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연구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민자 서사에서 공통적으로 세대 간 문화적 돌봄이 나타난다고 보고, 이를 기제로 텍스트를 분석하여 ‘돌봄’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주는 의미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대중서사가 제시한 새로운 시대에 요청되는 돌봄 양상의 청사진을 명료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상 작품들은 해외에 정착한 한인 가족 중에서도 해외에서 태어난 이민 3세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에게는 낯선 한국 문화를 가진 할머니를 만나 서로 돌봄을 주고받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조손(祖孫) 관계와 서로 다른 문화라는 환경에서 기인하는 세대-문화 즉, 종적-횡적 교차가 인물들이 주고받는 돌봄의 의미를 보다 풍성하게 구현하고 있다. <미나리>의 순자와 <호랑이>의 애자가 이민 3세대의 손자들에게 행하는 돌봄의 양상을 살펴보면 자신이 경험한 한국의 전통 문화만을 강조하거나, 그들 세대의 가치관을 주입하는 일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돌봄이 아니었다. 피돌봄자인 손자에게 전념하며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너는 강한 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피돌봄자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고 돌봄을 행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며 상호 돌봄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피돌봄자가 돌봄을 수용할 때 비로소 돌봄 관계가 완성됨을 이야기하는 나딩스의 돌봄 윤리를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 살피고자 하는 돌봄자와 피돌봄자는 수용을 통해 상호 돌봄으로 나아가 연대의 주체가 된다. 최근의 돌봄 논의는 가정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적・제도적 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필요’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적 차원의 돌봄과 함께 타자의 존재를 수용하고 진정한 마음을 건네는 돌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런 현실에서 문화와 세대의 간극을 메워 서로 돌봄을 주고받는 이민자 서사를 살펴봄으로써 진정한 ‘돌봄’의 방향성을 탐색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