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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고리즘 미디어, 자동화 미디어 등 최근의 신기술 미디어에 대한 대중담론은 기술공학과 정책 담론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자동화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은 기존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지속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쉽다. 특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미디어의 경우,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인 소수자들을 체계적으로 비가시화하면서 젠더 관계를 불평등한 것으로 만든다. 이 논문은 자동화 미디어를 사회적인 가치의 측면에서 논의하기 위해 인공지능 담론과 불평등의 관계를 탐색한다. 먼저 현재의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주도하는 이른바 ‘실리콘밸리 세계관’의 의미와 현황을 살펴보고, 이 담론이 언론과학술 분야로 확장되는 양상을 살핀다. 그리고 인공지능 담론의 핵심인 ‘자동성’ 에 대한 문화적인 상상의 의미를 탐색한 후, 자동화된 미디어가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강화하는 양식들을 검토한다. 특히 자동화 미디어가 젠더 불평등을 증폭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논의한다.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는 알고리즘 미디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 기술의 관계망을 중심으로 살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 글은 박완서의 『살아있는 날의 시작』을 중심으로, 80년대 소설에서 보이는 맞벌이 여성이 속한 중산층 가정의 테일러리즘 양상과 균열, 그 동역학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대졸 사무직 여성들이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문제는 중산층 가정의 테일러리즘화의 과정과 그것이 초래하는 삶의 균열을 가장 극적으로보여주는 장소가 된다. 맞벌이 여성들은 일과 가사일, 자녀 양육 및 교육을 병행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간 관리를 해야 하며, 바깥에서 일하는 시간만큼 가사와 가정 일에 결여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압축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하는 등 질적 효율성의 관리 의무까지 떠안는다. 게다가 끊임없이 가정 안팎의 타자들에 의해 불완전한 의무 수행을 의심받고, 실제로 그것이 미흡하게 수행될 경우 비판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등, 취약한 위치에 서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살아있는 날의 시작』은 이른바 ‘워킹맘’ 첫 세대의 등장, 그러나 아직 그러한 ‘워킹맘’을 수용할 사회적 논리나 기반이 마련되기 이전의 혼란스러운 과도기의 상태를 보여준다. 위의 문제의식 아래 이 글은 2장에서는 당시 중산층 가정의 여성들에게 요구되었던 테일러리즘의 ‘미덕’과 여기에서 일어나는 긴장과 역동적 계기를 예비적 작업으로 살폈다. 3장에서는 『살아있는 날의 시작』의 맞벌이 여성 청희와 그녀의 가정을 중심으로 이러한 규율과 관리의 작동 방식을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경우 가정의 모든 일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경영자로서의 역할과 일상의 어셈블리 라인에서 복무하는 노동자의 역할이 맞물려 있는 모순적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4장에서는 청희가 겪는 실패와 좌절의 의미에 대해 분석했다. 그녀가 자신의 기계적 일상–삶에 깊은 회의와 환멸을 느끼며 자신이 속한 중산층 가정의 어셈블리 라인을 중단시키기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정쩡한 봉합처럼 보이는 결말과 그러한 결말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의 의미를 살폈다.
이 연구는 김초엽의 SF 소설을 대상으로 장애에 대한 확장적 사고를 보여주는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포스트휴머니즘의 윤리성을 고찰하고 포스트휴먼 주체로서의 실천적 저항성, 전복성 등을 고찰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김초엽의 작품들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장애를 재개념화하고 하이테크놀로지와 장애인의 관계를 재배치함으로써 윤리적 의미들을 생산해 낸다. 김초엽의 소설 속 인물들은 장애의 미래, 미래의 장애 정체성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장애를 누군가의 불행이나 불편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인간의 삶에새겨지는 특수한 경험으로 반영한다. 더욱이 장애를 사고하는 과정에서 장애를 반드시 치료되어야 할 고통으로 재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포스트휴머니즘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초엽의 소설에서 장애인은 장애의 극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장애를 수용하고 장애를 선택하기도 한다. 요컨대, 김초엽의 소설은 장애인 되기를 수행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편견과 인식적 왜곡을 성찰하고 재개념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김초엽의 소설에나타난 포스트휴머니즘과 장애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인간의 기능적 향상이 장애의 소멸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며, 장애란 인식적 낙인에 따른 것으로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없다면 완전한 기술도, 완전한 인간도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힌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고전대하소설의 시비는 기본적으로 주인을 조력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사대부가 여성인 주인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신분이 가진 보수적인 특성으로 인해 활발하게 계교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주인의 대리인으로 형상화되는 것이 바로 시비들이다. 따라서 시비의 유형을 시비의 수행 공간과 주인의 존재 유무를 기준으로 크게 내부형 조력자와 외부형 조력자로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비의 조력자적 성격은 주인이 뛰어난 능력을가진 ‘영웅적 여성인물’로 형상화될 경우에 더욱 두드러진다. 고전대하소설에서 ‘영웅적 여성인물’은 여성영웅소설에서의 여성영웅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여성영웅소설에서의 여성영웅이 고착화된 여성으로서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라면, 고전대하소설에서의 영웅적 여성인물은 여성영웅의 삶의 양상과 흡사한 유형으로 묘사되면서도 여성으로서의 삶을 벗어나지 않고 유교적 이념을그대로 순응하는 보수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전대하소설의 시비들은그들의 주인이 유교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주인의 비윤리적, 비여성적 행위를 대신한다. 이 과정에서 시비들은 그들의 적극적인 양상과는 별개로 도구화된다.
