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논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삼체>가 동명의 원작 소설을 성공적으로 재창조했다는 관점에서 그 변주 방식과 주제적 의미, 파생 효과에 대해 논구한 글이다. 먼저 <삼체>는 방대한 시공간에 산포되어있던 원작의 인물들을 현재 상호 관련되는 인물들로 재편한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는 정형화되고 구성은 단순명료해지며 갈등 구도는 인류와 외계인, 우리와 타자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재구성된다. 이는 복잡한 원작의 이야기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청자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는 대중 친화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각색 방향성에 따라 주제적 의미 또한 원작과 달라진다. 먼저 정치적 측면에서는 국가/조직보다 개인을 강조함으로써 원작에서 제기되었었던 현실의 중국 관련 논란을 피해간다. 다음 윤리적 측면에서는 모성, 사랑, 희생과 같은 도덕 윤리를 서사의 원동력으로 삼아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정치성을 약화시키는 대신 전통적 윤리를 부각하는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전 세계 시청자에게 보편적으로 소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하지만 <삼체>의 이러한 서사 전략은 다른 측면에서 재론될 수도 있다. 캐릭터 재편 과정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지향하는 시도가 이뤄졌지만 그 속에는 서구 중심 세계 질서를 회복하려는 욕망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의 이상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인간성에 대한 천착보다 근대적 진보주의 세계관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삼체>의 서구 중심적 기획은 글로벌 콘텐츠의 본질적 속성과 관련해 향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