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70년대 후반~80년대 한국추리소설 속 재벌 표상을 분석하여 당대 대중들의 재벌에 대한 인식을 살피는 데 목적을 두었다. 재벌을 통해 당대 사회문제를 다룬 조해일의 『갈 수 없는 나라』(1979)와 박범신의 『형장의 신』(1982)은 ‘정의’에 대한 대중의 환상과 재벌 가부장의 지위 ‘상속’이라는 문제를 잘 보여주는 추리소설이다. 이 시기 추리소설은 현실의 사회 문제 및 사회구조 변화를 담아내는 한편, 가부장 이데올로기의 회복 및 가부장 지위 계승 문제를 전면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갈 수 없는 나라』의 남성 주인공은 부도덕한 재벌2세에 대한 복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지만, 범죄자가 되어 체포 되면서 오히려 현실에서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는 공적 영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라는 문제를 보여준다. 『형장의 신』은 고아인 남성이 재벌 후계자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모습을 통해 무한경쟁 속에 내몰린 남성주체의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남성 인물들과는 대조적으로 1980년대 한국추리소설의 여성 범죄자들은 완전범죄를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갈 수 없는 나라』의 여성 주인공은 남성 인물들이 끝내 놓지 못하는 도덕적 명분이나 가정 내의 자리에 집착하지 않으며, 성공과 신분상승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자산을 직시하고 최대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가는 범죄자인 여성을 성적,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으로 간주하며 단죄하려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초과한 여성의 욕망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해명하였다.
박범신, 『형장의 신』, 행림출판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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