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에 이주한 한인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전세계적인 공감을 얻었다. 이 논문은 그 이유를 동시대 상황 및 담론과 관련시켜 해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미나리>의 주인공 제이콥은 가부장으로 호명된 인정투쟁의 주체이다. 그는 자신을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이라는 기표에 동일시함으로써 미국 사회의 상징계적 질서를 내면화하고 이에 맞춘 동일화를 수행함으로써 주체화를 꾀한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은폐하고 있기에 그의 상징계적인 욕망 달성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은 제이콥과 모니카의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제이콥이 자아이상을 실현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자기부정에 이르게 되고, 타자까지도 동일화시키려는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모니카는 자신의 취약함을 인지하는 주체이다. 모니카가 ‘함께’를 강조하는 것은 자신과 타자의 취약함과 의존의 불가피성을 알기 때문이다. 순자는 시스템이 요구하는 ‘할머니’라는 호명에 동화되지 않은 탈중심화 주체이다. 순자는 데이빗에게 ‘말걸기’로 다가간다. 순자는 데이빗이 진정한 주체화로 나아가게 하는 조건이자 세계가 된다. 데이빗이 제이콥으로부터 부여받은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자아이상도, 모니카로부터 투사된 대타자 신에 대한 두려움도 순자로 인해 해제되기 시작한다. 순자로 인해 발생한 화재와 창고의 전소는 상징계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 완전한 실패이자 절망적 사건이지만, 바로 이 실패가 취약성과 의존성을 깨닫게 되는 윤리적으로 전회의 계기가 된다. <미나리>는 상징계적 욕망과 환상을 가진 성과주체가 자신이 취약함을 깨닫고 탈중심화 주체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주체화를 통해 타자에 대해 책임을 갖는 윤리적 전회가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미나리>는 팬데믹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품고 있는 영화이며, 이 논문은 그 가치를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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