Maids in classical epic novels are mainly helpers who serve their masters. Regardless of how excellent female owners belonging to the gentry are, it is difficult for them to carry out their schemes due to the conservative nature of women of their status. That is why maids came to act as substitutes for owners. Maids can be divided into internal helpers and external helpers according to the space in which they perform their tasks and the presence or absence of owners. This differentiation between types of help is even more prominent in cases where the owner is constructed as a “heroic female character” with excellent abilities. In classical epic novels, the trajectories of “heroic female characters” are different from those of female protagonists in female hero novels. Whereas female protagonists in female hero novels are portrayed as trying to escape from the life of a settled woman, the heroic female characters in classical epic novels are portrayed as conservative figures who conform to Confucian ideology without deviating from their lives as women while also living a life similar to that of female heroes in novels. Therefore, maids who serve heroic female characters carry out unethical and unfeminine actions in place of their owners so that the owners do not deviate from Confucian ideology. In this process, despite their active approaches, each maid is taken advantage of and used as a means for an end. This is an example of the reality of maid maids who were excluded and discriminated against within narratives.
이 글은 박화성이 여성 작가라는 점에서 그 여성 의식이나 사회주의 사상의 성취를 가늠하는 것만으로는 박화성 문학의 전모를 총체적으로 인식하기에 부족하다는 전제에서 여성이자 사회주의 운동가 박화성 이전에 그를 키워낸 목포에서 얻은 자양분이 작가로서 그를 키운 배경이자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꿸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고 보고 식민지 근대도시 형성과 박화성이 쓴 목포 유·이민소설을 주목해 본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의식으로 요약될 박화성의 문학적 특성은 그의 사상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사상은 오빠와 남편의 영향, 그리고 일본 유학에서 독서회를 통해 강화된 것으로 보아왔다. 이 논문은 이러한 사상적 영향 이전에 그가 나고 자란 목포의 식민지 근대도시 형성과정에서 유·이민의 삶을 목격하고 체험하면서 박화성의 사회의식이 형성되었으리라고 보고 그가 쓴 1925년 첫 소설「추석전야」와 30년대 소설에 사회의식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살핀 것이다. 목포는 부산 인천 등지의 개항과 달리 일제의 강압으로 개항한 경우가 아니라 대한제국의 칙령으로 개항을 하였기에 일제식민지지배가 본격화하기 전, 한동안 전통적인 양반지배체제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로운, 따라서 신분제가 먹혀들지 않는 새로운 세계가 존속될 수가 있었다. 목포는 토착 거류민이 희소한 가운데 개항으로 도래할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목포로 몰려들었고 일본 이민자들도 몰려와 이들 유·이민이 시민으로 된 특이한 도시이다. 다른 개항장과 달리 일인 이민자들과 섞여 사는 분위기에서 박화성은 근대 초여타의 작가들과 달리 식민지 근대 도시의 삶을 가까이서 체험하였고 이 ‘신세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성장기를 보냈기에 첫 소설 「추석전야」에서부터 식민지시기 뚜렷한 사회의식으로 목포 유·이민의 삶을 그렸다. 그의 환경은 그의 개성과 함께 사회의식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며 그의 전 문학 기간 사회의식이 그의 문학에서 뼈대를 이루게 된다.
