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logo

No.38

Kim, Sooyoun pp.7-40
초록보기
Abstract

Shrugging off the conventional viewpoint that considers women's duty as a norm, we see it as a performance of labor. This view makes us regard women's duty as the problem of public domain, and discuss social responsibility of it. This claims that serving for 'Two Good Queens Myth' is not the official but the selective, and also is not the area of an individual duty but that of collaboration of community. The way looked at the duty of traditional women or wives, which is in line with the fixed role problems gendered today, should be reviewed as the problems of a social system, not that of a person's qualifications. Especially, in emotional labor permeated the duty of women and wives, paying attention to a surface behavior that the spread of their sense of identity is blocked, we need to try to understand the women's reality related with labor. Imaginative prospect and realistic practice is two wings that construct a new self-epic. Fictional imagination is the combination of personal experiences which a real anonymous woman made and a social history of a female group. Alternative imagination and courageous revelation is a basic condition for changing the quality of life. This is why this paper is focused on fictional imagination that women in Chosŏn dynasty where people controlled women has proposed. On the process of discussion, we made use of 'mirroring' as a narrative skill, 'emotional labor' of sociology, 'the sense of identity' of self psychology, and 'self-epic' of literary therapy as important introspection tools.

Kyungmi Kim pp.41-72
초록보기
Abstract

This thesis aims to consider the Confucian discourse on women’s labor through the Confucian scriptures and Confucian Women’s Classics(女性敎訓書) and to reveal the way of reproduction of women’s labor. The Confucian scriptures and the Confucian Women’s Classics regard women’s labor as yeo-gong(女功), one of virtue. Because it was necessary to emphasize women’s labor for maintaining the domestic economy, Confucian patriarchism needed to control women’s space and time, and to regulate women’s body. To reveal the Confucian thought on women’s labor, first, I examine the thought on the concept of labor briefly, second, I analyse how the Four Books for Women(女四書), one of the representative of the Confucian Women’s Classic’s, understand and explain women’s labor. Through this analysis, I attempt to reveal that the Confucian scriptures and the Confucian Women’s Classics produce the knowledge about women and work as the apparatus to reproduce the women’s labor. And then, among haeng-jang(行狀), the records of a deceased person's life of Chosun Dynasty, I select records of Shin Daewoo(申大羽, 1735~1809) and his wife written by their son, Shin Jak(申綽, 1760~1828), and compare the perspective of narration. In the record of Shin Daewoo, Shin Jak mainly narrated the scholarship and the career, and did not write his mother’s labor. On the other hand, in his mother’s record, Shin Jak emphasized her labor and management of their property and tried to make his daughters in law and other women in his family remember in order to reproduce the women’s labor.

Heo Yoon pp.73-98
초록보기
Abstract

본고는 이주가 보편화되는 신자유주의 시대 여성-이주-장편소설을 통해 한국 장편소설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여성 서사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200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등장한 여성-이주-장편소설에서는 이주와 정착 과정에서 비체화된 여성이 신성을 획득한다는 플롯이 자주 등장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황석영의 『바리데기』(2007)이다. 서사무가 바리데기를 원용한 소설 『바리데기』는 탈북여성인 바리가 중국을 거쳐 영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성주체는 이주 과정에서 성폭력에 노출되고, 성매매를 강요당한다. 그러나 이때 주인공인 바리는 선량한 남성 주체들의 도움으로 성매매의 위기로부터 구원되고, 여성의 고통은 육체와 영혼의 분리와 같은 환상적인 방식으로 재현된다. 이때 여성 주체를 향한 폭력은 신자유주의 하 포스트 식민 체제의 고통을 상징한다. 가족과 헤어져 홀로 국경을 넘는 소녀를 통해 신제국주의를 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신자유주의의 가부장적 질서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는다. 바리는 파키스탄계 이주민인 알리와 결혼하여 순결한 가족을 건설한다. 이주 과정의 폭력에서 구원된 바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고통은 딸의 죽음이다. 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를 해원하는 영매 바리는 아시아적 서사의 모델이 된다. 하지만 이 모델은 고통과 고난을 여성화하는 방식이라는 윤리적 한계를 내포한다. 비천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경계를 넘는 모험을 통해 새로운 신성성을 만들어내는 여성-이주-장편서사는 동아시아에서 출발하여 세계문학으로 자리매김한다.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길항을 통해 한국 장편소설이 새로운 가능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는 소수자 되기와 그 재현의 문제를 사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수자 서사를 여성의 희생과 해원, 성화로 공식화하지 않고, 성스러움을 노동과 분리하지 않는 윤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PARK Yuhee pp.99-136
초록보기
Abstract

