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연구는 기후소설이라는 동시대적 장르 현상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그 시공간적 특징을 살펴본다. 무엇보다도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도피하고 현실에 대한 관성적인 이해를 유지하기 위한 오늘날의 심리스 리얼리티의 감각에 균열과 파괴를 발생시키려는 기후소설의 시도는 장르적 개성화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에서 살펴본 김초엽, 천선란, 이종산 소설들에서 드러나는 시공간의 활용의 도상성과 그 전략적 서술은 기후 재난을 우리의 현실 인식과 교차시키며, 우리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현실 바깥으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 개방적 상상력을 제안하고 있다.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재난으로부터 분리된 폐쇄적 돔 공간과 대비하여, 재난에 대해서도 열려 있는 프림 빌리지라는 대안적 시공간을 통해서 이분법적인 경계를 넘어서 현실에 개입하는 횡단적 시공간을 제안한다. 천선란의 『이끼숲 』에서는 기후 난민들이 살아가는 지하 도시의 생명정치와 그 폐쇄적인 현실 인식을 통해서, 폐쇄적 대안 공간의 심리스 리얼리티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탈)경계적 시공간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이종산의 『벌레폭풍』은 어떤 실재적인 재난조차 무효화하고 상품에 대한 전시 속에서 심리스 리얼리티를 구성하는 신자본주의적 현실에 대한 비판을 통해, 각종 트러블과 공존하는 다공적인 시공간을 제안한다. 일련의 기후소설들을 통해서 기후소설이라는 장르화 현상과 함께 동시대적 현실에 개입하는 문학적 시도를 교차하여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