The writings of Park Hwa-seong have primarily been discussed in the context of women’s consciousness and socialist ideology. However, such an approach is insufficient for understanding the overall nature of her work. This paper focuses on the city of Mokpo, which raised Park Hwa-seong. Mokpo is not only the city where she grew up, but it is also a keyword that illuminates various artistic aspects of her work. Through an analysis of Park Hwa-seong’s Mokpo immigration novel, I attempt to reveal how her characteristics as an author, social consciousness, and sense of identity were formed. According to existing research, these characteristics were formed from her thoughts. It is believed that this idea was influenced by her brother and husband as well as the reading group she participated in during her studies in Japan. This paper focuses on her hometown of Mokpo, where she lived before encountering these influences. Mokpo, a modern colonial city, had a profound influence on the formation of Park Hwa-seong’s social consciousness and sense of identity. I examine how her social consciousness and sense of identity are expressed in “Chuseogjeonya” (1925) and novels written in the 1930s. Busan and Incheon were forced to open their ports by the Japanese Empire; in contrast, Mokpo opened its ports following a decree by the Korean Empire. Thus, a new world could be maintained completely free from the traditional system of domination. Mokpo was a new world and many people flocked to it seeking new opportunities. As Japanese immigrants arrived, Mokpo became a unique city of immigrants. Park was clearly different from writers from rural areas and other cities because she had many experiences living in a free and open colonial city. She grew up freely in the “New World,” and in her first novel, “Chuseogjeonya,” she described the life of immigrants in Mokpo based on her social consciousness and sense of identity. Her surrounding environment had a decisive influence on her personality and the formation of her social consciousness and sense of self. Moreover, the social consciousness and sense of self that she formed at this time became an important foundation that informed the entirety of Park Hwa-seong’s creative period.
이 글은 잡지 『여성지우』와 1930년대 전반기 엄흥섭의 문학적 실천을 살핀다. 엄흥섭이 편집에 참여하기 시작한 제2권 제1호(1930.2)부터 『여성지우』는 여러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고충을 듣고, 독자 투고란을 대폭 늘리는 등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기획들을 선보인다. 이러한『여성지우』의 기획에 여성 독자들은 뜨겁게 호응했으며 여성들이 주체가 된 새로운 문학을 꿈꾸었다. 특히 제2권 제2호(1930.4)의 〈여류문단〉란에 실린 여성들의 시는 임화의 시 「우리 오빠와 화로」(『조선지광』, 1929.2)를 전유한 것으로서, 여성이 겪는 힘겨운 현실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여성지우』의 기획에서 보였던, 노동하는 여성들의 삶과 현실에 대한 구체적 인식은 1930년대 전반기 엄흥섭의 소설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는 가사노동에 종사하면서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오마니’형 인물의 형상화로 나타난다. 특히 오마니형 인물이 화자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1934년 아동잡지 『별나라』에 게재된 엄흥섭의 소설 「평이」를 주목해볼 수 있다. 「우리 오빠와 화로」와 유사한 서사적 구조를 띠고 있는 듯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우리 오빠와 화로」에서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던 오빠의 그림자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대신 「평이」는 배달을 하다 다친 동생에게 보내는, 동생 자신의 몸을 잘 돌보라는당부와, 동생의 다른 일자리를 위해 오마니들과 소통해보겠노라는 누나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카프 출신 문인들의 전향이 가시화되며 프로문학이 전환기에 놓여 있던 1934년, 엄흥섭은 「우리 오빠와 화로」를 연상시키는 소설 「평이」를 발표함으로써 카프가 가장 대중적이었던 시기를 소환하는 한편, 민중의 현실에 기반을 두고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여성지우』의 기획과 그 연장선상에 있는 엄흥섭의 소설은 힘겨운 삶을 겪어내던 독자들이 서로의 취약성에 공감하고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소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이 연구는 캐롤라인 레빈의 『형식들: 문학도 사회도 문제는 형식이다』에서 소설에 나타난 형식들로 텍스트를 분석하는 방법 중 특히 계층질서에 주목하여 강경애 장편소설 『인간문제』를 살폈다. 소설 안의 여성 인물들을 설명하는 계층질서 형식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궁극적으로 급진적인 정치로 나아가는 과정은 이 연구가 밝히고자 하는 핵심이었다. 결혼한 여성 혹은 첩들은 공통적으로 가부장적 계층질서에서 열악한 위치에 있지만, 그녀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른 계층질서가 그녀들의 연대를 가로막는다. 10대 여성들인 선비, 간난, 옥점이는 비격식체를사용하여 그들 사이의 계층질서를 불확실하게 만든다. 하지만 옥점이는 그녀의 특권을 보장해주는 원소의 계층질서에 천착하여, 기존의 질서를 전복하려는 의도를 가진 선비와 간난이의 연대에 참여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선비는 스스로 깨우치고 스스로 가르치는 과정을 거쳐 자신이 첫째와 같은 동질적인 계급들보다 더 지적으로 성장하여, 이를 바탕으로 젠더와 자본주의의 계층질서를 방해하는 새로운 급진적 실천으로 나아간다.