이 글은 2000년대 한국영화에 나타나는 여성노동자의 재현 양상을 고찰하여 한국영화사의 맥락에서 그 현재적 의미를 밝히고 신자유주의시대 여성노동자 영화의 좌표를 세워보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노동자가 급증한 것은 1960~70년대 경제 근대화 과정 속에서였다. 한국영화사에서 여성노동자를 재현하는 양상은 이러한 과정과 맥을 함께 한다. 1960~70년대에는 식모, 버스차장, 택시운전사, 호스티스 등 산업화 과정에서 다양해진 도시의 직업군이 영화의 새로운 소재가 되며 여성노동자의 재현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구로아리랑」(박종원, 1989), 「파업전야」(장산곶매, 1990) 등 노동계급의 시각에서 노사갈등을 다루는 영화들이 나오게 된다. 이 영화들에서 여성노동자의 특수성이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노동자 계급의 일원으로 여성노동자가 등장하게 된다. 여성노동자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IMF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고용유연화 속에서 노동문제의 층위와 양상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문제가 대두하면서부터였다. 게다가 디지털 정보화라는 매체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영상 제작이 일상화되면서, 여성노동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많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다루는 극영화 제작은 미미하다. 이제 노사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한 정치적 검열은 약화되었다 해도 대중이 영화를 통해 어두운 현실의 문제를 새삼 목도하고 싶어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소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자본의 검열이 그러한 제재(題材)를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2000년대 노동자, 더구나 여성노동자를 다룬 영화가 많지는 않지만, 이전의 영화와 다른 양상과 지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이 글에서는 2000년대에 여성노동자를 다룬 영화들에서 전개되는 관습의 수용과 혁신의 스펙트럼을 통해 신자유주의시대 한국영화에 나타난 여성노동자 재현의 지형을 그려보려고 했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노동자 산재 소송을 다룬 「또 하나의 약속」(김태윤, 2014),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다룬 「카트」(부지영, 2014), 여성노동자를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운 저예산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안국진, 2014)를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2000년대 여성노동자 영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다큐멘터리와 이 영화들에 나타나는 재현의 차이를 고려하고 제작자본의 성격과 영화 문법의 관계를 참조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 영화들의 위상과 의미를 가늠하고, 그것을 좌표 삼아 향후 여성노동자 영화의 과제를 고민해보고자 했다.

Seo Jung Ja pp.139-168
초록보기
Abstract

이 글은 전숙희의 초기소설을 발굴 분석하여 소설사적 의의를 규명해보고, 전숙희소설의 특성에서 수필문학으로 장르 전환하는 내적 필연성을 살펴 본 것이다. 전숙희는 1939년 『여성(女性)』에 「시골로 가는 노파」를 실음으로써 작가로 등단하였는데 이후 작가로 활동하며 57년까지 10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본고는 등단하기 전 전숙희가 이화여전 문과 재학 시 발표한 단편 「코스모스」(1937)와 41년 발표한 「애정(愛情)」을 발굴하여 이 소설이 여성의 자기실현문제를 지식인여학생의 시선으로 그린 문제작이며 여성소설사에서 최초로 슈퍼우먼콤플렉스를 소설화 한 점에 주목하였다. 육이오전쟁 후 발표한 「범부범부(凡夫凡婦)」「회신(灰燼)」「미완의 서」등도 여성심리소설로서 주목되는 작품들이다. 문학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며 작가로 출발했으나 해방, 육이오전쟁 등 격동기를 거치면서 작가는 소설쓰기에서 수필쓰기로 장르를 전환한다. 본고는 전숙희 소설에서 일인칭 화자의 시점을 즐겨 쓰고 자기고백적인 제재를 대담하게 쓰며 구성상으로 시간적 역진을 허용하지 않는 등의 전숙희 소설적 특징이 수필로 쉽게 장르전환을 하는 내적 필연성으로 작용하였다고 보았다. 이에 대한 뒷받침으로 전숙희가 토로한 수필쓰기 방법을 찾아 제시하였으며 이는 초기소설의 발굴 및 여성소설사적 평가와 함께 전숙희 문학연구에 한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Oh, Yoon-Jeong pp.169-192
초록보기
Abstract

