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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MS+ 및 학술지 리포지터리 설명회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서울분원 대회의실(별관 3층)
  • 2024년 07월 03일(수)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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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경희대학교) pp.7-36 https://doi.org/10.15686/fkl.2018..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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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1980년대의 박완서는 자본주의의 예리한 비판자로서 문단과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은 1970년대의 박완서와 달리 사회와 갈등 중인 고독한 작가이다. 1980년대 한국 사회를 무겁게 짓누른 것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었다. “이 이야기(『살아있는 날의 시작』를 가리킴-필자)를 신문에 연재하는 동안 내가 접할 수 있는 독자의 반응이란 목청 높은 비난 아니면 냉랭한 무관심이었다. 고독한 작업이었다. 고독에 못이겨 주제를 흐지부지하거나 적당히 가당(加糖)하지 않고 내가 담고 싶은 메시지에 끝까지 충실했음을 내 나름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자위하고 있다.”라는 작가의 고백은 재현 가능성을 초과하는 고통의 시대에 ‘여성’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쓰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여성 문제는 그 부당함과 억울함을 고발하고 증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젯거리이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이 문제를 보다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는 작가의 고백은 급진적인 이념보다 페미니즘의 발화 지평이 더 좁은 1980년대 공론장에서 여성 작가는 ‘몫 없는 자’로서 여성의 목소리를 기입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1980년대 진보/보수의 진영론적 이분법이 형성한 ‘담론적 가부장제’는 여성들이 마주한 또 다른 현실이었던 것이다. 박완서의 여성해방소설이 여성문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여성들의 글쓰기가 종래의 규범과 인습에 대한 순응이나 현실도피적인 즐거움이기 그치고 남녀 평등의 이상을 가진 여성 주체를 형성하기 위한 토대로써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투석’이나 “존대한 남성의 기득권에 방울 달기”로서 여성의 글쓰기에 대한 박완서의 발화는 1970년대 중후반부터 부상해 1980년대에 고조된 여성의 권리 투쟁들에 상응하는 페미니즘 프로파간다로써 글쓰기의 정치성에 대한 고민을 보여 준다. 박완서는 사회적 상상과 관념에 의해 부풀려지고 왜곡된 환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실체로서의 여성과 여성을 포박하고 있는 현실을 실감나게 그림으로써 여성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을 촉진시켰다. 그것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의문을 깊이 들여다 보게 함으로써 여성들의 독서를 여성적 순응이나 도피가 아니라 불화와 계몽의 양식으로 전환시키는 한편으로, 여성 독자가 자신의 현실과 닮은 이야기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했다. 박완서의 1980년대 여성해방소설은 문학 장을 지배하는 문학중심주의, 남성중심주의, 엘리티즘으로는 그 의미를 온전히 포착할 수 없는 페미니스트 문화 실천의 한 사례였다.

신샛별(동국대학교) pp.37-71 https://doi.org/10.15686/fkl.2018..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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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2016년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페미니즘 운동은 소위 ‘87년체제’ 이후의 한국사회를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미니즘 운동이 ‘정체성 정치’의 일환으로 평가되면서(일면 폄하되면서) 그 함의가 다음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발언과 요청으로 충분히 숙고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이 외치고 있는 것은 법과 제도, 문화를 막론하는 한국사회 전영역의 쇄신과 전환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법‧입법‧행정 전반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아온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87년체제가 조형하고 장려해온 권력구조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뜻하며, 그 질서의 기반인 남성 본위의 ‘시민사회’와 ‘시민’ 범주의 변경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결혼과 관련된 여성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써 1980년대 한국사회의 ‘성원’이자 ‘시민’으로서의 여성의 자립 가능성을 탐문하고 있는 박완서의 『서있는 여자』는 1985년 출간 이후 대중적 인기를 얻었는데, 그 배후에는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촉발된 대규모 변혁운동의 하위 범주였던 여성운동의 활기가 있었다. 이 소설에는 87년체제 안으로 미처 수렴되지 못한 1980년대 여성의 삶의 진상과 그로부터 뻗어 나온 정치적 상상이 잠재돼 있으며, 이는 87년체제의 결함과 다음 민주주의의 전망을 모색하는 데 유용한 시의적 지침을 제공해 준다. 모녀의 서사로 이중화돼 있는 이 소설은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실험이 실패하는 두 가지 방식을 정밀하게 보여준다. 첫째, 교수 남편을 둔 중년 여성 ‘경숙’이 삶의 공허를 말하며 부부 사이의 사랑의 등가 교환을 주장하자 남편은 결혼의 파탄을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지위에 합당한 성적 분업에만 충실해온 경숙의 갑작스러운 사랑 요구가 결혼 계약의 연장을 중단시키는 사건이 되는 이와 같은 설정은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계약의 주체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결혼 계약의 특수성을 암시한다. 통상의 계약과 달리 여성이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결혼 계약에서 여성은 자유로운 계약의 조정 및 합의의 권리를 갖는 근대적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 소설에서 여성이 이혼을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월권적 행위가 되며, 그녀는 자신에게 강요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에만 한정적으로 공동체의 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둘째, 경숙의 딸인 ‘연지’는 그녀가 삶의 목표로 삼은 남녀평등을 결혼 계약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남편 ‘철민’이 가사노동을 담당하고 그녀는 기자로서 가계의 재정을 책임지기로 약속하고 그대로 이행한다. 그러나 사회적 시선과 압박 속에서 이와 같은 규범적 성역할의 전도는 계속적으로 부부 간의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되고, 심지어 연지는 임신과 낙태를 경험하면서 남성적 역할 수행에 한계를 느낀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소거한 남녀평등의 추구는 결과적으로 이들 부부를 불행으로 몰아가고, 시민으로서의 주체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연지는 가족과 사회와의 연결망이 끊어진 채 고립돼버린다. 이는 근대의 계약 주체인 ‘시민’이라는 추상 속에 ‘성차’라는 조건과 여성의 구체적 삶이 새겨져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 소설에 따르면 여성은 연지처럼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남성에 끼워 맞추려 애쓰거나, 아니면 경숙처럼 남성이 강요하는 여성의 모습에 자신을 동일화하면서 단지 사회의 성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요컨대 시민권(citizenship)과 성원권(membership) 사이에서, 이 소설은 여성의 자립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어떤 출구를 모색해야 할지 질문하고 있다. 두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올바른 해답은 아닐 것이다. 여성이 시민이자 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내기 위해 이 소설은 ‘여성-시민’의 불가능한 재현을 시도하고 있다.

