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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1990년대 박완서의 소설이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방식을 논하였다. 특히 박완서의 대표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창씨개명, 일본어책읽기, 그리고 ‘위안부’ 강제동원을 어떻게 당시 주류적 담론과 다른 방식으로재현하는지 분석했다. 우선, 민주화 이후의 한국에서 창씨개명 이력은 ‘친일’의상징으로 여겨졌으나, 이 소설은 일본의 식민주의 정책에 적극 협력한 사람들도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당대의 상황을 제시하여, 창씨개명 사실이 ‘친일’과 등가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동안 공개적으로 잘 언급되지 않았지만, 해방기에 문학적 소양과 지적 열망이 있던 사람들에게 일본어 책읽기는 이를 해소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였음을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서는 1990년대 초 주류 언론이 ‘위안부’ 문제를 여성 ‘정조’ 에 대한 침해로 재현했던 것과 달리, 당시 10대 중후반 여성들과 그녀들의 주변인들이 피해를 본 젠더화된 문제로 제시한다. 이렇듯 이 소설은 민주화 이후에도‘복원’되지 못한 식민지시기의 유산들을 ‘기억’을 매개로 재현하여, 식민주의에대한 다층적이고 비판적 성찰을 촉구한다.
This paper examines how Park Wansuh’s 1990s novels offer fresh perspectives on Korea’s colonial period, focusing on Who Ate Up All the Shinga?. It explores themes like the Forced Name Change [sōsikaime], reading in Japanese language, and the forced mobilization of comfort women. While post-democratization South Korea viewed the Forced Name Change as the evidence of Japanese collaboration, the novel reveals that active collaborators did not always undergo name changes, unlike ordinary people who did so to avoid disadvantages. The novel also highlights that reading Japanese books was crucial for literary and intellectual aspirations during and after the colonial era. Finally, it contrasts the 1990s media’s portrayal of comfort women with its gendered impact on girls and their communities, urging critical reflections on unresolved colonial legacies.
부천서 성고문 폭로 사건 이후 권인숙이 운동권 여대생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을 때, 바야흐로 운동권 여대생 주체 구성의 상징체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시작했다. 이를 징후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사이에등장한 운동권 여대생 소설이다. 1991년 7월, 공교롭게도 거의 동시에 출간된김인숙의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과 공지영의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에서는 운동권 경험을 지닌 두 여성 작가가 운동권 여대생의 서사를 통해 섹슈얼리티 문제와 함께 운동권 여대생의 정치적 주체 구성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글에서는 당대에 대중적인 파급력을 지녔던 김인숙과 공지영의 두 소설 텍스트에서 운동권 여대생의 섹슈얼리티 극복이라는 주제가 문학적으로 코드화되는 양상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 이행하는 주체의 헤게모니가 ‘숭고의 도덕’에서 ‘낭만적 윤리’로 변화한다는 점을 규명한다.
When Kwon In-sook became a symbolic figure representing undongkwon female college students in the late 1980s, a significant shift emerged in the symbolic system of the political subjectivity. This shift is symptomatically reflected in the novels about un-dongkwon female college students in the early 1990s. Kim Insuk’s Kinbam ch’alpke tagaon ach’im(The Long-Night and the Morning Coming Shortly) and Gong Jiyeong’s Kŭrigo kŭdŭrŭi arŭmdaun sijak(And Then, Their Beautiful Beginning), both by female writers with undongkwon backgrounds, explore the issues of undongkwon female college students’ sexuality and violence, and the construction of their political subjectivity. This paper analyzes how the theme of undongkwon female students overcoming their sexuality is codified in the two novels by Kim Insuk and Gong Jiyeong, which had considerable popular influence at the time. Based on this analysis, it elucidates how the hegemony of subjectivity transitions from the ‘sublime morality’ to the ‘romantic ethics’ from the 1980s to the 1990s.