This paper examines the form of hierarchy in Kang Kyŏng-Ae’s novel Ingan Munje (Human Predicament, 1934) by following the approach presented in Caroline Levine’s Forms: Whole, Rhythm, Hierarchy, Network (2015). This study aims to clarify the how the forms of hierarchy works that seek to explain the women within the novels collide with each other, eventually developing into radical politics. Married or pseudo-married women, who have a different social statuses in the village as a wife of a landlord, a concubine of the landlord, and a widow of a servant of the landlord, suffer from similar disadvantages under patriarchal hierarchy; however, the other hierarchy that exists between them prevents them from organizing solidarity. The teenage girls destabilize the class hierarchy between them by using an informal communication style. However, unlike Sŏnbi and Kannani, Okchŏm does not make any solidarity with them to protect her status in Wŏnso. The solidarity between Sŏnbi and Kannani evolves into something that overthrows the previous order. Sŏnbi cultivates her own intellect and reaches a level of intellectual maturity above that of other people in the homogenousclass such as ch’ŏtch’ae. In the end, she suggests a new radical politics that disrupts the dichotomy of class and gender hierarchy.
『화산도』에서 여성인물의 의식을 주목하면 4·3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인식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까닭은 여성인물의 의식이 생성되는 자리가 남성의 의식이 놓인 자리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이 인식과 발화의 정통성을 독점한 상태일 때 여성은 예외적이고 ‘비정상’적인 자리에서 4·3을 조망한다. 그 결과 여성은 남성 중심으로 직조된 4·3 인식에 대하여 위화감을 느끼고, 여성의 그러한 감각은 4·3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탐색과 사유를 산출하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여성은 현실과 연결된 유·무형의 자원으로부터 소외된 탓에 기존 질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재구성한다. 그러한 이유로 여성의 자리에서 송출되는 ‘역사’에 대한 발화는 기존의 언어로는 번역할 수 없는 형태로 굴절되면서 낯선 언어로 재구성되고 채워진다. 이렇듯 여성의 현실은 안정된 질서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교란하고 위협하면서 4·3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다. 따라서 여성주의적 시각을 통해 4·3을 재인식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이게도 여성이라는 존재의 실존적 취약성 때문에 대범하고 전위적인 기획이 된다. 이상의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본 논문의 2장에서는 4·3으로부터 여성들의 존재가 지워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추궁한다. 이어서 3장에서는 여성에 대한 『화산도』의 서사적 ‘재현’이 어떠한 문제를 노정하는지 살핀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4·3과의 관계 속에서 여성들의 능동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조명한다. 구체적으로 『화산도』의 여성인물 세 명을 조명한다. 투사 부엌이, 혁명의 연대자인 이유원, 남성의 관념을 교란하는 문난설이 그들이다. 이처럼 『화산도』에 등장하는 여성인물에 주목함으로써 4·3 비극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아닌 ‘혁명’으로서의 4·3에 대한 가능성을 사유할 수 있는 틈새를 열어젖히고자 한다.
이 글은 2000년대 중후반에 나타난 결혼이주 서사들과 2010년대 중후반 ‘페미니즘 리부트’를 대표하는 『82년생 김지영』을 같이 읽으며 이 두 가지 여성서사들이 한국의 외부와 연결되고 있는 다른 양상이 보여주는 변화를 신자유주의와 함께 작동해온 한국 가족주의에 내포된 문제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독해해보고자 한다. 2000년대 중후반 다수 창작된 결혼이주 서사들은 1990년대부터 확대되어온 여성서사를 이어받아 한국 사회의 결혼이주 여성들의 현실을 조명한 작품들로 이해된다. 이 시기 결혼이주 서사들은 글로벌한 차원에서 관찰되는 이주의 젠더화 현상 속에서 여성의 돌봄노동이 저개발 국가 출신의 여성에게 이월되는 현상을 한국의 가족주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는 기제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2010년대 중후반 ‘페미니즘 리부트’를 주도했던 여성서사인『82년생 김지영』이 결혼이주 서사가 축소된 자리에 한국사회의 ‘내부 식민자’로서의 여성 이미지를 재등장시키면서 페미니즘의 동아시아적 확대를 추동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이 글은 2010년대 중후반 페미니즘의 글로벌한 확대를 가져온 『82년생 김지영』이 앞선 시기의 결혼이주 서사가 맥락화했던 여성–인종–계급 문제를 결락하고 있는 역설에 주목할 필요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Marriage migration narratives first began appearing in contemporary Korean literature in the latter half of 2000s, and they were understood to be a form of women’s narrative that was inherited from writers working in the 1990s. These narratives of marriage migration reflected an increase in migration, which was transforming Korea into a somewhat multi- racial society. Moreover, it reveals that the issue of migration in Korean society possessed a distinctly gendered component. This is because the recognition of emigrants as civilians occurred mainly in the form of recognizing families composed of a Korean native and foreign spouse. Therefore, it can be deduced that the ideology of familialism conceals the fact that the responsibility for care work is gradually being shifted to low-wage female workers from less-developed countries. In addition, it is worth noting that the novel Kim Jiyoung, born 1982, which was at the center of the “feminism reboot” phenomenon in South Korea and neighboring countries such as Japan and China in the mid-2010s, re-popularized a female image free from the problems of class and race at a time when marriage migration narratives were gradually losing prominence. This article asserts that the success of Kim Jiyoung, born 1982 ref lects the fact the combined patriarchal and neoliberal system of Korean society, which limits the social role of women to being consumers and mothers who direct their children’s education to maintain the family’s social status, was no longer sustainable due to neoliberalism losing its hegemonic status.