배상미(선문대학교) pp.73-117 https://doi.org/10.15686/fkl.2018..4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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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박완서 소설 『살아있는 날의 시작』과 『서있는 여자』를 중심으로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중산층 여성들의 노동과 계급의 재현양상을 살폈다. 이 양상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은 임노동만이 아니라 부불 재생산 노동도 착취하면서 운영되는 원리를 규명한 이론으로 포착되었다. 두 소설의 여성인물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성들로 등장하지만, 가정 안에서는 남성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이것은 이 여성들이 주변 인물들 및 사회와 갈등하는 원인이 된다. 이 논문은 이것을 박완서 소설이 드러내는 “여성문제”로 인식하고, 이것의 물질적 토대가 소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폈다. 박완서는 두 소설에서 여성들이 스스로가 내면화한 성차별적 고정관념과 어떻게 투쟁하는지 여성들이 수행하는 재생산 노동을 중심으로 그린다. 이 과정에서 박완서 소설은 가정 내 젠더 불평등이나 이혼 여성에 대한 편견에 직접적으로 도전하지 않는다. 또한 경제적 격차에 따른 차별도 비판하지 않는다. 박완서 소설은 한편으로는 보수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적인 방식으로 재생산 노동자로서 여성의 계급과 재생산 노동의 모순을 가시화했다는 가치를 가진다.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the representation of middle class women’s labor and social class in Park Wansuh’s novels The Beginning of Alive Days and Standing Woman. In so doing, I incorporate Marxist feminist theory to explore the principle of the capitalist system which operates by exploiting not only wage labor but also un-waged reproductive labor. Although the women characters in the two novels are high in social status, they are not free from the exploitation of their reproductive labor in the private sphere by their husbands, thus explaining why the women conflict with other characters and the broader society. This article proposes that this phenomenon exemplifies the “the woman question,” and addresses how the two novels depict the material foundation of society. Park Wansuh’s novels thereby propose how women may resist the sexist stereotypes which they have internalized. In this process, Park’s novels do not directly challenge family gender inequality or the prejudice against divorced women. Neither is the discrimination of economic status explicitly criticized in the novels. Therefore, on one hand, Park’s novels seem to be conservative, but on the other hand, they visualize women’s social status as a class of reproductive laborers entangled in a controversy over reproductive work.

오자은(한국과학기술원) pp.119-156 https://doi.org/10.15686/fkl.2018..4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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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친일’로 상징되는 부도덕함, 부끄러움과 같은 한국사의 ‘콤플렉스 극복’과 산업 자본주의의 전면화 속에서의 ‘생존’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함께 다루면서, 『오만과 몽상』을 1970-80년대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 남성’ 되기의 실패와 그에 대한 윤리적 문제 제기로서 읽어보았다. 여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이라는 계층이 단순히 전체 사회 집단의 ‘중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60년대부터 일정 부분 국가주도 하에 만들어진 한국 사회의 특수한 구성물이라는 인식을 출발점으로 하여, 중산층 남성의 자아이상 역시 현실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중산층 남성 집단에서 귀납적으로 형성되었다기보다는 국가 주도의 중산층 담론 속에서 관념적·이데올로기적으로 먼저 만들어졌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중산층 남성의 자아이상이 관념적으로 먼저 있고, 그 뒤에 그것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중산층 남성이 되고자 하는 실재가 온다는 것이다. 『오만과 몽상』은 소설적 구성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으며, 본래 가난하지 않으면서 가난의 상태를 스스로 선택하는 현의 전도된 가족로망스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남성의 중산층 되기 시도가 일종의 인위적 실험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관념의 실험- 현과 남상이의 자수성가 신화 쓰기의 과정과 실패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그들은 중산층 남성다운 자력에 의한 정당한 성공을 꿈꾸지만 자수성가의 신화와 그 속에 암시되어 있는 정당성이란 급속도로 진행되는 자본주의화 과정, 그리고 그것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국가의 영향력 속에서 유포된 정당화의 논리일 뿐이고, 무에서 출발하여 중산층으로서의 경제적 여유를 갖추는 것은 실은 타자의 희생과 몰락을 발판으로 한다는 것을 밝혔다. 그들은 과거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나 깨끗한 새출발을 꿈꾸지만, 그들이 떠난 길은 새로운 죄의식(부채의식)의 구렁 속으로 빠지는 길이었음을 알게된다. 여기서 ‘자수성가’를 가능하게 해줄 자본주의적 교환의 세계는 죄지음을 대가로 요구하는 악마적 세계로 그려진다. 이 글에서는 자본주의적 교환 시스템 자체의 죄악성이 두 주인공이 중산층 남성으로 성공하기 위해 이 시스템에 발을 담그는 순간부터 죄를 짓게 될 것이라고 불안해하는 독특한 예기 죄의식의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마지막으로는 현과 남상이의 실패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보았다. 두 남성은 소설의 끝에서 본래 목표로 했던 중산층 남성으로의 성장에 실패한 채 원래 자리에 돌아와 있다. 그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되돌려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에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한 반복이 아닌데, 왜냐하면 그 물음과 대결하는 그들의 내면적 태도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매개하는 것은, 교환 시스템 속에서 착취당하는 전형적인 여성 희생양처럼 보이지만 그 시스템에 포섭되지 않기에 결코 희생자가 될 수 없는 존재인 영자다. 이 글에서는 두 남성 주인공의 내적 변화가 절대적으로 증여하는 여성 영자와 관계되어 있다는 점을 밝히고, 이러한 측면에서 『오만과 몽상』을 단순히 당대 자본주의 현실의 부조리와 중산층의 허위를 고발하는 것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주체적 윤리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소설로 읽어보았다.

