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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서사연구

  • P-ISSN1738-3188
  • E-ISSN2713-9964

Vol.30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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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현재 한국문학은 SF와 문단문학의 조우를 통한 부흥을 목도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감수성의 차원에서 김승옥의 1960년대 SF, 듀나의 1990년대 SF, 천선란의 2020년대 SF를 통과하며 변화하는 주체성의 양상을 추적해 보았다. 김승옥은 ‘감수성의 혁명’을 통해 한국문학에 근대적 주체의 탄생을 알렸고, 4.19세대는 스스로의 문학에 등장한 개인을 ‘진정성의 주체’로서 의미화한다. 이에 기반한 김승옥의 <50年後, Dπ9記者의 어느날>(1970)은기술 발전에의 예측은 기발한 한편 여성 타자화와 인간중심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인간(남성) 주체성의 상실을 우려하는 불안이 지배하는 서사는SF임에도 사회의 혁신을 상상하지 못한다. 1990년대 듀나의 SF는 진정성의 계승에 매몰되었던 문단문학과 철저히 무관했기에 역설적으로 1990년대의 문학장을 확장하는 데 중요하다. 사이버공간에서 한국 SF를 장르문학으로 정립시킨 듀나는 주체 자체에 무심함으로써 자유주의 휴머니즘 주체를 해체할 뿐 아니라 인간중심주의를 극도로 혐오하는 반(反)인간주의의 세계관을 특징으로 한다. 이로써 듀나의 SF는 직접적으로 가부장제를 공격하거나 여성 문제를 발화하지 않으면서도 지식인 남성 중심의 진정성 레짐을 해체하고 근대적 휴머니즘의 외부를 모색하는 방식으로 페미니스트 시각을 확보한다. 한편 1960년대 김승옥이 개인의 발견과 자기세계의 구축을 통해 ‘감수성의 혁명’을 가져왔다면, 2020년대 천선란은 타자의 행복을 느끼며 변하는 휴머노이드 콜리를 통해 ‘포스트 감수성’을 제시한다. 『천 개의 파랑 』(2020)에서 천선란은 감수성을 인간만의 전유물로 보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인간과 기계 모두 감각하는 방식이 다를지언정 공히 감수성을 갖는 존재들이라는 점을 확인한다. 이렇게 최근 한국문학이 보여주는 ‘포스트감수성’은 모든 감각하는 존재의 특징으로 확장됨으로써 대상을 타자화하고 자기와 구별 지음으로써 주체성을 확보했던 진정성의 주체와 결별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과학소설과 일반소설, 그리고 페미니즘이 교차하는 사변적 페미니즘(SF)을 통해 예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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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인류세(Anthropocene) 담론의 학문적 확산으로 이어졌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인류세 소설’ 개념도 등장했다. 인류세는 현실의 이해와 대응을 둘러싼 명명법이자 서사들의 경합으로 인식할 수 있다. 문학 연구에서도 인류세 비평의 수립과 실천이 요청된다. 이 논문은 ‘기후 위기와 AI’의 문제를 함께 다룬 한국 SF 서사를 기후 소설(Cli-Fi)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가이아 이론의 주창자 제임스 러브록은 기후 위기를 AI가 해결할 것으로 낙관하고, 이를 ‘노바세’(Novacene)로 부른다. 많은 SF 영화와 소설에서도 AI에 의한 기후 위기 해결을 그린다. 김소연과 윤해연의 SF 단편소설 <가이아의 선택>과 <일인용 캡슐>은 기후 재난 앞에서 AI에게 ‘그린 리바이어던’으로 정치적 권한을 위임하는 서사다. 박지홍의 SF 만화 <HOTEL, SINCE 2079>는 인류 멸종 이후 복원 과정을 비인간 서술자 AI에 의해 회고한다. 삼성전자 웹드라마 <고래먼지>는 우울한 기후 재난의 시대를 AI 기술이 구원할 것을 낙관한다. 이 논문은 기후 위기에 대한 이러한 기술 해결주의적 상상력의 위험성을 비판한다. 세계에 대한 파국과 구원의 서사를 상상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기후 위기와 AI 서사는 강력한 서사적, 수사적 힘(효과)을 지닌다. 이 논문은 기후 위기와 AI 서사가 우리의 미래의 변화에 관한 것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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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연구는 최근 청소년 SF에서 다중우주적 상상에 기반한 자기돌봄 서사가 증가함에 주목하여 그 양상을 살피고 그 의의와 한계를 고찰하였다. 대상 작품들은 자기를 괴롭히는 생각들에 사로잡힌 여성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이 또 다른 ‘나’를 만나며 겪는 자기돌봄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자기돌봄 과정에 이르는 여정은 비슷하지만 ‘나’와 맺는 관계의 양상은 다르다. <다꾸의 날>과 <붉은 실 끝의 아이들>은 ‘부정적 자아’와의 대결을 통해 자기를 통찰하게 되고, <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와 <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는 ‘미래의 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와 협력하며 ‘현재의 나’를 포용할 용기를 갖게 된다. 최근 청소년 소설에서 자기돌봄 서사가 증가하는 이유는 일상의 스몰 트라우마가 청소년들을 압박하며 청소년들이 부정적 자아를 갖게 되는 현실과 관련 있어 보인다. 