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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N
  • P-ISSN1229-4632
  • E-ISSN2733-5925
  • KCI

Vol.24 No.24

Kim Yangsun pp.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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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여성작가의 글쓰기와 여성지성의 생산이 접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지성이 학교제도, 매체, 문학 장 등을 통해 구축되는 방식, 여성지성이 담론 장이나 실천의 장에 배치되는 방식, 시대의 의제에 대응하는 여성작가들의 글쓰기 방식을 살펴볼 것이다. 대상 시기는 근대초기부터 1990년대로 한정한다. 먼저 나혜석, 김일엽, 김명순 등 제1기 여성작가들은 근대적 교육의 필요성,‘여성도 국민이다.’라는 평등주의 이념, 여성지식인으로서의 역할 등을 자신들이 창간한 잡지나 주도적으로 참여한 잡지를 통해 ‘계몽적 수사학’으로 표출하였다. 근대 초기 여성지식인들의 작가-되기는 스스로를 공적 담론 장 안에서 글쓰기 주체로 주조하는 적극적인 실천행위였다. 근대 초기 여성작가들에 의해 시도되었던 계몽의 수사학, 권고와 요구에기반한 동원의 수사학은 일제 말기에 귀환한다. 1930년대 여성문학 장의 형성을 주도한 최정희, 모윤숙 등은 식민지 시기와 일제 말기 지배담론에 적극동조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시기와 전후에도 종군작가 혹은 근대화 프로젝트의 수호자로 국가주의 담론에 기꺼이 동원되었고, 여성대중들을 유인하였다. 한편 198·90년대 여성작가들의 ‘증언과 기억으로서의 글쓰기’는 역사와 현실을 젠더적으로 전유하는 작업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 서사에서 여성(작가)의 사적 기억은 국민국가 안에서 생산되어 온 공적 기억에 대한 대항기억이자 여성의 역사에 대한 공식적인 망각에 저항하는 대항기억의 예가 될 수 있다. 신경숙, 공지영, 공선옥, 박완서의 소설은 이같은 증언과 기억으로서의 글쓰기를 실천하였다. 결론적으로 여성작가들은 ‘소비되는 지식’이면서 ‘동원되는 지성’으로서의부정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하위계층 여성들의 입장에서 재현/대표성을 고수한 작가들도 있었다. 한국 근·현대문학에서 여성작가의 지적 계보를 탐색하는 작업은 이 다양한 정체성들이 충돌하고 때로는 습합하면서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지성’, ‘여성교양’을 창출해내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Lee, Kyungha pp.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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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논문의 목적은 중세 한문문명권의 여성 지성에 관한 논의를 한문 글쓰기가 가능했던 여성 문사들에 한정하는 관행화된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있다. 조선은 한문과 언문이 공동문어와 민족어의 위계 속에서 신분과 성별에따라 그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현저하게 달랐던 중세 이중언어사회의 보편성을 잘 보여주는 사회이다. 이 글은 중세의 이중언어체계에 기반한 조선에서공동문어인 한문이 여성 지성의 구축과 발현에 과연 필수적인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거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논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중세 유교사회에서 지성의 개념을 ‘사물에내재한 이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정신’으로서 규정하고, 파편적인 지식이나 해박함의 차원을 넘어 도덕적 본체에 대한 자각과 실천을 요구하는 개념으로 파악하였다. 2장에서는 지적인 여성을 가리키는 여사(女士)의 용례를 통해, 비록한문 글쓰기의 주체가 아니었더라도 광범위한 한문 글읽기를 통해 지성의 구축에 힘썼던 여성들에 대해 논의하였다. 3장에서는 「열녀전」에 실린 철부(哲婦) 즉 ‘말 잘하는 똑똑한 여성’의 일화에 주목하여, 여성 지성의 발현이 말하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측면을 살폈다. 4장에서는 중세 이중언어체계에서 한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한 위치를 점했던 언문과 구술의 영역에서도 여성 지성의 창출이 가능할 수 있었음을 논의하였다.