박성은(건국대학교) pp.158-182 https://doi.org/10.15686/fkl.2018..4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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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박완서는 전쟁과 분단을 시대를 통과하는 시점마다 증언을 남겨온 작가다. 자전적 경험은 물론 당대를 살아낸 사람들이 가진 공동의 기억도 함께 증언했다. 이것은 발터 벤야민이 말한 역사수집 기술자의 기록방식에 해당한다. 박완서는 ‘역사와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분단을 증언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분단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같은 방식이 박완서가 분단을 사유하는 방식이고 파편화되어 기억되지 않을 것들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1990년대 자전적 소설의 출간 이후 분단문제에 대한 작품활동이 뜸했던 작가는 2009년 유작에 가까운 「빨갱이 바이러스」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수복지구 양양의 역사와 원주민의 삶을 통해 분단의 구조를 파헤치고 분단극복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체험세대가 실패한 분단문제를 후속세대에게 상속하며 분단해체의 의무를 유산으로 남겼다. 박완서는 이 소설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대립점인 ‘빨갱이 담론’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이것은 ‘빨갱이 담론’을 전복시키기 위한 ‘탈빨갱이 담론’이 사회적 담론화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일상의 담론 옆에 빨갱이 담론을 놓고, 거리낌없이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분단의 역사를 청산하고 극복의 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현주(한국기술교육대학교) pp.184-224 https://doi.org/10.15686/fkl.2018..45.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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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전 세대에 걸쳐 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박완서 소설은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한국 전쟁의 반복되는 소재 속에서 계몽성과 동어반복적인 내용 구성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본 연구는 이 지점에 착목하여 한국전쟁 체험을 소재로 하는 박완서 소설에 내재된 반복과 차이의 의미를 재구하고 작가의 서술 의도를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무엇보다 박완서 문학의 특징은 소설의 동시대적인 현실과 병행되는 기억의 재현과 그 미묘한 변주에 내포된 한국전쟁의 의미를 재고하는 데에 있다. 전쟁 체험 소설에서 작가는 단순한 소재적 반복이 아닌 해당 텍스트가 창작되던 시대와의 상호작용 및 동시대 독자와의 소통을 추구하면서 전쟁의 일상을 재조명하는 반복과 차이의 의미 분화를 기획한다. 1970년대 박완서 소설은 전후 복구와 근대 산업주의 논리에 은폐되었던 전쟁 체험을 통해 전쟁의 결과로 탄생한 사회적 약자를 재생산하고 계급의 위계를 공고히 하는 공모의 논리를 고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이라는 전쟁 체험 세대의 수렴과 발산의 감각에 주목한다. 80-90년대 소설에서는 유년기 전쟁 체험 세대가 등장하여, 전후의 문제를 당사자적으로 극단화 하거나 혹은 체념과 용서로 봉합하는 전쟁 세대와 타자의 기억을 소비하고 억압하면서 외부자로 안도하는 미체험 세대를 모두 비판한다. 이 시기 소설에서 작가는 현실 논리에 압도된 전후의 기억을 복원할 필요성과 더불어 전쟁을 실감하는 세대 갈등을 예각화하며 공감의 난망을 드러낸다. 이후 휴전이 고착된 2000년대는 전쟁 체험 세대의 노년화와 전쟁 체험의 세대적 공백기의 특성을 보인다. 이 시기 박완서 소설의 전쟁 체험은 말년성의 갈등과 부조화를 감내하며 이를 저항의 동력으로 삼는다. 휴전 중인 당대 현실에 무관심한 대중을 향해 작가는 직설화법으로 증언하지 않을 권리를 선언한다. 발화의 포기 자체를 선택하는 작가의 능동성은 증언을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발화 행위와 비행위, 부정과 긍정 사이의 모호함을 가시화하면서 전후 현실에 대한 독자의 책임 의식을 환기시킨다. 이로써 전쟁체험의 기억을 대중과 공유하고 전쟁의 재발을 막고자 하는 작가의 반전 의식이 소설적인 재현의 반복을 추동한다면, 정전의 물리적 거리를 실감하고 독자의 세대적 변화를 포용하는 작가의식은 차이의 서사를 구축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은영(경북대학교) pp.228-257 https://doi.org/10.15686/fkl.2018..4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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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박완서의 초기소설은 주로 ‘물질중심주의 풍조와 중산층의 허위의식에 대한 비판’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박완서의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와 『도시의 흉년』에서 중산층의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그러한 현실과 얽혀 있는 중산층 여성의 복잡한 심리상태가 잘 드러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 결과,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중산층 여성은 물질주의적 근대와 가부장제에 대해 단순히 비판적이지 않고 순응과 저항 사이, 암묵적 합의와 갈등 사이에서 균열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박완서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인 중산층 여성의 ‘중산층’이면서 동시에 ‘여성’인 이중적인 정체성을 보여준다. 즉 박완서 소설에서 중산층 여성은 국가가 주도한 가부장적 근대화라는 상징적 질서를 따르지만, 그 속에서 소외를 경험하고, 분리의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고유한 욕망을 되찾는 주체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휘청거리는 오후』와 『도시의 흉년』에서 중산층 여성은 일상적 파시즘에서 탈출하여 스스로 자립하고, 진정한 행복을 모색하는 행위주체라는 점에서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권영빈(동아대학교) pp.259-299 https://doi.org/10.15686/fkl.2018..4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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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박완서의 『미망』에 나타난 근대 개성의 로컬리티를 젠더지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규명하는 데 있다. 그간 『미망』은 역사‧가족사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질로 인해 박완서 소설 연구의 자장에서 자주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박완서가 집‧가정에서 벌어지는 여성‧가족 이야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시해왔던 근대성 비판이라는 테마와 단절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구한말과 식민지 조선이라는 전환기적 시‧공간을 전면화함으로써 그러한 주제의식을 더욱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우리 문학이나 역사에서 개성의 로컬리티는 근대 상업자본주의의 발달과 ‘민족자본’의 거점이라는 경제‧정치사적 대항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점은 『미망』에도 충실히 재현되어 있으나, 본 연구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개성의 로컬리티가 구축되는 기저에 젠더 이슈가 개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망』에서 가족사‧연대기라는 형식적 특질이 갖는 의미는 세대 간 계승되는 가족/젠더질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 있으며, 이러한 ‘유산(heritage)’의 이행 과정에 인물들의 스케일 교란과 경계넘기가 긴요한 계기로 작동한다. ‘전처만’은 전근대적 인물이지만 오랜 시간 자신의 ‘위치성’을 생존전략 삼아 그것을 내면화한 존재로서 근대성의 핵심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감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서구적 친밀성과 근대적 섹슈얼리티의 세계의 근간이 되는 새로운 젠더질서를 담지하고, 봉건 체제에 대한 균열의 상징성을 지닌 ‘돈궤’를 후대인 ‘태임’에게 계승한다. ‘태임’이 ‘전처만’으로부터 물려받은 ‘돈궤’는 그의 모(母)인 ‘머릿방 아씨’의 실절(失節)과 죽음, 그리고 그 씨앗인 ‘태남’이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전처만’은 ‘태임’에게 돈궤와 함께 그의 이부(異父) 동생 ‘태남’을 위탁한다. ‘돈궤’의 상징성은 기존의 규범적 가족질서에 들어갈 수 없는 젠더적 사안을 의미한다. ‘태임’은 전환기적 시‧공간에서 잠시 가시화되는 다양한 균열의 지점들이 착종된, 그러나 근대적 생존전략인 그것을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태임’은 기존 개성‧개성상인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던 존재들을 새롭게 자본화하는 한편, 혈연의 연대를 넘어 가족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가문을 재편하고자 한다. 이러한 ‘가족-자본’의 새로운 연결에서 중요한 동력으로 활용되는 것이 젠더 협상과 분업으로, ‘태임’으로부터 다시 그려지는 개성의 로컬리티는 전환기적 시‧공간의 체질에 맞게 그 자신을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젠더역학을 버팀목 삼게 된다. 결론적으로 『미망』의 개성은 가족 스케일의 질서가 변용되는 과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작동하는 공간이다. 본 연구는 『미망』을 통해 그간 개성이라는 장소 정체성을 논할 때 아직 문제시된 바 없는 가족/젠더질서의 의미를 기입함으로써, 오늘날 개성이 지닌 탈근대공간으로서의 다른 가능성을 환기하고자 했다.