본 연구는 JYP 엔터테인먼트 걸그룹의 노래를 중심으로 걸그룹 노래에 드러나는 타자화된 여성상을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JYP 엔터테인먼트 걸그룹의 노래들에는 공통적으로 남성의 시선에서 대상화된 여성의 모습이 포착된다. 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수동적 여성상과 젠더 고정관념의 고착화이다. JYP 걸그룹은 남녀관계를 그림에 있어 주로 여성은 남성의 고백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여성으로, 남성은 남자답게 여성에게 다가가 고백하는 남성으로 위치 짓는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여성과 남성 모두 전통적인 젠더 롤에 고착화시킨다는 문제를 낳는다. 두 번째는 시선의 문제와 타자와의 구분 짓기이다. JYP 걸그룹의 노래에는 여성이 다른 여성을 질투한다는 ‘여적여’의 구도를 형성하여 여성 주체적 담론장의 분열을 조장하는 위험성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성숙한 성인 여성과 미성숙한 성인 여성의 대비이다. JYP 걸그룹을 프로듀싱하는 박진영은 자신의 노래를 통해서는 성숙한 성인 여성의 모습을 강조하고, 걸그룹의 노래를 통해서는 미성숙한 소녀의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여성을 규정해왔던 성녀(聖女)와 창녀(娼女)의 이분법 속에서 여성의 모습을 그리는 문제점을 낳는다. 이처럼 JYP 엔터테인먼트 걸그룹은 남성의 시선에서 대상화된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는 여성의 모습을 성녀와 창녀라고 하는 이분법적인 측면으로만 귀속시키고, 더 나아가 노래를 부르는 걸그룹 멤버와 노래를 듣는 여성들 간에 분열을 일으킬 위험성을 내포한다.
This study seeks to examine otherized images of woman in the songs of girl groups managed by JYP Entertainment. These songs commonly feature objectified images of women from the perspective of men. These images can be largely divided into three categories.The first category includes representations of passive femininity and gender stereotypes. When representing relations between men and women, JYP girl groups generally depict women as passive beings who are waiting for a man to confess his love, and men approach and confess their love to women in a manly manner. However, such representations of relationship can be problematized for adhering to traditional gender roles. The second is the differentiation between the problem of the gaze and the Other. JYP girl group songs depict women who are jealous of other women, pitting women against other women, which, in turn, risks introducing rupture into discourses of female subjectivity. Finally, the third is the contrast between mature adult women and immature adult women. Park Jin-young, who produces JYP girl groups, emphasizes the appearance of mature adult women in his songs and immature girls in girl group songs, which reproduces the problematic binary of adult women and prostitutes, which reflects how men have traditionally defined women. As such, JYP Entertainment girl groups depict women from the perspectives of men. In conclusion, this results in a binary representation of women as either adult women or prostitutes and further risks causing division between singing girl group members and female listeners.
국내 출판시장에서 문학번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더욱이, 문학번역의 특성상 번역가의 번역에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번역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변화하는 사회상에 발맞추어 번역 역시 재작업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특정 작품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임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Louisa May Alcott의 소설 『작은 아씨들』의 여성 지칭어와 관련된 표현이 어떤 식으로 번역되었는지 살펴보고자 시중에 출판되어 있는 3종의 번역본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일부 번역에서 지나치게 여성성(性)이 드러남을 확인하였다. 물론, 원문과 비교해 보았을 때 여성성이 드러나는 번역이 오역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대체할 수 있는 더 나은 표현이 있다면 번역본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여성성에 대하여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언어 역시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다양한 번역본이 등장하는 문학번역 역시 사회를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이므로 번역가는 변화하는 사회상을 잘 반영해야 한다.
