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글은 1980년대 일본에서부터 1990년대 <짱>에 이르는 학원 폭력 만화 장르 특유의 초창기 문화정치 계보를 추적한다. 기존의 논의는 <짱>을 한국적 학원 액션물의 측면에서만 독해했다. 이와 달리, 이 글은 <짱>을 학원 폭력 만화 특유의 보편적인 장르 관습과 문화정치를 탁월하게 현지화한 텍스트로 주목한다. 본론에서는 우선, <짱>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일본의 학원 폭력 만화 장르 고유의 남성향 서브컬처의 문화정치적 맥락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에 대한 탁월한 현지화의 사례로서 <짱>의 지역성과 주인공 현상태의 캐릭터성에 대해 자세히 논할 것이다. 결론에서는 동아시아의 초국가적 서브컬처가 각 지역의 시민사회 영역에서 유의미한 문화정치 담론을 제공하는 공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자유 진영에 속한 자본주의 국가체제로 발전을 구가했다. 특히 두 국가의 자본주의 체제는 수도 중심의 철저한 관료주의 사회 재생산 체제로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운동과 소외감을 지속적으로 비가시화해왔다. 비엘리트 도시적 남성성 문화에 기반한 장르 관습이 한국에 유의미한 서브컬처 레퍼런스로 착근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러한 ‘아시아적 지평’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