황수연(홍익대학교) pp.302-331 https://doi.org/10.15686/fkl.2018..4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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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이념을 국가 통치의 근간으로 삼은 조선은 혼인제도. 재산, 상속에 관한 제도와 법률을 새로 만들어 백성들을 유교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였다. 여성들은 달라진 제도와 관습을 수동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았을 때 부당함을 표명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공적발언인 상언에 담았다. 조선 전기 여성은 신분을 막론하고 공적 발언의 주체가 되어 가족 혹은 자신을 위해 상언을 올렸다. 국왕을 비롯한 담당자는 논의와 합의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당대에 이슈가 되었던 상언은 처/첩 분변과 적통 인정 요구, 권력에 대한 저항과 정치 참여, 소유권과 재산권 투쟁을 내용으로 하는 것들이다. 조선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가 무시당하거나 거부당하는 상황에 접했을 때 자신의 권리를 무시하려는 타인과 '소통'을 시도했다. 경우에 따라 가족구성원과의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였다. 조선 여성의 공적 발언은 이후 여권통문, 독자투고란, 국민청원 등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조선 여성의 공적 발언을 통시적으로 살핌으로써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 참여와 태도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밝힐 수 있다.

Abstract

The Chosun Dynasty, which used Confucian ideology as the basis for state rule, changed the marriage system, property rights and the inheritance system so that people could adapt to Confucian society. Women did not accept the new system and customs passively, but expressed their opinion that they would be unjust when their rights were violated and claimed their rights. A woman in the early Chosun Dynasty made a statement when she or her family were involved in something unfair, regardless of her status. The king and other officials expressed their willingness to solve the problems through discussions and agreements. The words that became an issue at the time are those that describe wife/concubine and calls for the main line of descent, resistance to power and political participation, and struggle for ownership and property rights. When faced with a situation where their rights were ignored or denied, Chosun women tried to make personal 'communication' with others who tried to ignore them. In some cases, it was found that even at the risk of conflict with family members, they were often written to find their "rights." A circular letter of woman's right, column of opinion, petition, etc. are modified. It continues on and on. By examining the official comment of Choseon women, the historical meaning of Korean women's social participation and attitude can be revealed.

황인순(인천대학교 인문학연구소) pp.334-368 https://doi.org/10.15686/fkl.2018..4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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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에서는 여성의 한글 소지를 대상으로 하여 쓰기 양식의 형식적 적용과 법체계 인식의 내용적 인식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분석하고 한다. 한글로 기술된 고문서는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엄연히 공적인 문서이며 본고에서 다룰 대상은 한글로 기술된 여성의 소지(所志)이다. 소지를 통해 공적 맥락의 글쓰기를 수행하는 것은 공적 담론의 체계에 편입하는 것이다. 여성이 기술한 한글 소지는 애초에 한문으로 기술된 소지와 비교해 그 존재부터 예외적인 것이었다.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서 여성의 한글 사용이 늘면서 한글 소지 역시 공적인 권리를 가진 문서로 인정되었으나 일종의 이형(異形)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소지는 공적 담론의 형식적 규약을 전면화하는 쓰기이면서 동시에 여성 주체라는 예외적 존재가 한글이라는 글쓰기의 도구를 가지게 된 후 공적 담론의 체계 내에서 어떻게 발화하는지를 보여주는 텍스트가 된다. 따라서 소지의 담화적 구조는 그 형식적 구조와 내용적 구조가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망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한글 소지는 여성 주체들의 공적 글쓰기 체계 편입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법적 해석과 관련된 세계의 편입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읽기와 쓰기의 배제는 공적 수행과 행위의 배제를 수반한다. 그러나 한글 소지 쓰기는 여성들이 실질적인 법적 해석과 수행의 주체로 기능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미세하나마 보여준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법적 체계의 해석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해석의 양식이 변형되고, 이는 기록으로 남겨져 누적된다. 비록 여성 주체들의 해석이 기존 법적 체계의 세계관을 이어받는 맥락에서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주체의 변모는 체계의 변형 가능성을 작지만 명확하게 시사한다. 그러므로 한글 소지는 여성들이 공적 해석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과정에서 공적 담론과 사적 담론의 매개자로서 점차 그 범위를 확장하는 연속적이고도 독립적인 체계의 구축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윤유나(동국대학교) pp.370-400 https://doi.org/10.15686/fkl.2018..45.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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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1920년대 가부장주의 담론에서 여학생의 동성애는 이성애로 옮겨가기 직전에 순결을 지키기 위한 관계로써 여학생에게 권장되고 있었다. 