An overwhelming amount of translated literature has been published, and novels constitute the majority of translated literature. Indeed, the number of translations of certain works is gradually increasing, and in this context, considering readers is controversial. A literary work can be translated completed differently for readers according to each translator’s approach. Additionally, it is sometimes necessary to rework translations in response to changing social conditions. Taking this into account, it is necessary to conduct various analyses of a single work. Accordingly, this study analyzes three published translations of Louisa May Alcott’s novel Little Women. The study aims to examine how these feminist translations of the novel were produced. The study found that femininity was excessively emphasized in some translations. Of course, translations that feature femininity more strongly than the original text cannot be said to be mistranslations. However, in cases where more appropriate expressions may have been available, it is necessary to question the clear emphasis on femininity in the translation. Language continually changes alongside society. Everchanging and diverse literary translations serve the important function of reflecting society. Therefore, translators should properly reflect changing social conditions in their translations.
이 글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 「서울역」, 「부산행」, 「반도」에 재현된 여성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탐구했다. 우선 세 편의 재난영화 속에서 여성 재현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영화에 재현된 ‘좀비’가 자본주의의 보편적이고 초월적인 권력을 상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이러한 자본주의 체제와의 윤리적 공모 속에서 여성을 ‘비–장소’에 내몰고 있다는 점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야기한 대지의 죽음과 파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남성들의 근본적인 기만이 자리잡고 있다. 남성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지속시키려는 욕망과 함께 그로부터 발생한 대지의 파괴와 종말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책임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하기 위해 여성을 자본의 인큐베이터이자 희생되어야 할 먹이로 재현한다. 게다가 대지의 종말과 파괴가 가져오는 절멸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남성들은 군인으로 대표되는 포스트 영웅을 지속적으로 호출하여 새로운 자본주의 민족국가 체제를 구성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성은 포스트 대한민국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생산의 인큐베이터로, 생산하는 몸으로 여전히 폭력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This article critically explores representations of women in director Yeon Sang-ho’s films Seoul Station, Train to Busan, and Peninsula. To understand the method of representing women deployed in these three disaster films, I analyze how the “zombie” represented in the film symbolizes the universal and transcendent power of capitalism as well as how men drive women into a “non-places” in ethical compliance with the capitalist system. Here lies the fundamental deception of men who avoid responsibility for the death and destruction of the land caused by the capitalist system. To overcome the fear of destruction and the end of the earth, satiate their desire to sustain the capitalist system, and obscure their responsibility, men reproduce women as incubators of capital and prey to be sacrificed. Moreover, to overcome the fear of annihilation brought about by the end of the earth and destruction, men continuously summon post-heroes represented by soldiers, revealing their desire to construct a new capitalist nation-state system. In this process, women continue to be forced into violent situations as incubator of production and producing bodies meant to reconstitute a post-Korea.
본 논문에서는 두 편의 소설—김혜진의 단편소설 「비트루비우스 인간」과 이종산의 장편소설 『커스터머』—에 나타난 신체 변형 양상과 의미를 살펴보았다. 두 소설은 기술과학 문화 담론의 자장 내에서 인간의 신체 인식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신체 변형 서사이다. 텍스트 분석에 앞서 포스트휴먼과 트랜스휴먼의 개념에 대해 고찰하였다. 두 편 소설의 문학적 형상인 ‘비트루비우스 인간’ 과 ‘커스터머’는 일차적으로 트랜스 휴먼의 양상을 띤다. 전자는 유전공학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탄생시킨 기술 기형의 상상력을, 후자는 기존의 고정된 신체와 정체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비를 넘어 이 두 편의 소설은 기술과학의 형상을 통해 트랜스휴먼의 가장자리에 놓인 돌연변이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새롭게 제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혜진과 이종산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문학적 형상은 미래의 가능 영역에 존재하는 트랜스휴먼이다. 동시에 이들은 포스트휴먼 즉 인간–비인간의 연속체적 형상이기도 하다. 이들의 시선은 근본적으로 현재적인데, 이유는 이들에 대한 상상이 기술 기형과 돌연변이에 대한 너무도 인간적인, 즉 휴머니즘에 입각한 현재 ‘우리’의 상상력 위에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비트루비우스 인간’과 ‘커스터머’라는 두 문학적 형상은 트랜스휴먼의 형상으로서 트랜스휴먼의 조건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아이러니의 존재이다. 