Hong In Sook pp.5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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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논문은 근대계몽기 ‘지식’이 새롭게 형성되고 재편되는 구도 속에서, ‘여성에 대한 지식’과 ‘여성이 원한 지식’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구도를 통해 근대계몽기의 지식, 여성, 글쓰기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했다. 근대계몽기에 제공된 ‘여성에 대한 지식’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고 보았다. 그것은 첫째, 여성교육기관을 통해 제공되었던 ‘초등 수준의 기초 지식’, 둘째,여성 교재를 통해 제공되었던 ‘국한문’의 읽고 쓰기 능력, 셋째, 전문적인 학문으로 소개된 ‘가정학’이었다. 첫째, 본고는 초등 수준의 기초 지식을 통해당대 여성들이 ‘산수, 이과, 지리, 국문, 역사’ 등 근대적 지식 분류를 접하고,스스로를 근대적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둘째, 여성 대상 교재들이 담고 있던 국한문 리터러시의 교육 내용은, ‘한글’만이 여성의 글이라는 전통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하였다. 셋째, ‘가정학’이라는 전문적인 학문이 이 시기에 처음 소개되긴 했지만,가정학은 이때까지 실제 여성 대중과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었음을 밝혔다. 한편 근대계몽기 여성들이 추구한 지식은 ‘논설’이라는 글쓰기였다. 국채보상운동을 계기로 1907년과 1908년에는 신문에 여성 독자투고가 급증하였다. 이들의 글쓰기는 형식적인 한문 문장과 계몽적 주제를 맴도는 상투적인 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글쓰기는 신문과 같은 ‘공적 매체’에, 국가에 대한‘공적 이슈’를 소재로, 논설이라는 ‘공적 양식’으로 쓰인 글이었다. 근대계몽기여성의 글쓰기는 곧 이 여성들의 지적 욕망이 강렬하게 공적 영역을 향하고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근대계몽기 여성들의 ‘논설’ 글쓰기의 의미는 이 시기 여성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비로소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이 시기 여성들에게는 제대로 된 ‘지식’이 아니라 ‘지식 미만’의 것이, ‘에크리튀르’보다는 ‘리터러시’의 획득이 겨우허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글쓰기는 초보적이고 상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근대적 기초 지식과 국한문을 배운 그들이 최초로 시도할 수있는 ‘공적인 영역에 대한 자신의 말’이었다. 또한 이러한 여성 글쓰기는 근대계몽기 여성이 남성 주류 담론이 기획한 여성 지식과 근대적 젠더 이분법을벗어나는 ‘사이의 존재’임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해석하였다

Cho Eun Jung pp.8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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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1950년대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여대생 작가의 글쓰기 특징과대중성을 최희숙과 박계형을 통해 해명하였다. 1959년 최희숙을 필두로 신희수, 박계형 등 일련의 여대생 작가가 출현하였는데, 이들의 작품은 독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모두 영화화되었다. 1950∼60년대 제도권 여성문학이 ‘부인’ 작가 중심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기존 논의가 ‘아프레걸’로 재현된 여대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음을 상기할 때 여대생 작가의 글쓰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대생 작가가 등장하는 배경에는 전후 ‘프랑스와즈 사강’이나 ‘안네 프랑크’와 같은 ‘10대’ 여성의 글쓰기가 흥행한 측면이 관련된다. 한국의 ‘유사 사강’을 필요로 했던 출판시장은, 글쓰기를 실천할 수 있는 교양과 지성을 구비하였을 뿐 아니라, 대중들의 선망과 비난의 시선이 착종된 양가적 위치에 있었던 여대생 필자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최희숙의 일기는 심각한 경제난과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방황하는 젊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1950∼60년대 신문에 등장한 여대생의 자살, 의식조사 기사를 함께 비교해보면, 최희숙의 작품은 당대 여대생의 고민과 내면을 핵심적으로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프레걸’에 대한 편견과 달리, 여대생은학력자본과 경제자본의 불일치 속에서 불행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몇몇은 일탈을 경험하기도 했던 것이다. 한편 박계형의 소설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연애와 결혼, 부르주아 가정의 행복한 일상으로 그 사랑이 완성되는 ‘낭만적 사랑’의 서사를 보여준다. 이때 다른 작가와 다른 박계형의 ‘낭만적 사랑’이 갖는 특징을 포착하기위해서는 서사와 동시에 소설적 장치, 디테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시기여대생의 설문조사를 참조해보면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은 여대생의 결혼과 관련된 판타지를 적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주인공의 시한부 선고에서 시작되어 죽음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스토리가 판타지라는 것을 작품 스스로 확인시킨다.

