후일담으로서 이 소설의 특별한 성과가 된다. 최윤의 첫 번째 소설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다시 읽는 일은 이처럼 여성 후일담의 유의미한 성과를 재확인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90년대 이후 특정한 시기까지의 한국 문단이 특정 세대와 젠더의 몸 가벼운 변신과 반성을 통해 대변되어왔음을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keywords
후일담, 1990년대, 386세대, 전향, 글쓰기, 여성 연대, Later stories, 1990s, 386 generation, conversion, writing, women's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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