이때 SF의 다중우주적 상상은 ‘나’와 ‘나의 세계’를 내면에 가두지 않고, 다른 개체와 우주로 형상화하여 정적이고 관념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자기돌봄 사건을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또 ‘나’를 보다 입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상상력을 제공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SF가 기술문명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세계관의 탐구나 미래 사회를 상징하는 장치로서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가 피상적으로 재현되고,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환상적 모티프로 해결하여 다중우주적 상상을 과학보다 환상적인 것으로 좁히는 한계가 있다. 이 연구는 최근 청소년 SF를 자기돌봄 서사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며, SF를 기능적 측면에서 고찰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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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프랭크 허버트의 SF 시리즈 『듄 』이 베네 게세리트에 의해 만들어진 궁극의 인간 컴퓨터, 퀴사츠 해더락을 아라키스의 운명과 연관짓는 방식을 탐색함으로써 기존의 인공지능 담론이 삭제한 인공지능의 신체를 복원하고, 인공지능을 행성 단위의 물질대사에 의해 구성되는 신체로 새롭게 사유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고의 1장은 작중의 기계파괴 운동인 버틀레리안 지하드 이후 기계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한 인간 존재들을 마누엘 데란다의 진화 개념에 입각해 진화된 형태의 지능기계로 재규정하고, 『듄 』이 어떻게 인간과 기계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지를 탐색한다. 2장과 3장에서는 『듄 』이 어떻게 물과 스파이스를 매개로 기계-인간의 물질대사를 행성 단위의 물질적 순환과 연결짓는지를 검토한다. 이후 4장을 통해 이러한 상호 연결에 의해 야기되는 재귀적 복잡성이 『듄 』에서 어떻게 긍정의 대상이 되는지를 『파운데이션 』과의 대조를 통해 확인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듄 』의 이러한 관점을 유시 파리카의 방법론과 결합시켜 오늘날의 인공지능에 적용함으로써 생성형 AI에 대한 지질학을 시도한다. 『듄 』이 보여주는 퀴사츠 해더락에 대한 상상력, 무한히 소급해 올라가는 복잡성을 기꺼이 수용하는 체화된 의식으로서의 지능기계에 대한 관점을 기술문명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생성형 AI에 적용해 보는 이러한 시도가 러다이티즘의 협소한 이분법을 넘어, 인공지능의 문제를 자원의 고갈,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의 속에서 새롭게 바라보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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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의 목적은, 동아시아 블록 차원의 유통이 장려되거나 강제되던 신체제기(1940-1945)에 조선에서 공연된 가극단들의 민족(지역) 재현물을 주목하고, 그 민족 재현물이 ‘국책의 요구’와 조응하는 양상을 규명하는 것이다. 일본의 도호무용대와 다카라즈카가극단이 국책 선전극으로 기획한 ‘도호 국민극’이나 ‘동아공영권 시리즈’에는 동아 재현물이 상당했다. 선택적으로 절취한 민족적 기표를 시청각적 표현 매개로 삼은 이들 동아 재현물들은, 재현 주체로서 제국 일본의 위상을 전시하는 효과를 내었다. 이 일본의 두 공연단들은 각각 두 차례씩(도호무용대는 1940년과 1941년에, 다카라즈카가극단은 1942년과 1943년에) 조선에서 대규모 공연을 실시했다. 일본과 만주로 진출했던 조선의 가극단들도 민족(지역) 서사를 가극으로 무용극으로 만들어 공연했다. 라미라가극단과 반도가극단의 <콩쥐팥쥐>, <견우직녀>, <은하수>는 아시아에서 널리 공유되는 설화를 채택하면서 조선의 향토성을 강조하는 식으로, 대동아공영 이념을 재현하고 조선을 타자화했다. 특히 <콩쥐팥쥐>는 노동하는 소녀와 협동하는 아이들 이미지를 통해 총후에 요구되는 생활 감각을 제시했고, <견우직녀>는 견우와 직녀를 ‘떠오르는 태양’과 ‘천녀’라는 일본적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써 일본을 범아시아의 중심으로 재현하는 효과를 내었다. 한편, 조선악극단과 반도가극단의 <목란>과 <맹강녀>는 지나의 설화를 레뷰화한 것으로, 전쟁터의 여성용사와 부역장의 열녀 이미지를 통해 국방국가 건설에 부응하는 여성상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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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쿤둔>에서 드러난 티베트 디아스포라의 서사적 의미와 공감각적 연출을 추론한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쿤둔을 티베트인의 의식과 관습, 행동, 진정성을 통한 미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는 쿤둔의 눈을 통해 티베트의 현실과 사물, 비극을 바라본다. 이 연구의 목적은 티베트 디아스포라를 시적 미학의 관점으로 해석하며 시청각적 공감각으로 디아스포라 의식의 유대와 고양을 도모한 영화 미학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있다. 멜리사 매티슨의 영화 서사는 환생으로 선택된 자인 쿤둔이 중국의 야욕과 지배 앞에 무력한 자가 되어 망명길에 오르고, 무장 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되어도 비폭력 노선을 견지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쿤둔>은 티베트 불교를 디아스포라 의식으로 일깨워 세계화 불교의 새 지평을 연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설산 히말라야와 모래 만다라가 디아스포라 서사와 중첩한다. 이는 연기(緣起)와 윤회(輪廻)의 사상적 시각과 은유적 개념을 시적 미학으로 드러낸 것이다. 