SEO JUNGMIN pp.12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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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조선후기 향유된 한글대하소설을 대상으로 작중에 형상화된 여성의 시작(詩作) 활동과 관련된 양상들을 살펴보고 그 의의를 논의한 것이다. 시를 짓는 것은 부덕에 어긋난다는 당대 현실 규범을 적절히 견제하면서 한글대하소설에서는 긍정적인 인물로 그리는 많은 주인공군 여성들의 시작 활동이 일상화된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여성 작시(作詩)의 소통과 관련한 구체적인 상황 설정을 보여줌으로써 여성 작시의 소통이 내외의분별로 제한된다는 것 이상의, 보다 예각화된 소통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한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시를 쓴 당대 현실 속 여러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없애버렸다는 전형화된 기록의 양상과는 달리, 소설 작품속에서는 그러한 함장(含章)의 덕에 대한 관심이나 고려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나아가 소설에서는 오히려 여성들의 시로써 병풍을 제작하여 남기기도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작중 현실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Kim Sung yeun pp.147-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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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한성도서주식회사의 『세계명부전』은 1922년부터 1937년까지 4판이 발행된 식민지 시기 대표적 번역 여성 전기이다. 한성도서는 출판부장 장도빈의관여 속에 번역 ‘위인전기총서’를 기획 간행했는데 출판사 실무진이자 인기대중작가 노자영이 『세계명부전』의 역자로 참여했다. 『세계명부전』을 발간한한성도서는 문화통치기를 맞아 대규모 민간 자본과 언론·문학·역사계 인물을확보하여 설립되었고 기업체형으로 운영된 출판사였다. 따라서 한성도서는1919년 3·1운동 직후 문화운동·계몽운동적 성격을 띠며 세계적 지식의 유입에 앞장섰지만 현실적으로는 총독부 검열에 통과될 수 있으며 상업적 경쟁력도 있는 출판물을 발간해야 했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발간된 『세계명부전』은1890∼1900년대 발간된 서양 서적을 참조로 탄생한 1900∼1910년대 일본어본 여성 열전들을 다수 참조하여 편집·번역한 산물이다. 남성 전기와의 비교를 통해 『세계명부전』의 특성을 밝혀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세계명부전』이라는 여성 전기는 개인 단행본이 아닌 ‘열전’의 형식으로존재한다. 따라서 이들의 삶은 개별적 특수성이 조명되기보다는 어떤 패턴들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결국 현모양처 서사로 귀결된다. 따라서 여성 전기는‘공적 영역’의 ‘공인’으로 조명된 남성 전기와는 다른 삶의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삶의 서사에서는 사회와 가정, 공과 사의 구분이 사실상 없었다. 또한 인물들의 내면적 고투는 노출되지 않고 본분에 충실함을 강조하여 기능적 인간으로 형상화된다. 『세계명부전』은 그 발간 전후 전기물과의 대조를 통해 통시적 존재 좌표를살펴볼 수 있다. 『세계명부전』 중 ‘로란부인’은 1907년에 『라란부인전』로 번역된 전사(前史)가 있어 이 둘의 비교를 통해 시대별 번역 전기의 특성을 규명할 수 있다. 또한 『세계명부전』 이후 발간된 『조선명부전』과의 비교를 통해번역 전기가 창작 전기에 미친 영향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한성도서 번역전기물 책임자였던 장도빈은 세계명부전 이 발간된 지 3년 후 『조선명부전』을 직접 저술·간행하는데 그 인물 선별 기준과 구성이 『세계명부전』과 유사한 측면을 보였던 것이다. 