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본 논문은 최근 연이어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혼례대첩〉,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밤에 피는 꽃〉을 대상으로 열녀/과부 서사가 열 이데올로기를 담아내는 방식을 분석하고 그에 내포된 동시대적 메시지를 살피고자 한다. 여성의 성(性)에 대한 의미와 해석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구성되며 사회 유지의 방편으로 활용되었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열녀/과부 서사는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현대적 매체를 통해 재해석되면서 동시대 시청자들의 문제의식과 선호도를 반영하게 되었다. 이에 텔레비전 드라마의 열녀/과부 이야기에는 서사적・매체적 차원을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세 드라마는 조선 과부들에게 가해지는 전근대적 열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직접 담아낸다. 하지만 열 담론을 조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해석을 시도함으로써 경력 단절 여성, 돌싱, 비혼 등 동시대의 사회 현상을 다루기에 열녀/과부 서사의 새로운 매체를 통한 판본(板本)이라 할 수 있다. 수절과부라는 설정은 이타적 사랑을 강조하는 장치로 활용되며, 과거에는 결코 현실화할 수 없었던 과부의 해방과 자아실현은 21세기의 판본에서만 가능한 서사 내부의 성취이다. 그러나 상업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매체적 특성은 제도의 폭력성을 간과하는 한계도 불러온다. 남편에 대한 의리를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을지 모르나, 그에 따라오는 감금 생활과 종사 요구는 분명 제도적 폭력이다. 세 드라마 모두 로맨스를 활용해 여성들이 사회적 억압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낭만화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부의 해방은 법과 권력에 기대어 의도적으로 설정된 절대 악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드라마 속 열녀/과부들의 판타지적인 결말은 전근대 열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가볍게 만드는 동시에, 동시대적 현실이 직면한 사회 문제도 ‘진정한 사랑’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열 담론의 새로운 판본으로서의 텔레비전 드라마들은 과거와 현재의 사회적 문제를 행복한 결말로 미봉하며 여전히 여성 주체를 소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