이 글은 1990년대 페미니즘적 전회를 재구성하기 위해 페미니즘 정치와 고통의관계를 ‘접촉’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특히 1990년대 초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되던 당시에 성폭력 개념 논쟁에 주목함으로써 타자의 고통에 페미니스트가 어떻게 반응하고, 해석하며, 번역하였는지를 세심하게 들여다보고자하였다. 이때 여성 단체들의 소식지인 『베틀』과 『나눔터』는 여성의 고통을 개념화·의제화·법제화하기 위해 증언 문화에 의존하였고, 이는 역으로 ‘여성의 고통받는 몸’에 부정적인 정동적 가치들을 축적하게 만들었다. 한편, 『무소의 뿔처럼혼자서 가라』는 페미니스트가 여성의 고통받는 몸과 접촉하는 장면을 빈번하게그림으로써 광의의 성폭력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비평 담론의 차원에서 이텍스트는 ‘성폭력’ 특별법 제정 운동과 연결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작품에서 성폭력의 연속선을 재현할 뿐만 아니라, 고통에 대한 애착과 기만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페미니스트를 형상화했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당대 페미니즘 정치와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이 텍스트는 여성의 고통받는 몸에 대해 문학이 할 수 있었던 역할은 죽음을 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것이었음을 드러냄으로써 정치적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This treatise attempts to examine the relationship between feminist politics and suffering from the perspective of ‘contact’ to reconstruct the feminist turn of the 1990s. It pays particular attention to the debates on the concept of sexual violence during the enactment of the Special Act on Sexual Violence in the early 1990s, aiming to closely observe how feminists responded to, interpreted, and translated the suffering of others. During this time, the newsletters Loom, Nanumteo of women’s organizations relied on the culture of testimony to conceptualize, agenda-setting, and legislate women’s suffering, which in turn accumulated negative affective values around the ‘suffering bodies of women’. Meanwhile, Go Alone Like a Rhino’s Horn frequently depicted scenes of feminists contacting the suffering bodies of women, thereby presenting a broad concept of sexual violence. However, in the realm of critical discourse, this text was not connected to the movement for the enactment of the Special Act on Sexual Violence. Nonetheless, it is noteworthy that this work not only embodied the continuum of sexual violence but also portrayed feminists experiencing internal conflicts between attachment to and deceit of suffering. Although it was not connected to contemporary feminist politics, the text presents a political message by revealing that the role of literature could play regarding the suffering bodies of women was to show a gesture of not accepting death as the end.
〈취연전〉은 〈정을선전〉으로부터 파생된 이본으로 여겨졌지만, 남주인공이 아닌여주인공 중심의 서사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들 작품 간의 관계는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있다. 더욱이 이는 가정소설의 두 갈등 유형, 곧 계모와 전실소생 간의 갈등과 전실과 후실 간의 갈등이 연이어 중첩된 독특한 서사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전체 서사의 중심인물로서 사건의 중심에 놓인 서사주체의 문제와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서사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갈등 구조를 이해할 때, 〈취연전〉이라는 서사를 이해할 수 있고 그때에야 비로소 〈정을선전〉을 비롯한 같은 유형의 작품 간의 관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의 목적은 〈취연전〉이 여주인공 중심의 서사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여,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의 특성과 서사구조를 살펴 가정소설의 두 가지 갈등 양상의 중첩에 나타나는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작품의 주제와 함께 이 작품이 당대 독자들에게 주었던 미적 효과에 대해 살피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인물의 행위를 중심으로 전체 서사를 정리하고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인물의 성격과 인물들 간의 역동적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서사 원리를 살폈다. 전체 서사의 주체이자 중심인물 취연은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대상을 욕망하지만 이를 획득하는 실질적 능력은 갖지 못한 무력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대신원조자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파송한다. 취연은 욕망 달성을 위해 원조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이때 타인의 희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 이 과정에서취연은 타인을 속이고 이용하는 이기심과 냉정하고 모진 양면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가정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과는 다른 인물 형상을 보여준다. 반면 취연과대립하는 인물들은 천성적으로 악한 존재라기보다 취연과 동일한 대상을 두고경쟁하는 가운데 적대자의 기능을 수행하는 ‘반주체’이다. 도리어 취연의 원조자들이 동시에 반주체의 계획에 직간접적으로 일조함으로써 이중성을 드러낸다. 〈취연전〉에는 모두 여덟 번의 죽음이 그려진다.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 속에서 전체 서사를 관통하는 것은 자식과 관련된 모성이다. 연이은 죽음 끝에 결국 남는 것은 끈질긴 생명력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다. 〈취연전〉이공감을 얻고 사랑을 받은 이유는 모성을 바탕으로 잔혹한 현실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과 생의 욕동으로 고양된 삶을 이루어내는 새로운 인물 유형, 그래서가정소설의 전형적인 선하고 순종적인 인물이기보다 무력하지만 때로는 냉정하고 이기적이기도 하여,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인 인물로 형상화된 취연에게서 찾을 수 있다.