여학생의 발화가 배제된 채 논의되었던 여학생의 동성애를 분석하기 위하여 이화여전의 학생기독교청년회의 문학부가 주체적으로 발행한 교지 『이화』를 살펴보았다. 이화여전의 교육방침은 식민지의 젠더 분리주의 정책에 따라 작동되고 있었기에 여학교에서 유행하는 ‘여학생 동성애’ 문제를 제도적인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었다. 여학생의 목소리에서 발견되는 ‘S’ 감정은 여성 문학장 형성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비춰진다. 따라서 여학생의 동성애적 감정을 여성주의 시각에서 재해석하였다. 미션계 여학교에서 동성애는 ‘공공연하게 인정되는’ 자연스러운 행위였다. 사회적 제도 안에서 ‘동성애’는 개별 여성의 성장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남녀를 구분하는 식민지의 젠더 분리 정책은 ‘동성애’라는 코드가 여학생에게 감성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담론을 형성했다. 그리고 여학교 내부의 젠더 분리주의 교육은 여학생이 동성연애를 하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이화여전 문학청년들의 센티멘털리즘 글쓰기, 학교의 교육방침에 따른 엘리트 여성으로서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우월의식은 식민지의 젠더 분리 정책이 통용된 여성 고등교육기관의 독특한 특징이다. 1장인 서론에서는 1920년대 가부장주의 담론에서 드러난 순결교육과 여학생 동성애의 상관성을 살펴보았다.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서 맺어진 여학생들의 새로운 관계인 ‘S’는 식민지의 교육방침과 관계하고 있었다. 2장에서는 이화여전의 종교교육이 이화여전 여학생들의 엘리트 의식에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했는지 살펴보았다. 이화여전의 종교교육은 여학생들에게 젠더 분리주의를 수용하게 했고, 양성평등을 토대로 여성을 타자화하면서 지식인 여성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기독교 교리를 바탕으로 교육된 서구의 이성중심주의 사상은 여학생들의 창작행위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3장에서는 이화여전의 감성교육이 내재화된 교지 『이화』의 문학란을 통해서 젠더 분리주의 교육이 문학청년들의 시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사회에 필요한 여성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이화여전의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이화여전의 교수들은 여학생들에게 지적 연대를 강조하였다. 1930년대에 이르러 여학생들은 교지 등의 매체를 통하여 감정을 스스로 발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학교 안팎의 교육방침에 따라 이화여전 문학청년들의 ‘동성애’는 자연발생적인 감정으로 드러났다. 이화여전의 문학청년들은 섹슈얼리티를 소거하는 방식으로 정신적 연애의 표현태로써 동성애적 감정을 드러냈다. 미션계 여학교에서 종교를 위해 활용되었던 문학에 동성애 코드가 섞여 들어간 것은 젠더 분리 정책과 사회의 가부장주의 담론에 대항하는 여학생 문학의 자율성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판단된다. 기독교 교육을 통해 형이상학적 의미를 부여받은 여학생의 자연발생적인 감정이 센티멘털리즘 글쓰기라는 저항적 형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지 『이화』에 실린 재학생 노천명과 졸업생 모윤숙의 시를 'S' 감정으로 읽을 수 있었다. 결론인 4장에서 교지 『이화』에서 드러난 이화여전 문학청년들의 내면과 학교 바깥의 가부장주의 담론이 충돌하고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여학생 동성애에 대한 가부장주의 담론은 오히려 여학교를 ‘반’기독교적 정서를 지닌 장소이게 했다. 이화여전의 문학청년들은 근대적 여성 교육제도에 부합하는 여성 문인의 상으로부터 독립되고자 주체를 스스로 변화시키며 예술가로서 식민지 시대에 수용된 근대적 젠더의 틀에 균열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서정자(초당대학교) pp.402-430 https://doi.org/10.15686/fkl.2018..4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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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작가의 등단작을 주목하는 것은 등단작에 작가의 문학세계 원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발굴된 한글본 『등잔불 드는 여인』은 『역사는 흐른다』보다 6년 먼저 쓰인 일어본 『灯を持っ女』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여러 가지 의의가 있다. 비록 미완으로 보이는 작품이지만 5회나 연재된 작품이고 『역사는 흐른다』의 직전 작품으로 문학정신의 형성 및 출발을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어본 『灯を持っ女』이 번역된다면 한글본 『등잔불 드는 여인』의 의미가 확장 보완되어 한무숙 문학세계를 풍성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병약하던 작가 한무숙이 겪은 시집살이는 전통적 조선 사대부가의 아름다움과 누적된 문제점을 뼛속 깊이 체험하게 하여 이를 소설화한 첫 작품 『등잔불 드는 여인』은 한무숙 문학정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한무숙이 체험한 시집살이는 근대가 시작된 지 수십 년이 지나서도 조선조의 그것으로 그려진 데다 일견 구소설의 구조를 보이나 우리 근대여성 문학사에서 처음 등장한 전통적 여성과 시집살이 문제의 소설화라는 의의가 있다. 그래서인지 한무숙의 소설들은 19세기로부터 역사라고 하는 수직적 시간을 따라 최소 삼대의 이야기를 담는 구성을 보인다. 『灯を持っ女⸱ 등잔불 드는 여인』은 1942년 『신시대』가 모집한 장편소설 모집에서 2등 입선한 작품으로 일어본은 2백 자 원고지 약 840장의 역작이다. 단편 위주로 전개된 우리문학사에서 흔치 않게 장편으로 등단한 작가는 희곡도 썼으나 일어로 된 이들 작품은 일실 되었고 일어본 『 『灯を持っ女』 는 영인 공개되었으나 18년이 지났음에도 번역이 되지 않은 탓인지 연구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따라서 그 위상이 정립되어있지 않은 것 등 한무숙의 초기소설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한글본 『등잔불 드는 여인』은 일어본과 동명의 작품이고 내용과 비슷해서 대략적이나마 일어본과 비교를 해볼 수 있었고, 5회 연재의 길이여서 작품으로서 어느 정도 논의도 가능했다. 이 글은 한글본 『등잔불 드는 여인』에서 추출된 시집살이 모티프, 남편의 축첩 모티프, 아내의 자살 모티프, 사회운동가 모티프, 그리고 아내의 서사 모티프 중 시집살이 모티프를 주목했다. 다섯 개의 모티프 중 네 개의 모티프가 뇌리에 깊이 각인된 작가의 시집살이 체험이 바탕이 된 것이고 작가가 특히 주목한 조선조 사대부가의 냉혹한 시어머니상(像)은 윤리적 규범의 폭력성을 체현한 인물로 한무숙의 문학정신을 형성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상으로 보였다. 『역사는 흐른다』에 다시 진지하게 그린 사대부가 주인마님 송씨부인의 일생은 작가가 전통적 여성 인물, 특히 사대부가의 시어머니상에 주목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시어머니의 묘사에서 보인 돌이킬 수 없는 윤리적 폭력성과 동시에 전통여성의 아름다운 규범 등 긍정적 묘사는 전통을 살려 현대와 지양해가는 한무숙 문학정신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는 『역사는 흐른다』의 개작을 살피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는데 송창규목사와 박옥련교장이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두고 대응하는 태도에서 타협과 포용을 허락하여 주목되었다. 이는 다산의 배교를 크게 문제 삼지 않은 『만남』의 문학정신에도 통한다.

