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SF는 현실에서 과학기술이 존재하는 방식과 구현되는 양상을 다루는 장르이다. 과학연구원과 과학연구기관은 한국 현대 SF가 드물지 않게 다루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김초엽, 심너울, 정보라의 SF 소설에 나타난 과학자 표상에 대해 살피고, 이를 통해 한국 현대 SF가 과학자의 신화적 표상과 과학의 객관성이라는 환상을 해체하는 양상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공계 출신 작가로 잘 알려진 김초엽의 소설에는 여성 과학자가 자주 등장한다. 김초엽 소설의 여성 과학자들은 사건의 원인인 동시에 솔루션이며, 과학을 통한 자기완성과 연대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 확신에 찬 주체이기도 하다. 한편 심너울 소설의 과학연구/과학자는 본의 아니게 자본과 권력의 논리가 작동하는 거대서사의 장으로 휩쓸려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거대한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심너울은 이처럼 항상 불안한(anxiety) 과학자의 존재 양상을 밈(meme)화 시켜 그린다. 정보라의 경우 마르크스가 제기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소외’라는 문제가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가장 고도화된 지식노동의 장인 과학(자)의 세계에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냉소적으로 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