임옥인의 일부 소설은 가부장제에 순응적이면서 한편으로 그것의 모순을 비판하는 이중적이고 착종된 시선이 한 작품 안에 공존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글에서는 바이겔(Sigrid W igel)의 ‘사팔눈의 시선(Der schilende B lick)’, 수전랜서와 보리스 우스펜스키의 관점과 태도로서의 시점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임옥인 소설의 이중성이 어떤 서사적 장치와 서술심급을 토대로 형성되는지를살펴보았다. 「후처기」는 자존심 강한 주인공의 내면을 내적 초점화를 통해 상세히 서술하면서 서술자와 인물의 거리가 그 어떤 소설보다도 가깝게 설정되어 있어 독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결말부에서 보이는 극단적 정도를 나타내는 수식어구 삽입과 조감자적 초점화자의 위치로의 변화를 통해, 서술자와 인물 사이의 소원함의 거리가 늘어난다. 이는 여전히 전처의 자식에 대해 ‘위험한’ 질투와 경계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주인공이 당시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격리될 수밖에 없다는 내포작가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 개입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전처기」 역시1930년대 중후반 여성지 독자들에게 인기 있던 서간체 양식이 사용된 소설로, 수신자인 남편과 발화자인 여성 주인공 사이 ‘복종–멸시’의 양극단의 축을 교차적으로 오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주인공의 남편에 대한 절절한사랑과 극단적 원망을 교차적으로 전경화–후경화하고, 아이를 낳지 못해 후처를맞이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당시 관습에 대한 주인공의 날카로운 비판을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임옥인이 월남 이후 작가, 생활인으로서 안정되던 시기에 발표된 「현실도피」는 권위적 이종제시 서술자의목소리로 추희라는 주인공의 인생 행로를 도피적인 것으로 논평한다. 그러나 그뒤에는 여성에게는 교육 기회를 주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못할 경우 받게 되는부당한 대우라는 사회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어 그 모순을 독자가 감지하도록 만들고 있다. 또한 결말부에 가서 시종일관 추희를 비판했던 이종제시 서술자가 추희의 말을 사용하는 자유간접화법을 사용함으로써, 서술자의 논평과는 대비되는내포작가의 주제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심급 설정과 서술자–인물 사이의 유동적 거리 조절을 통해 작가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성의 고유한 삶과 감정에 대해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들에서 김말봉의 성노동자 형상화 방식에 대한 분석은 해방 후 공창폐지운동을 다룬 소설들에 집중되어온 경향이 있다. 이 글은 그와 같은 연구사를보완할 목적으로 식민지기 소설들과의 연장선상 속에서 김말봉의 성노동자 형상화 방식을 논한다. 이를 위해 분석 대상으로 삼은 텍스트는 『밀림』(1935~1938), 『찔레꽃』(1937), 『화려한 지옥』(1951)이다. 각각의 소설들에서 성노동자 여성인물들이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밀림』과 『찔레꽃』에서는이들이 저마다의 욕망과 행위성을 지닌 주체로 등장하는 반면, 『화려한 지옥』에서는 행위성이 소거된 존재로 등장함을 알 수 있었다. 본 논문은 이러한 퇴행의원인을 김말봉이 ‘자발적 성매매/비자발적 성매매’의 이분법적 구도로 경사되었던 것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를 발판 삼아 ‘자발/비자발’의 구도를 탈피한 성매매패러다임을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본고는 그것으로 ‘성노동’이라는 개념 틀을 제안한다. 이때 ‘성노동’이란 보다 폭넓은 개념으로서 매춘여성과 비매춘여성이 연결되는 자리이다. 바로 그 자리에서 성매매 여성은 구제 또는 배제의대상이 아닌 연대의 대상으로 상상될 수 있다.
In existing studies, analyses of Kim Mal-bong’s figuration of sex workers have tended to focus on novels about the campaign to abolish the licensed prostitution system which are published after the liberation period. This article aims to discuss Kim’s figuration of sex workers including her novels during the colonial period. The selected texts are “The Dense Forest”(1935-1938), “The Multiflora Rose”(1937), and “The Splendid Hell”(1951). By focusing on how female sex workers are portrayed in each novels, I found that they are presented as subjects with their own desires and agency in “The Dense Forest” and “The Multiflora Rose”, while their agency is absent in “The Splendid Hell”. This paper traces the cause of this regression to Kim’s inclination toward the dichotomy of ‘voluntary/non-voluntary prostitution’. Furthermore, this article argues that it is necessary to build a paradigm of prostitution which breaks away from the ‘voluntary/non-voluntary’ dichotomy. The conceptual framework of ‘sex work’ could be an alternative. It is a broader concept which could connect prostituted women and non-prostituted women. Through this, we can imagine prostituted women as objects of solidarity rather than of salvation or exclusion.
