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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서사연구

  • P-ISSN1738-3188
  • E-ISSN2713-9964

Crime and Reasoning in 1980s television dramas

대중서사연구 / 대중서사연구, (P)1738-3188; (E)2713-9964
2023, v.29 no.1, pp.37-71
https://doi.org/10.18856/jpn.2023.29.1.002

Abstract

이 글은 1980년대 텔레비전드라마에 나타난 추리와 범죄의 양상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1970년대 내내 전국적인 인기를 이끌어왔던 <수사반장>의 영향력은 텔레비전을 넘어 대중예술 전반에 추리물이 수용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이러한 경향은 특정 장르만을 중점적으로 소비한 것처럼 보이는 한국 텔레비전드라마사의 다양한 진폭을 밝혀줄 수 있는 단서가 되며 이후 텔레비전드라마의 다양한 장르물 제작과 방송에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특정 장르물이 한국 텔레비전드라마사에서 비주류 혹은 결함을 가진 텍스트로만 존재했다는 통념은 당시 편성과 담론의 총체적 분석을 통해 재인식되어야만 한다. 기억해야할 것은 장르는 언제나 과정 중에 놓여있다는 사실이다. 장르는 고정된 어떤 것이 아니라 제작주체와 수용자의 의도가 뒤섞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추리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구 추리소설의 탐정형 인물이 사회맥락상 공감을 얻기가 어려웠던 한국의 사회적 맥락상 사상검사나 형사반장과 같은 공권력이 탐정의 자리를 대체하며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본래 추리물이 필수적으로 드러내어야 하는 논리적 이성은 수용자들의 요구와 취향에 따라 변화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한국 텔레비전 추리물에서 추리보다는 수사가, 근대적 이성보다는 연민과 공감의 휴머니티가 강조되는 현상은 한국의 텔레비전 시청자의 입장에서 추리서사를 받아들이는 독특한 맥락인 셈이다. 1970년대 수사극이라는 명명하에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던 텔레비전 추리물은 1980년대에 들어서 컬러방송과 언론통폐합을 맞닥뜨리게 된다. 텔레비전드라마는 자율정화와 개방이라는 기치 아래 신군부 정권의 문화예술 정책과 동행하게 된다. 이에 맞추어 추리와 범죄라는 새로운 즐거움을 수용하는 시청자들의 시각도 시대에 맞춰 변화해가고 있다는 점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87년 직선제 개헌에 따른 민주화가 가져온 일시적인 자유 앞에서 텔레비전 추리물 역시 자신을 변주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추리소설의 수용은 한국적 맥락을 다분히 의식한 선택으로 수사극으로 불리던 텔레비전드라마들이 추리극으로 변화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문제는 이러한 텔레비전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추리와 범죄를 접한 시청자들이 ‘국가 너머’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사회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공언하며 텔레비전드라마를 통해 계도와 계몽을 시도했던 공권력이 1980년대 내내 지속되었던 신군부 정권 아래에서 사회정의에 대해 보여준 대중예술만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1987년 이후 텔레비전드라마에 나타난 추리와 범죄의 새로운 양상은 한국 사회에서 정의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수호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대중적인 질문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직업적 범죄자들과 자경단의 충돌은 텔레비전드라마의 시청자들이 현실의 범죄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태도를 반영한 텔레비전드라마의 재연방식일 것이다. 공권력을 내세운 형사들보다 불법을 불사하면서까지 사적 제재를 수행해줄 자경단에게 ‘감정적 리얼리즘’을 느끼는 현상은 국가가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불신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욕망이 태생적으로 국가의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텔레비전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유의미한 현상이다. 1980년대 내내 국가의 발전을 시각적으로 과시해오던 신군부 정권의 욕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불온한 시선은 망가지고 부서지는 이들의 육체를 통해 가시화된다. 텔레비전 추리물을 둘러싼 시청자들의 장르적 욕망은 이 지점에서 새롭게 해석될 여지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keywords
Investigation drama, vigilante, mystery drama, television drama, violence, detective, 수사드라마, 자경단, 추리드라마, 텔레비전드라마, 폭력,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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