김지영(대구가톨릭대학교) pp.432-479 https://doi.org/10.15686/fkl.2018..4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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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통속오락잡지 『명랑』을 저본으로 하여 섹슈얼리티를 상품화했던 1960년대 옐로 저널의 담론 구조를 살폈다. 1960년대 『명랑』은 불륜, 매매춘, 혼전 및 혼외 관계 등 가족 구조 바깥의 성을 초점화함으로써 성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충동질하는 전략을 통해 이윤을 추구했다. 성적 개방성의 징후가 뚜렷했던 서구의 풍토를 적극적으로 실어날랐던 『명랑』은 킨제이 보고서 등 서구의 사례들을 선정적으로 발췌하고 의도적으로 오용하였으며, 구미의 풍속과 한국 사회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리면서 성 개방을 보편적 사실로 호도했다. 서구 모델에 의거하여 당대 사회를 성 해방의 사회로 규정했던 『명랑』은 실제 독자층의 성격과 무관하게 남성 지식인이 여성 독자에게 발화하는 교육의 담론형식을 취하면서 여성의 성을 훈육의 대상으로 삼았다. 『명랑』의 성 과학은 남성의 성을 소유욕이 강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슬픈 본능”으로 규정함으로써 남근적 성 욕망의 모순을 ‘자연’으로 정당화했으며, 남근 욕망에 순응해야 하는 성으로 여성의 성을 교육함으로써 성차를 위계화하는 지식권력의 통제를 가족 제도 외부에까지 확장했다. 이와 같은 담론 구조 속에서 『명랑』의 성 과학은 근육의 수축과 팽창의 단계에까지 섹슈얼리티를 탐색함으로써 성의 실재를 보고야 말겠다는 포르노그래피적 욕망을 가속화했다. 매매춘 지대의 삶을 조명했던 『명랑』의 여성 수기들은 여성의 욕망을 타락과 결합하는 동질적 회로 속에 유사한 스토리들을 반복했다. 편집자적 윤색의 흔적이 뚜렷한 이 수기들은, 남성의 호기심과 욕망을 조장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고안된 시선의 배치 속에서 진행되었다. 삽화들은 남성의 욕망을 도발하면서도 그 욕망에 순종하는 존재로 보일 수 있도록 정교하게 여성의 육체와 시선을 배치하였으며,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서사는 혼외 관계의 장면을 확대함으로써 성적 대리만족의 기능을 수행했다. 남성의 죄의식을 상쇄하면서 쾌락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동질적인 서사구조 속에서 『명랑』의 여성 수기들은 근대를 구성하는 지식 권력의 통제범위를 확장하는 데 복무했다. 섹슈얼리티의 범람과 과잉 속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자세하게 조명될수록 타자화되고 사물화되었다. 성이 더 말해지고 탐구될수록 여성의 진정한 경험과 욕망은 오히려 더 깊숙이 가려지고 침묵해야 했다.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how the Korean Yellow Journal Myeong-lang(Gaiety) commodified sexuality and analyzes the discourse structure of sexuality of the Journal in the 1960s. In the 1960s, focused on sexuality outside family system, Myeong-nang pursued profits by seeking after a sexuality commercialization strategy that prompted the public's curiosity about sex using such kind of articles including an affair, a prostitution, a premarital and extramarital affairs. Myeong-lang printed actively the Western trend of sexuality where signs of sexual openness regarded as evident. With deliberate misuse of Western examples such as the Kinsey report, together with deliberate misappropriation of the gender openness as a universal fact, Myeong-lang defined contemporary Korean society as a sex liberation one based on the Western model. Sexual articles in the journal had taken the form of discourse of education that male intellectuals uttered to female readers, and made sexuality of woman a subject of discipline. Articles on sex science in the journal defined male sex as a possessive and aggressive “sad instinct,” and the journal justified the contradictory sexual desire of male who desired both a virginity and a preoccupation relation with a woman. Myeong-lang extended the control of knowledge power outside of the family system with hierarchizing the sex difference by educating the sex of the woman as the sex that should conform to the desire of the male. In such a discourse structure, the magazine's sexual science accelerated the pornographic desire to see the reality of sexuality by searching for sexuality to the stage of contraction and expansion of muscle. By this way, the sexuality of a woman was typified and objectified in the overflow of sexual discourse. The women’s memoirs of the magazine, illuminating a woman’s life of the prostitution zone in the society, repeated similar stories in a homogeneous circuit binding women's desires with corruptions. These handwritings, which had a clear trail of editorship, proceeded in a careful arrangement of gaze to encourage men's curiosity and desire. The rapidly developing narrative had functioned as a sexual surrogate by expanding the scene of extramarital affairs. In the homogeneous narrative structure that satisfied the desire of pleasure while offsetting the guilt of men, the women's memoirs of Myeong-lang served to extend the control range of the knowledge power that constituted modernity. As the overflow of sexuality accelerated, the true experience and desire of women had to be deeply covered and silenced.