홍윤숙 시인은 전후 여성시의 독특한 지형을 보여주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연구는 홍윤숙의 시가 사색적, 내면지향적인 특징을 지닌다고 논하고 시가 보여주는 지성과 감정의 절제에 주목한다. 그러나 홍윤숙 시에 대한 논의는 단평이나 개별 시집 연구에 국한되거나, 동시대의 여타 여성 시인과의 비교 고찰에 머무는 등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홍윤숙 시인이 어떤 경향이나 유파에 속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여성시인이라는 편견이 연구에서 배제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타관’이라는 시적 공간을 통해 홍윤숙 시의 현실적, 역사적 공간인식을 살펴보는 데 있다. 홍윤숙 시의 ‘타관’은 단지 구체적인 지명이나 장소를 넘어 홍윤숙 시의 특질을 보여주는 시적 공간이다. 시적 공간은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체험이나 경험이 녹아 있는 언어화된 장이며, 시적 화자의 의식과 무의식이 발현되는 장소이다. 홍윤숙의 시에서 ‘타관’은 삶과 죽음, 고향과 타향, 인간 근원의 고독과 같은 시적 인식을 펼치는 시적 공간이다. 이는 분단 디아스포라적인 역사적 정체성을 드러내며, 한편으로 죽음과 삶에 관한 실존적 인식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존재론적이고 허무주의적인 홍윤숙의 시는 여성시의 지형에서 독특한 일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홍윤숙 시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 연구는 그 가운데 ‘타관’이라는 시적 공간의 의미를 고찰하고, 그를 통해 홍윤숙 시의 시적 지향과 특징을 살펴보는 데 의의가 있다.

Park, Eunjung pp.193-225
초록보기
Abstract

박경리 장편소설 『시장과 전장』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들이 생존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전시(戰時)의 생존은 총과 칼의 겨냥으로부터 피해나가는 것이고, 의식주의 해결로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전쟁에서는 이런 전쟁에서의 생존 문제에 ‘이데올로기’라는 문제가 더해져서 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한국문학에서 전쟁을 다룰 때 ‘이데올로기’의 문제는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다. 또한 전시(戰時) 굶주림의 문제 또한 거론되었다. 『시장과 전장』은 기훈의 서사와 지영의 서사로 나뉜다. ‘기훈’의 서사는 공산주의와 아나키즘 등 이념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한편 ‘지영’의 서사는 소시민으로 전쟁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현실의 측면을 그리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시장과 전장』에 나타난 전시의 생존 문제에 주목한다. 『시장과 전장』에서는 전시 생존의 문제를 ‘사상의 검열’과 ‘시장 형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상 검열’의 문제는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남측에서 ‘빨갱이’이데올로기로 파악되는 ‘반공’이데올로기와 이에 비견되는 북측의 ‘반동’이데올로기의 문제이다. 『시장과 전장』에서는 아무런 사상도 이념도 없는 민중들이 전쟁을 거치면서 반공 혹은 반동 이데올로기의 검열로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은 전시 생존의 근원적 문제인 의식주의 해결을 ‘시장’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전세의 흐름에 따른 시장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포착하여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는 전시의 생존 문제를 ‘지영’의 서사를 통해 살핀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 피난을 하지 못하고 서울에 남아있던 지영은 서울의 점령군이 인민군과 국군, 중공군과 연합군으로 바뀔 때마다 사상 검열을 통과해야만 했다. 이 문제로 남편이 잡혀가고, 어머니가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사상 검열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정작 ‘사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었음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그동안 박경리 초기소설은 전쟁미망인 혹은 지식인 여성의 문제, 이데올로기의 문제 등으로 파악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그동안의 연구 성과에 덧붙여 박경리 소설이 한국전쟁 당시 사회, 경제 전반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pp.227-255
초록보기
Abstract

본고는 1970년대 초반 발표된 박순녀의 소설을 대상으로 냉전 체제 하의 여성의 위상과 정치적 주체화의 가능성을 독해하였다. 지금까지 박순녀의 소설은 「어떤 파리」를 중심으로 하여 60~70년대 참여 문학의 한 흐름으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그녀의 소설들은 성과 사랑을 소재로 한 여성의 문제, 그녀 자신의 월남 체험, 그리고 정치 현실의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어져 왔다. 따라서 참여문학의 자장으로 수렴되지 못하는 박순녀 문학의 의미를 ‘불온’을 재현하는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궁구하고자 하였다. 본고는 냉전 체제의 효과적 통치 방식으로서의 ‘불온’이 여성작가의 시선을 전유함으로써 냉전의 통치 체제는 물론 남성을 우위로 한 젠더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드러내는 데 기능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먼저, 박순녀의 소설은 남성과 불화하는 가정 내 여성을 통해 젠더 이데올로기에 놓여 있는 여성을 재현한다. ‘불온’은 냉전 체제의 통치 권력과 주체의 모습을 드러내는 한 방식이지만 젠더 이데올로기 내에 갇혀 있는 여성을 냉전 체제의 지배를 받는 ‘남성’과 동일한 구조로 형상화함으로써 억압적 정치 현실과 위계적 젠더 체계를 동시에 포착한다. 박순녀는 더 나아가 냉전 체제 내의 여성을 새롭게 배치함으로써 저항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여성 인물은 스스로 ‘불온한 존재’가 되어 여성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의 지형에 변화를 꾀하고 ‘불온’의 감각이 포착되는 순간의 허위적 구조를 통해 냉전 체제를 지탱하는 폭력적 원리와 불균등한 젠더 윤리를 폭로한다. 박순녀 소설에서 재현되는 ‘불온’은 냉전 체제의 억압적 사회현실을 인식하게 하는 장면이자 이중의 타자로서의 여성의 현실을 구조화하는 메타포였다.