두 편 소설에 대한 일련의 논의를 통해 본논문은 포스트/트랜스휴먼에 관한 문학적 시선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This study examines the patterns and meaning of metamorphosis described in two narratives that deal with physical metamorphosis: the short story “Vitruvius Man” by Kim Hyejin and the novel Customer Lee Jongsan. Both stories are narratives of bodily metamorphosis that illustrate how the instability of the boundaries of various dimensions within the spheres of technological, scientific and cultural discourses influence the perception of the human body. In this context, both stories can be considered to be metamorphosis narratives that are mediated by technology and science. Before analyzing the texts, I discuss the concepts of posthumanism and transhumanism. The figures of the technological and scientific era have primarily been discussed in the context of the post-human; however, there is a wide spectrum of meanings ascribed to the term “post-human.” The “Vitruvius man” and “customer,” who are the literary figures of each respective novel, are the prototypical forms of the transhuman. “Vitruvius man” and “customer” differ in that the former is related to the anxiety of transhumanism and the latter involves the search for the potential acceptance of transhumanism. The “Vitruvius man” and “customer” are based in the theme of the extinction of the biological body and the self-production of the body, respectively. As indicated by the terms “extinction” and “production,” both authors clearly demonstrate that they hold diverging views on metamorphosis mediated by technology. Indeed, “Vitruvius man” gestures toward technological deformity created by anxiety about and fear of genetic engineering, whereas “customer” demonstrates the possibility of escaping from an existing fixed body and identity. Despite these differences, both novels assign the new literary meaning to mutation, which is located on the margins of transhumanism, through the figures of technology and science. The literary figures observed in the fictions of Kim Hyejin and Lee Jongsan represent the transhuman subject that exists in future potentialities. Furthermore, they are also the figure of the posthuman; that is, they are a continuum of the human and non-human. However, their perspectives belong to the present time. This is because their conceptualizations of future figures are based on a very human understanding of technological deformity and mutation; that is, their perspectives are based on “our” present-day, humanist horizon of understanding. In this sense, the two literary figures of “Vitruvius man” and “Customer” are ironic beings who makes us look back critically on the conditions for transhumanism via the figure of the transhuman. This study analyzed the characteristics of literary perspectives on post/transhumanism through a series of discussions of both novels.
이 글은 독자들의 다종다양한 의미실천을 토대로 끊임없이 갱신되는 새로운 퀴어 문학 비평의 인식론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7~2018년 무렵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문학장의 퀴어/페미니즘적 재편 과정에서, 비평은 독자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제 독자는 기존의 낡은 문학을 쇄신하고 새로운 한국 문학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주체로 호명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몇몇 퀴어 문학 비평은 원론적인 층위에서 독자를 요청할 뿐, 실제 독자의 독서 경험을 비평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임해 온 듯 보인다. 이 글은 동시대 퀴어 문학 비평이 상상하는 독자의 형상을 검토하고, 실제 독자에 대한 인식이 누락된 한국 문학장의 ‘독자 없는 독자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심층 인터뷰 방법을 활용한 학제적 실험을 시도한다. 우리는 문학연구와 문화연구가 공통적으로 소설의 ‘수용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구체적으로 박상영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한 독자들의 수용 양상과 그 문화정치적 함의를 분석한다. 다양한 경험과 정체성을 가진 실제 독자들의 이질적인 ‘소설 읽기’를 기반으로, 이 글은 기지의 억압을 재확인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문학 텍스트를 통한 자기변형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한다.
This article aims to establish a new epistemology of queer literary criticism that is constantly renewed by readers’ diverse signifying practices. During the queer/feminist reorganization of the literary field — which began in approximately 2017 and 2018 and continues to the present — criticism has repeatedly emphasized the importance of readers. Now, readers are referred to as subjects who are reforming existing literature and creating its future. Some recent works of queer literary criticism, however, have been somewhat insufficient to translate readers’ actual reading experiences into the language of criticism despite claiming to recognize the importance of the existence of the reader on a theoretical level. This article examines the figure of the reader as imagined by contemporary queer literary criticism and attempts an interdisciplinary experiment that incorporates in-depth interviews to overcome the limitations of “reader theory without readers,” which describes a trend in the Korean literary field to fail to recognize actual readers. We emphasize that Korean literary and cultural studies scholars have not fully considered the “audience” of the novel, and, in this context, we specifically analyze readers’ receptions of Park Sang Young’s stories in Love in the Big City and their cultural and political implications. With particular attention to the heterogeneous reading practices of readers who possess various experiences and identities, this article attempts to explore the potential for self-transformation through literary texts, breaking away from the practice of reaffirming familiar forms of oppression.