영미권 여성 전기들을 참조로 탄생된 일본어 여성전기의 직접적 영향력 속에서 탄생한 『세계명부전』이 『조선명부전』으로 귀결되는 경로는 조선의 근대적 정체성 형성에 서구화와 식민화의 문제가 가로놓여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PARK, JI YOUNG pp.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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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해방기 텍스트에 나타난 여성 혁명가의 형상을 살펴보는 것이 그목적이다. 해방이 되자 해외에 있거나 지하에 숨어있던 여성 혁명가들은 조국으로 귀환한다. 해방기 여러 매체에서는 이들의 귀환을 앞다투어 다루고 이는식민지 시기 서사화되지 못했던 여성 혁명가의 존재성을 입증한다. 이러한 여성혁명가들의 존재는 당대 여성 해방의 열망에 큰 계기를 제공한다. 실제로남북한 단정 수립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여성해방은 민족국가건설 운동과 함께 여성들의 주요 투쟁 목표였다. 이러한 해방과 혁명 열기에 힘입어 문학 텍스트에도 여성혁명가의 형상이나타난다. 문학텍스트에서 여성혁명가들은 가족 서사의 틀 내부에서 등장한다. 아버지가 부재하거나, 부정하고 출발하는 해방기 혁명 서사에서 어머니는이를 대신할 새로운 진보적 표상이었다. 또한 여성노동자인 누이의 형상화 역시 혁명기 노동자 주체의 소환과 동시에 진행된다. 그리하여 김상훈의 경우처럼, 해방기 혁명 서사의 주체들은 혁명적인 가족서사를 꿈꾸었고 이는 연대와포용을 기반으로한 새로운 유토피아적 ‘민족 국가’의 형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남성중심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해방기는아비를 부정하고, 여성혁명가들이 호명되지만, 이들은 직접적으로 형상화되지못한다. 대신 그 자리에 이름을 잃은 ‘어머니’와 여성노동자 ‘누이’가 등장한다. 더 나아가 결국 어머니들은 희생되며, 이를 딛고 아들(오빠)가 일어선다. 이는 해방기가 여전히 청년의 시대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이들 누이,혹은 어머니의 호명 역시 당대 남성 주체 재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당대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훼손된 남성 주체성을 보상받기 위한 것이었다. 정서적파토스로 이성적 논리의 파행을 극복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해방기를 지나 대한민국 건국 이후의 텍스트에는 여전히 혁명가인누이와 어머니가 호출된다. 1980년대 민중 서사에 등장하는 어머니, 누이상이그 예이다. 이는 해방기에 남성주체들이 어머니를 호명했던 것처럼, 이 또한대한민국 정치사 전반을 넘어, 아직도 이러한 남성성의 억압, 그리고 위기가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위 진보적 남성 작가들도 ‘어머니’ 혹은 ‘누이’를 대한민국 남성성의 상처를 수습해 줄 만병통치약으로 호명하는 데 무의식적으로 공모하게 된다. 해방기 가족 서사는 이러한공모의 출발점이다.

KIM BOK SOON pp.22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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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최정희는 해방 전-후 전향을 모두 경험하였을 뿐 아니라, 전향과 관련한내용을 소설로 형상화 하여 전향자의 역사다시쓰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남한의 어떤 소설가도 전향의 문제와 전향자의주체형성 문제를 직접 형상화 하지 않았고, 그것의 의미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남한사회의 복잡성, 주체의 부정성, 생존의 문제 등을 포함한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인데, 『인간사』는 이러한 문제를 직접 의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었다. 이 소설은 사회주의 운동-친일-반공주체로의 전향으로 이어지는 식민지지식인의 삶을 통해 전향의 역사적 불가항력성을 설파하고, 더 나아가서는 4·19를 전유하여 반공주의 사회에서의 역사의 주체화를 꾀한 소설이다. 