Lee Eun Young pp.257-289
초록보기
Abstract

고정희 시에 나타나는 현실인식에 대한 평가는 주로 후기시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기존의 연구는 그의 시세계 전반의 공동체적 인식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고정희의 시의 변모가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의 시적 변모를 입체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고정희의 시 전반을 탐색하기 위해 장-뤽 낭시의 공동체 이론으로 고정희 시의 바탕에 놓인 공동체적 성격을 밝힌다. 개인인 주체는 자신을 유일한 존재로 가정하지만 유한성을 깨닫게 됨에 따라 존재는 분리된 개인으로 존속할 수 없다는 불가능성을 의식한다. 그리고 타자로 향하는 움직임 가운데 있게 된다. 장-뤽 낭시가 말하는 ‘우리’의 존재의 수행은 ‘우리’의 관계 내에서 서로를 향한 실존들의 만남과 접촉이다. 장-뤽 낭시가 상정하는 공동체는 우리의 실존의 나눔의 양태, 즉 인간들 사이의 소통과 공동체 구성의 근거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쓰여진 고정희의 시는 공동의 것을 지향한다. 공동체적 인식을 꾸준히 나타내며, 공동체가 처한 상황을 그려나간다. 초기시에서 구체성이 결여된 ‘우리들’은 절망과 수동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중기시에서는 종교에 대한 폭로적인 언술로 공동의 것이 대상화되고 절대적인 것으로 승격되는 양상을 비판한다. 동시에 억압과 구속에 놓여있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외부를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것이다. 그러한 양상은 후기시에서 강렬한 현실 비판의 시각으로 기존의 질서를 흔들며, 현재를 극복하고 폐쇄적인 동일성의 지배를 극복해나가려 한다. 그것은 타자성에 열린 공동체, 함께 있음의 외존을 향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Kim EunHa pp.291-314
초록보기
Abstract

탈북여성은 초국적 자본의 이동과 노동시장의 재편성 속에서 국민국가가 이주와 정주의 장으로 변화함에 따라 이주자, 외국인 노동자 등과 함께 한국문학이 새롭게 주목한 주인공이다. 북한 여성들의 월경은 북한 체제의 가부장적 권위가 무너지는 한편으로 세계체제의 주변부 지역들이 강대국과 거대자본에 의해 서발턴화되고 있음을 증언한다. 탈북여성들의 이야기는 환대는 낯선 땅에 도착했을 때 적대적으로 대접받지 않을 이방인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무국적자나 난민은 국가, 국민, 영토라는 삼위일체에서 추방당한 사람들로 거주할 장소를 가지지 못하기에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이들은 사회가 그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는 한 최소한의 법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비인간’, 소위 ‘절대적 타자’라는 말로밖에는 부를 수 없는 존재이다. 한국문학은 이렇듯 비인간으로서 탈북여성이 겪는 고통을 시민의 양심을 일깨워 줄 공감 윤리의 자원으로 재발견한다. 그녀들이 이동의 과정에서 겪는 비참과 모멸적 사건들은 슬픔, 분노, 경악 같은 감정들을 요동치게 한다. 이는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전달되어 제 삼자인 관망자도 당사자가 느끼는 것과 유사한 감정을 얻음으로써 ‘동류의식’이 형성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탈북여성을 공감의 대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는 문명의 도덕 질서에서 벗어난 야만성으로 은유된다. 소설 속 아시아는 황량한 자연만큼이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강간이나 살인마저 불사하는 이리떼의 땅, 즉 만인이 만인에게 늑대가 되는 자연상태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재현은 세계체제의 하위제국으로 부상 중인 한국이 북한과 중국이라는 로컬을 스스로와 구별지음으로써 탈(脫)아시아하려는 욕망을 암시한다. 혐오는 경계의식과 서열의식을 내포하는 동시에 자신과의 근접성과 동질성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여성에 대한 재현 역시 혐오 경제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그녀들은 아시아라는 그로테스크한 공간에서 짓밟히고 착취당해 비인간으로 전락함으로써 동정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pp.317-327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