이 글의 목적은 최근 방영된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형상화된 돌봄의 양상을 검토하여, 가족과 젠더를 넘어선 돌봄 관계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찾아보는 것이다. 돌봄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역설적인 형태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공공의 돌봄 제공이 정지되고 가족에게모든 부담이 전가되며 돌봄 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이 모든 돌봄위기를 오롯이 여성들의 자기착취적 초과노동으로 감당하며 미봉해 왔다. 이 글은 이제야 겨우 ‘필수노동’으로 불리기 시작한 돌봄을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정상가족’과 돌봄 책임의 젠더화된 분배를 당연시하고 돌봄자와 돌봄노동을 비가시화해 온 기존 상상력을 넘어서보고자 하는 시도다. 「동백꽃」과 「사괜」은 각각 어린 아이와 성인 장애인이 있는 빈곤 계층의 2인 가족 돌봄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정상가족의 틀 밖에 놓인 가난한 이들이겪는 돌봄의 위기와 돌봄자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이들이 돌봄 관계와 돌봄 공동체의 형성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로맨스 서사에 담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돌봄 체계가 잘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돌봄자인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가족’의 이름으로 자신에게 부과된 돌봄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고투하며 고립으로 내몰리고, 이로 인한 소진으로 온전한 돌봄을 제공하기 어렵게 되어 돌봄대상자와의 관계마저 악화시킨다. 극 초반에 주인공들이 겪는 이러한 난관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정상가족’이아닌 형태로 삶을 꾸려온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혹독한 돌봄 격차의 경험들과 맞물리는데,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돌봄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특정한 개인들과, 그 개인들의 초대로 진입한 돌봄 공동체 안에서의 돌봄 관계를 경험하면서 점차 이 난관을 벗어나고 새로운 삶을 위한 희망을 찾게 된다. 이 글은 두 드라마를 오늘날의 돌봄 담론이 요청하는 탈가족화·탈젠더화·탈시장화된 돌봄의 형태를 상상하고 사유할 수 있게 하는 텍스트로 읽으면서, 다른 한편 여전히 남아있는 한계들을 검토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가족과 젠더를 넘어선 돌봄의 상상력이 처한 자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본고는 정세랑의 최근작인 장편 『시선으로부터,』의 여성 주체성 형성 과정을 여성 신화 속 사이렌의 복원 과정과 맞물려 독해하고자 한다. 주인공 심시선은 근대성의 타자로서 오디세우스에 의해 타자화된 사이렌과 같은 위치에 놓인 인물이다. 그녀가 ‘어우러짐’을 통해 다른 여성 주체와 관계적 자아를 맺고 그것을 확장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역사를 다시 쓰는 과정은, 오디세우스의 타자로서가 아닌 ‘비동일적 자아’로서의 사이렌의 모습과 같다. 근대성의 동일화 기제에 포섭되지 않는 ‘비동일성’의 자아는 시선에게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선으로부터 시작되어 동시대의 타자들에게, 그리고 후세대의 여성들에게까지 확장된다. 이는 부정되었던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행위, 즉 발화 행위에 필적하는 수필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개인적 기억을 다시 쓰는 행위는 공식적 역사에는 드러나지 않는 감춰진 역사를 ‘회상’함으로써 역사의 동일성에 균열을 내게 된다. 시선의 과거는 후손들에 의해 ‘제사’라는 회상의 형식을 통해 축제처럼 반복되는데, 이 또한 타자화의 역사를 주체의 언어가 아닌 타자의 몸과 언어로 재의미화한다는 점에서 모더니티의 폭력성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방식이다.
This article interprets the process of female subject formation in Jung Sae-rang ’s latest novel From the Si-sun while also exploring the restoration of sirens in women’s mythology. Through “commingling,” Si-sun forms relationships with other female subjects, and while expanding these relations, she rewrites history using her own voice, similar to the “non-identical egos” of sirens. The “non-uniform” ego, which is not encompassed by the mechanism of modern homogenization, does not stop at Si-sun; rather, it extends from Sisun to others of the same age and women of later generations. This is achieved by making heard the voices of a women that have long been marginalized; that is, it is achieved via an act of writing that is comparable to the act of speaking. The act of rewriting personal memories causes ruptures in the identity of history by “reflecting”(Eingedenken) on a hidden history that has not appeared as part of official history. Si-sun’s descendnants repeatedly reenact her past like a festival in the form of a “ceremony.” However, this act is also a way of criticizing modernity’s violence by granting new meaning to the history of other people’s bodies and langu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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