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2020년대에 이르러 현대로맨스 장르의 웹소설 중 ‘불륜 복수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자극적 흥미를 지향하면서 기존 막장 드라마의 설정과 연관된다. 이 연구의 목적은 불륜과 복수의 모티프가 포함된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로맨스 장르의 전형화된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나, 서사의 변화 양상이 나타남을 분석하는 것이다. 먼저, <멜팅 슬로우>와 <완벽한 결혼의 정석>을 중심으로 ‘상처녀’, ‘계약결혼’, ‘경쟁’ 클리셰를 살펴보았다. 이 세 클리셰는 인물의 관계 등 형상화에 차이는 있으나, 불륜과 복수를 다룬 현대로맨스 장르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가족에게 학대 받던 여주인공은 남편(애인)의 불륜을 알게 되면서 재벌가의 남성에게 계약결혼을 제안하고, 이는 복수를 성공시키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불륜과 연결된 형제자매 간 경쟁 속에서 친자 확인, 살인과 음모 등의 소재가 부각되며, 남녀주인공은 ‘낭만적 사랑’의 형태로 서로가 구원된다. 한편, <내 남편과 결혼해줘>(성소작)에서 여주인공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면서 피해를 당하는 인물이 생겨남을 깨닫고 ‘회귀자’의 윤리를 고민한다. 이 소설은 남녀주인공의 결혼과 임신을 통한 해피엔딩은 고수된다. 그러나 여주인공이 능동적으로 복수하는 과정이 부각되면서 여주인공과 조력자 간의 유대가 더욱 중요하게 형상화된다. 또한 <못 잡아먹어서 안달>(플아다)은 일반적인 불륜 복수물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는 작품이다. 여주인공이 애인의 배신을 복수로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여주인공과 내연녀의 경쟁이 부재한다. 그리고 여주인공이 로맨스의 의미를 재인식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탐색하는 성장 과정이 서사화되면서 로맨스가 지연된다. 성소작과 플아다의 작품은 재벌가 남성과의 결혼, 권선징악에 입각한 사이다 복수물이라는 전형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계약결혼’이 사라지고, 여주인공-내연녀의 경쟁 클리셰를 비틀면서 로맨스의 형상화가 달라진다. 이 연구는 낭만적 사랑을 지향하는 서사를 부분적으로 비켜가면서 새로운 스토리텔링 양상이 나타난 로맨스물을 세밀하게 분석했다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