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본 연구는 90년대 통신 공간이 장르 창작자들의 정체성 모색과 나아가 무협-판타지라는 관습적 스타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공간적인 사유를 통해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60년대 홍콩・대만의 무협소설을 수입・번안하여 시작된 한국 무협의 시장은 시장 질서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돈을 버는 것에만 목적을 둔 나머지 80년대에 쇠락하였다. 한국 시장에서 다시금 무협이 성행하게 된 것은 신무협 작가들의 시도 때문이었고, 만화방이라는 유통 공간에서 서점으로 이양된 ‘무협’ 장르는 90년대 마초적인 남성들의 정념과 결합하며 독자적인 의미를 획득하며 장르의 시공간에서 근대화에 성공하였다. 90년대 동시기에 발흥한 한국 장르판타지는 동양적 환상의 맥락이 아니라 해외의 파편적인 환상을 혼성모방하여 만들어낸 키치의 결과물이었다. 그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창작담론들이 놓여진 상황에서 게임과 만화책, 애니메이션 등의 감성을 복제한 뒤 아무런 기반이 없었던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에만 집중하였다. 그들은 젊고 의욕 있는 편집자들의 행보로 인해 갑작스럽게 시장에 작가로 호출되었고, 그들의 작품은 ‘순문학’이란 타자에 의해 무협과 SF 등과 함께 ‘장르문학’으로 틀 지워졌고, 30년 이상 문법을 쌓아온 무협은 판타지라는 형상이 중세의 시기를 겪지 않고 갑작스러운 ‘근대’로서 현현될 수 있도록 근원적 질서를 형성하는 동시에, 판타지라는 결과물로써 과거화되고 해체된다. 본 연구는 80년대를 거치며 포스트모던적 소비대중 사회가 도래할 시기에 맞춰 폭발적으로 변모하였던 판타지와 무협 장르의 창작-유통 공간에서 창작자들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한편, 변화하는 매체적 공간이 서사와 장르의 관습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함으로써 비슷한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웹소설 연구의 토대를 닦는 것에 의의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