장미영(숙명여자대학교) pp.482-505 https://doi.org/10.15686/fkl.2018..45.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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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1950년대 전후를 배경으로 하는 서사에서 ‘전쟁미망인’은 주체가 아닌 타자로서 남겨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여전히 그녀의 삶을 통제하는 가부장제 영향아래 사회적 감시와 이중적 성규범으로 통제되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이때 ‘전쟁미망인’ 개인의 욕망, 존엄성, 사회적 갈등, 심리적 불안, 생리적 욕구 등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박화성의 「바람뉘」의 운희와 박경리의 초기 단편소설의 「흑흑백백」의 혜숙, 「불신시대」의 진영, 「암흑시대」의 순영은 공통적으로 이러한 ‘전쟁미망인’을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관습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타자화 된 ‘전쟁미망인’이 아닌, 욕망의 주체로서 자아를 발견하고 여성으로서의 섹슈얼리티, 저항할 수 있는 생명의 각성을 통해 ‘여성–되기’, ‘모가장-되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능동적인 여성주체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쟁미망인’ 서사와 차별화 된다. 박화성과 박경리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는 상이하지만 욕망의 주체로서 각성하고 있는 여성가장 서사를 통해 여성주체의 생명력은 물론 능동적인 모가장의 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박화성과 박경리는 2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문학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째, 작품 속 개성적 여성인물을 통해 타자화 된 여성이 주체로의 회복을 타진하고 있다는 점, 둘째, 근대화 과정에서의 체험이 문학 활동으로 이어져 역사적 자장 안에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점, 셋째, 신문연재를 비롯하여 대중성을 확보한 다수의 작품 활동을 하였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박화성의 소설이 여성의식의 내밀함과 내면성을 탐색하는 작품 활동으로 이어지고, 박경리의 문학은 만물에 연민과 생명성을 부여하는 생명사상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 특성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박화성과 박경리는 자의식이 강한 여성인물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가치체계를 비판하거나 수동적인 여성인물이 각성을 통해 자아를 회복하는 성장서사를 통해 여성이 처한 현실과 구조적인 문제를 구체화하고 표면으로 드러낸다. 두 작가의 작품에 드러난 전근대적인 서사의 일면은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전체 작가의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여성인물이 욕망의 주체로서 각성과 존재론적 성장과정에 대한 탐색을 좀 더 적극적으로 주목하고자 한다.