1950년대는 신생국가 설립, 국가재건과 관련한 법제 청산과 생성을 위한 길항의 시대였고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한 국가적 이념 구축을 위한 과도기였다. 법령을 통해 국가 기관을 구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수순이었고 법의 안정성은 민주주의라는 국가이념을 정초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여성 교양과 문화를 선도했던 『여원』은 개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로서의 법에 대한 개념을 생성하며, 민법 제정에 대한 여론을 수렴, 친족상속편의 부계중심적 법률 조항과 전통 존중론의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담론화했다. 『여원』은 창간 초기부터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 민법 제정에 대한 논의들을 독자들과 공유함으로써 법의식 형성을 주도했고, 여성의 법적 주체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 젠더적 법담론을 통해 여성독자들은 국가재건기 국민의 일원으로 동참할 수 있었다. 잡지는 법률상담 코너인 「법률상의」를 통해 독자와의 소통을 확대하면서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게 되는 혼인, 이혼, 재산상속, 호주제에 대한 법적 문제들을논의했다. 부계중심적 가족제도 내의 여성의 소외와 차별, 젠더 불평등의 법제도가 「법률상의」를 통해 폭로되고 전시됨으로써 가족법 개정에 대한 논의는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익명으로 여성 삶의 내밀한 내용과 신변을 공개하는 행위는여성의 사회적 발언의 시작이었고, 여성의 문제를 스스로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법률 조항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 시위와 공청회의 참여, 국회청원 등의 활동에 관여함으로써 감정공동체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1950년대 『여원』의 젠더적 법담론은 국가 재건기 국민화 과정의 일부로 논의됨으로써 여성의법적 주체의 형성과 법치주의에 의한 민주주의적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해 4.19를 예비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본고는 기후위기 시대 어린이와 청소년이 재현과 현실 정치에 있어 이중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동시대 재현물을 살핌으로써 어린이·청소년의 대안 정동에 관한 시론적 논의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동이라는 문제 틀은 어린이·청소년을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몸’을 지닌 사회의 구성원으로 전경화하며 재현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론이 될수 있다. 사라 아메드가 ‘행복’과 같이 사회가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정동과 불화하는 정동 소외자(affect alien)에 주목했듯, 본고는 이중 소외 속에서 포착되는기후위기 시대 어린이·청소년 정동의 정치적 가능성을 읽어내고자 한다. 따라서본고는 정동 연구자 신 야오(Xine Yao)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린이·청소년 정동을 ‘다르게 느끼기’(feeling otherwise) 위한 수행적 과정으로서, 어린이·청소년을 정동 당하는 존재로 낭만화, 대상화해온 기왕의 정동으로부터 탈각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먼저 2장에서는 이기훈의 그림책『09:47』(2021)에 대한 메타 분석을 통해 어린이의 정동에 대한 재현의 문제를 톺아본다. 근대적 시간성의 균열을 체현하는 어린이의 신체는 독자를 연루시키며 정동적 질문을 제기한다. 이후3장에서 청소년 기후 행동 활동가들의 사례와 그 연장선상에서 청소년 기후위기시집 『알았으면서도』(2023)을 분석하며 재현 안팎에서 포착되는 청소년들의 정동적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본고는 기후위기 시대 어린이·청소년 재현의 딜레마를 징후적으로 독해하고, 그를 정동이라는 문제 틀로 다각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어린이·청소년의 대안 정동은 기성의 정동 정치에 대항하여 근대적 미래주의에 균열을 가하는 새로운 시공간성을 지시한다. 그러나 본고에서 살펴본 텍스트들은 자연/문화, 어른/아이의 이분법을 재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중심주의적이라는 한계를 내포한다. 어린이·청소년의 대안 정동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양가적 함의를 유의하며 보다 면밀한 역사화 작업을 통해 보충될 필요가있다.
퀴어 느낌의 정치는 섹슈얼리티 실천을 둘러싼 퀴어 정치를 넘어 좋은 삶 내지는 살만한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면서, 퀴어한 몸들이 살아내는 삶의 방식과 느낌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의미를 추적하여 대안적 삶의 다른 가능성을 탐색한다. 본고는 동시대 한국소설에서 퀴어 느낌의 정치에 주목할 때, 김지연, 김병운, 이선진, 김멜라의 소설적 사례들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현상되는 퀴어 즐거움의 양상과 서사적 의미망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서사화된 퀴어 즐거움은 퀴어 느낌들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부정성과 긍정성의 분절적 스펙트럼을 포괄하면서 나타나며, 퀴어 인구의 삶에현상되는 즐거움의 내러티브를 통해 규범화된 관계적 삶의 문법들에 질문하고삶의 느낌들을 재정의하려는 위반과 협상의 순간들을 동반한다. 결론적으로 동시대 한국소설에 나타난 퀴어 즐거움은 친밀성, 시간성, 정동체계를 아우르는 규범성의 구성에 대한 성찰적 즐거움을 통해 특권화된 생애 각본에 저항하며, 좋은삶 내지는 살만한 삶의 다른 생성적 계기이자 그 자원으로서 정치적 역능을 구현하는 퀴어 즐거움의 가치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