연기와 윤회는 우주 질서와 자연 운행의 섭리이므로, 모래 만다라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침략으로 티베트 불교가 파괴되어도, 티베트 디아스포라인은 종교와 문화를 보존하는 제의 수행과 예술 활동을 지속한다. 영화에서 티베트 음악은 종합 예술이나 불교 의식과 어우러지고, 티베트 언어나 문화에 대한 정체성과 가치를 재인식하게 만든다. 필립 글래스가 티베트 음악과 예술, 의식에 부합하는 영화 음악을 고민하며 세운 목표는 화성, 선율, 리듬의 세 요소를 단일한 표현으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그는 미니멀 음악의 반복적 특성을 영화 서사의 전달과 강조, 기대의 간접 표현으로 삼는다. <쿤둔>의 디아스포라 서사는 초(超) 민족주의와 세계화를 지향하고, 그 디아스포라 영상과 음악은 티베트의 미학과 영성을 합일한다. 이러한 서사와 연출은 티베트로의 귀환을 통합과 해방의 알레고리로 성취하는 형식이다. 이 글은 <쿤둔>에서 시청각적 공감각으로 발현된 디아스포라 의식의 영화 미학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그 연구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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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1994년 한국 텔레비전의 외화 자막 방송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텔레비전에 대한 접근(access)의 문제가 방송의 공공성과 연관해 논의되었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1994년에 문화방송(MBC)이 주말 외화 시리즈 <베벌리힐스 아이들(Beverly Hills 90210)>과 <주말의 명화>(월1회)를 성우의 더빙 없이 자막으로 방영한 것을 계기로 첨예해진 ‘자막 대 더빙’ 논란은 1980년대 후반 이후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방송의 개방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시대 세계화의 이슈가 맞물린 사건이었다. 외화의 자막 방송에 대한 찬반론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문화의 창’으로서 텔레비전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을 뿐 아니라, ‘보편적인 시청자’의 개념에 균열이 발생했으며 접근(access)에 대한 문제가 가시화되었다. 다양한 계층과 연령, 문해력, 장애가 미디어 접근성과 어떻게 관계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한국의 영상 문화에서는 이때에야 비로소 담론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막 대 더빙 논란을 통해 담론화된 텔레비전에 대한 접근 문제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더 많은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커브컷(curb-cut) 효과의 아이디어를 ‘납치’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떤 방식의 접근도 ‘모두’를 공평하게 미디어와 매개할 수는 없음을 확인시켰다. 접근의 문제는 완료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실천 과정으로서 시간과 에너지, 자원을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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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시간을 병원을 오가며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떨어져 외로움을 느끼며 최후를 맞이하는 경우도 흔하다. 인간의 수명은 과거보다 길어졌지만, 죽음을 앞둔 이들의 삶의 질은 결코 좋아지지 않았다. 삶을 존엄하게 살다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본 논문은 존엄사, 혹은 안락사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들을 살펴보았다. <씨 인사이드>, <다 잘된 거야>, <플랜75>가 그 영화들이다. <씨 인사이드>는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자신의 삶을 존엄하게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려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 잘 된 거야>는 아버지의 죽음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받은 딸이 고뇌 끝에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플랜75>는 옴니버스 영화 <10년>에 포함된 짧은 단편 영화로, 안락사가 보편적 제도로 자리잡은 미래 사회를 표현한 SF 영화다. 본 논문은 이러한 영화들을 통해 존엄한 죽음을 위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과 성찰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국 사회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소수의 병들고 나이 든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회에서는 이른바 ‘조력존엄사법’이라는 이름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탐구의 목적은 죽음을 희망하거나 선택하는 사회가 아니라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인간 삶의 가치를 더 깊게 성찰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곳은 죽음과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갈림길이 아니라, 존엄한 삶으로부터 존엄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영화를 통한 성찰과 고민을 바탕으로, 현실의 조건들을 보다 명확히 직시할 수 있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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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의 TV 드라마로 한국에서도 10년 넘게 방영된 인기 시리즈다. 