이은영(경희대학교) pp.508-535 https://doi.org/10.15686/fkl.2018..4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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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한국 현대 시문학사에서 허수경은 1990년대, 2000년대를 대표하는 서정 시인으로 평가받아오고 있다. 그녀는 현실적 맥락에서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는데,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드러내는 파편화된 현실을 온전히 내면화하고 있다. 허수경의 시에 알레고리의 함의를 가진 여러 양상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허수경은 사유 속에 자리하는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하여 시대정신을 표출하고 세계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본고는 허수경 시에서 작품 바깥의 현실을 시에 도입하는 알레고리의 표상들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본 논문은 허수경 시에서 알레고리와 관련하여 중요한 양상을 논의하였다. 허수경의 시에 있어 물화된 현실에 대한 풍자적 알레고리는 중요하다. 물신주의가 만연한 자본주의의 현실을 풍자하고 환기하는 알레고리는 현실의 삶을 효과적으로 형상화 한다. 또한 동물의 세계를 대상화 하는 것은 현실세계의 심연을 품어냄으로써 숨겨진 이면에 대한 회복과 귀환에 시선이 놓이게 한다. 허수경의 시에서 알레고리는 또 한 편으로는 여성을 호명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시대의 노곤한 삶이 처절하게 스며들어 있는 여성은 남성중심의 은폐된 권력 구조를 알레고리화 하기도 하고 물질문명이 우선시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의 주체로 자리할 수 없는 여성들의 모습을 핍진하게 그려내는 알레고리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허수경의 시에서 알레고리는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로 작용하기도 한다. 알레고리적 시선으로 현실의 무수한 관계들을 시적으로 탐색해 나가는 것이다. 허수경은 흔적으로 남은 기억들을 죽음이나 폐허의 이미지로 지속적으로 탐색해 나간다. 알레고리는 세계의 파편들을 불안정한 상태로 조립하여 현재를 조명하는 것인데, 허수경의 시는 죽음과 폐허의 이미지로 현실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권명아(동아대학교) pp.538-562 https://doi.org/10.15686/fkl.2018..4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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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필자는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현황과 대응을 비교하고 논의 방식과 대응책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한국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논의는 몇 년간 꽤 확산되었다. ‘혐오 발화가 무엇인가’라는 개념 정의에 대한 논란 단계는 이제 넘어서 조금은 심도 깊은 논의가 가능한 단계로 진입했다. 한국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대응과 논의는 ‘혐오’와 ‘표현’이라는 두 영역으로 분리되어 진행되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여러 난관을 맞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나, 차별, 증오 정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거의 부재한 상태에서 최근 몇 년간 ‘혐오’ 담론이 폭증하였고 헤이트 스피치는 혐오 담론의 일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지만, 결국 법적 규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혹은 규제 강도 등의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이론적 탐색은 혐오에 대한 논의나 버틀러의 해석에 대한 논의, 마사 너스바움의 감정과 법에 대한 논의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헤이트 스피치 연구와 대응은 일본의 식민주의, 차별주의, 배외주의의 역사와 구조, 제도를 탐구하고 그 문제에 대한 이론적, 사회적 대응을 촉구하는 일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헤이트 스피치 연구는 한편으로는 법적 제재 여부에 대한 논쟁에 기울어져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버틀러, 마사 너스바움 등의 정서와 언어 수행성, 언어실천을 강조하는 이론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 물론 이론적 경향은 그 자체로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언어 실천에 대한 이론적 기울어짐은 차별의 역사적 구조와 그 특이성에 대한 논의와 균형을 이루거나 보완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헤이트 스피치 논의는 역사와 구조가 사라진 채 법적 판단과 ‘열린 해석 투쟁’의 영역으로 모호하게 축소와 확대를 반복하고 있다.

Abstract

The paper aims to compare the discussion of 'hate speech' in Korea and Japan. Currently, the debate on hate speech has spread considerably over the years in Korea. The debate over the definition of 'what's 'hate speech' has gone beyond and has entered a phase where a little further discussion is possible. In Korea, however, the discussion of the hate speech is being discussed separately in two areas, 'hate' and 'expression', resulting in a number of problems. Hate speech is often considered a part of hate discourse as there is an explosion of hate discourse in the absence of social debate on discrimination or hate politics. In Korea, various discussions on Hate Speech take place, but in the end, the issue of legal regulations and the opposition to and the severity of regulations will be centered. Theoretical exploration is also focused on discussing the conduct of language, law and emotions. Of course, the problem is not the theory itself that emphasizes language performance or language practice. However, the problem is that the discussion of language, emotions and laws is not balanced with the discussion of the historical structure and specificity of discrimination.

고지혜(고려대학교) pp.565-570 https://doi.org/10.15686/fkl.2018..45.565

여성문학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