전반부는 운동자들의 후일담 성격의 애정서사에, 후반부는 정치서사에 가까웠다. 이 소설의 문제는 이들 전향자들을 부정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친일행위를 ‘무한 포용’과 ‘용서’의 논리인 ‘정 사상’으로 포장하면서 전향의역사적 불가항력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향자 및 친일자에게 면죄부를 주고있었다. 친일을 시대의 죄로, 사회·국가의 죄로 전가하면서 개인은 무죄임을직접 설파하였다. 더욱이 친일분자를 사회적 갈등 및 사상을 ‘통합’하는 존재,4·19의 주체로까지 형상화 함으로써 태생적 한계인 ‘부정적 기원’을 없애고이 땅 역사의 주체로 재정의하려는 의도를 확인시켰다.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4·19의 성과라 볼 수 없으며, 여주인공인 마채희를 배제함으로써 새로운 사회 만들기 주체는 ‘여성’이 아닌 ‘남성’,‘구세대’가 아닌 홍이, 금아, 민 등의 ‘신세대’임을 강조하였다. . 이들의 전향은 ‘구복(口腹)’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구복의 윤리’야말로 전향의 불가항력성을 보장해 주는 강력한 무기로 설명되었다. 구복의 윤리가 ‘생활’을 그려내면서 ‘돌봄’의 아버지라는 새로운 모습을 제시해 준 부분은 눈여겨 볼 만하였다. ‘아버지’를 호명하여 그 의미의 재발견을 이끌어낸 점은 이 소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여주인공 채희는 아내의 역할도, 어머니의 역할도 모두 거부하는 ‘역할 거부자’(role rejector)로 형상화 되었는데, 이러한 채희의 사상성 부재 및 사랑의 노예화, 여성의 주체성 탈각, 여성성의 모성성으로의 환원은 이전 시기에보여 주었던 ‘최정희적 경향’을 부정, 수정하는 것이었다. 독립변수로서의 여성젠더가 배제되고 여성성은 모성성으로 축소 환원되었다. 이는 ‘완전한 어른’개념의 젠더화와 함께, 전향자의 역사다시쓰기의 젠더, 반공주의의 젠더가 남성젠더임을 반증해 주는 것이었다. 이것이 『인간사』가 제시하는 반공주의 사회에서의 주체형성 방식이자 성별 배치였다. 연구결과 『인간사』는 4·19의 성과도, 최정희 문학 30년의 결산도 아니었다.

Woo Shinyoung pp.25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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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백신애 소설이 여성 작가의 정체성 탐색 과정을 보여준다는 가정하에, 그 정체성 탐색의 소설적 형상화 과정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첫째, 백신애는 그가 갖고 있는 경계인적 성격으로 인해 소설 창작 과정에서 작가 의식의 변천을 보였다. 백신애는 안락한 여성 부르주아의 삶을 향유하도록 요구하는 어머니와 투쟁과 참여의 삶을 추구하는 오빠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한다. 이는 데뷔작 「나의 어머니」를 통해 형상화되며, 이 작품은 이후 백신애 소설 세계의 해석 방향을 틀지워줄 수 있다. 둘째, 백신애의 소설 세계를 1기, 2기, 3기로 나누어 각 작품군의 특징과통시적 변화를 살폈다. 먼저 백신애는 자전적 서사의 시도를 통해 작가 자신의 글쓰기 자체가 정체성 투쟁의 성격을 가지는 것임을 보인다. 1기 소설에서는 유이민 문학이나 빈민소설 등을 창작함으로써 이념을 통한 세계 이해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들은 백신애라는 작가 개인의 삶과는 다소 거리가있는 세계를 다루고 있었던데 반해 2기 소설에서는 작가 자신이 몸담고 있던체험 세계에 대한 성찰이 수행된다. 이 시기 작품들에서는 무력한 남성지식인의 내면이나 가부장제에 의해 희생되는 중산층 여성들의 삶이 형상화되기 시작한다. 3기 소설에서는 절대미나 힘에 능동적으로 투신하는 여성 주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작가 자신이 참된 여성 주체를 표명하는 과정을엿볼 수 있다. 셋째, 작가의식의 궤적과 작품 세계를 분석하는데 있어 백신애의 수필을활용하였다. 그 결과 수필에 드러난 작가의 경험과 관념이 백신애 소설의 해석에 원용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백신애의 새로운 수필 「서리찬새벽. 벌레 먹은 포푸라입새. 아! 상엽(霜葉)의 임종(臨終)이여, 부러워라」를발굴하였다.