이 드라마는 고급 음식점보다는 서민 음식점을 배경으로, 요리장인이나 평론가 유형의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평범한 중년의 신사가 음식의 맛에 대해 담백하게 감탄하는 점이 기존의 미식 서사물과 차별화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이 글에서는 <고독한 미식가>를 구성하는 기호들을 분석함으로써 텍스트에 내재된 주제들을 천착해내려 하였다. 특히 드라마의 식사 장면 외에도 적잖은 분량을 차지하는 산책 장면으로까지 시선을 넓혀 텍스트가 갖는 의미를 확장해보았다. 본고의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과거지향적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고, 산책에서도 과거에는 긍정적인, 현대에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좋았던 과거에 대한 향수는 종종 ‘쇼와’로 표현된다. 이는 좋았던 시절에 대한 낭만적 시선에 그치며 식욕 앞에서 쉽게 잊힌다. 둘째, 식사 장면에서 주인공은 긍정적인 자세만을 취한다. 이는 섭외된 식당의 홍보가 드라마 제작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식사 장면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홍보가 되면서 제작진은 기존의 미식 서사물과 변별되는 연출법을 활용한다. 주인공의 독백과 식사의 양이 증대되고, 메뉴판이나 식당 손님들의 메뉴 선택도 주목되고, 자막으로 음식에 대한 기대가 함께 제시된다. 셋째, 여러 장면에 걸쳐 일본적 정체성이 강조된다. 산책뿐 아니라 식사 때도 주인공은 일본인임을 여러 번 실감하며, 쌀밥은 그 매개체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고독한 미식가>는 역사와 거리, 음식 등 일본의 여러 얼굴을 전시하면서도 그 긍정적인 면모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보기에 편안하지만 동시에 탈역사적 드라마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리고 <고독한 미식가>의 인기는 이 드라마가 일본의 긍정적 이미지를 유통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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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the position of East Asians in the racial order of the 21st century by scrutinizing Claire Jean Kim's 2023 book, Asian-Americans in Anti-Black World. Kim explores the positionality of Asians in the racial order of the United States as well as of the globe under the impact of escalating anti-Black racism, exacerbated in the United States both before and after the COVID-19 pandemic. Although there have been widespread news reports of a surge in hate crimes against Asians in the U.S. due to COVID-19, which originated from Wuhan, China, relatively few Asians have suffered to the extent to lose their lives. In stark contrast, anti-Black racism, rooted in slavery from the early seventeenth century and persisting into the 21st century, continues to infringe upon the human rights and claim the lives of many Black individuals. Kim thus contends that the comparative advantages enjoyed by Asian-Americans relative to Blacks have been constructed by Whites, and this positionality of Asian Americans needs to be examined vis-a-vis that of Whites and Blacks in comparative perspectives. In other words, the comparative advantages of Asian-Americans to Blacks, which are also comparable to White’s absolute advantages, stems from not being black-skinned. In her latest book, Kim accordingly undertakes extensive and exhaustive research on the immigration histories of Chinese, Japanese, and Korean Americans in comparisons with Whites and Blacks, particularly in criticizing anti-Black racism in the United States by comprehensively referencing theories, historical materials, court records, and textual sources of arts and culture. Closely reading Kim’s arguments and discussions made by that research, this study critically delves into how we can apply and engage with the arguments and discussions by connecting them to Korean and East Asian socie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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