Kim EunHa pp.29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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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최근 소녀는 지배 문화를 횡단하고 반란하는 능동적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청소년 문학에서 소녀들의 성장은 더 이상 아버지의 법 속으로 들어감으로써순응적 여성성을 획득하는 희생적 통과제의의 시간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가일어나게 된 계기로 아이엠에프로 인한 부권의 추락과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여성작가의 활발한 창작활동을 들 수 있다. 여성작가들에 의해 청소년 문학에서 아버지들이 사라지고 있는 한편으로 어머니와 딸의 이자(二者) 관계가 절대화되면서 ‘오이디푸스 가족 로맨스 플롯’이 무너지고 있다. 어머니와 딸의분리 혹은 배반은 성장의 필수적인 절차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이자 관계의회복이 서사적 목표로 제시된다. 청소년 문학 속의 소녀는 ‘여성문학’ ‘페미니즘’ 이후를 보여주는 문제적 주인공이다. 그런데 청소년의 성장에 아버지가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해 지면서 모자관계는 또 다른 의미에서 갈등과 투쟁이 될 수 있음이 징후적으로 드러난다. 전능한 어머니의 환상은 딸을 어머니의 지배 하에 가두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소녀들은 여성작가들에 의해 비로서 백치같은순수나 가엾은 희생자가 아니라, 성욕을 가진 몸 혹은 임신과 출산의 기능을갖춘 성숙한 육체로 귀환한다. 이는 소녀가 성이 분화하기 이전의 천진한 유아가 아니라 욕망하고 생식하는 몸의 주체로 재인식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현실 속의 소녀들이 스스로의 육체를 유희와 전복의 장으로 삼는데 반해 성인 작가들에게 십대의 성은 불안 혹은 공포로 경험되기 때문에 소녀의섹슈얼리티는 본격적으로 말해지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 성녀와 악녀라는편협하면서도 억압적인 이분법을 가로지르며 소녀 루저들이 등장해 새로운모험담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간 동화-청소년 문학에서 소녀-여성 들은 도처에 편재하는 로망스 플롯에 묶여 모험의 길을 떠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해보면 이러한 변화는 획기적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도전의식과 자신감으로무장한 채 경계를 넘어 횡단하는 이들 모두에게 누구나에게 문을 열어주는자기계발 담론과 손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SANG OK LEE pp.327-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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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현대 중국의 인터넷 소설의 한 유행하는 양식인 천월소설을 중심으로 표상을 세 가지로 나누어 분류, 분석해 보았다. 천월소설 구성의 사상적 근원으로시공을 초월하는 소설 작법과 허위적이고 작위적인 표현 기법으로 인하여 역사를 역사로 인식하지 않고 여성의 자아 회복과 권력 획득, 그리고 애정의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강구한다. 권력, 애정과 자이로 천월소설 주제의 유형을나누어 살펴본다. 사상적 근원 문제에서 권력은 사회와 여성의 관계와 지위 고정의 문제로환원된다. 시대가 바뀌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고대를 시간과 공간적 배경으로하여 현대 여성의 미망과 불안, 불확실성과 심리 결핍을 보충하려는 의도에서씌어진 것이다. 보브와르의 ‘제2의 성’ 등에 보이는 서양 사조는 기실 중국의풍토에 아직 접합이 되지 못한다. 근본적인 여성의 존재 의식에 대한 관념이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보브와르는 남성에 독립적이나 천월소설의 여성은 남성에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자아의식은 여성의 존재를 진지하게 문학적 형상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권력은 어떻게 천월소설에서 구현되었는가. 애정 혹은 자아의식과 결합하여 권력의 획득에 여성이 참여하게 된다. 성애에 대한 구체적인천월소설 속에서의 논의는 현실을 초월한 영원한 사랑의 욕망과 전통적인 온난한 여성다움의 애정으로 남성을 감싸는 행위, 결혼과 이혼의 애정에 대한실제 문제에 대한 성찰 등을 담고 있다. 자아 및 자아의식은 여성의 ‘성별의식’ 등의 관념 등 천월소설의 가장 심대한 이론을 형성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귀납한다. 첫째, 천월소설은 현 시대 여성의 문학적 행위에 가장 적합한 양식이 되었다. 둘째, 천월소설의 문학적 이념은 욕구와 여성주의 이념, 그리고 서구식의 여성 가치관 등 및 전통에 대한 인식과비판 등을 담고 있다. 셋째, 천월소설의 본질은 비문학적인 문학적 방법을 지향한다. 막대한 양적 성장과 유행을 통해 중국 사회의 여성의 심리와 지위,기본 사유방식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척도로 작용한다.

SO-HEE LEE pp.361-383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