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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MS+ 및 학술지 리포지터리 설명회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서울분원 대회의실(별관 3층)
  • 2024년 07월 03일(수)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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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경희대학교) pp.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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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 읽기를 통해 소포클레스 비극작품에서 주체의 자리를 갖지 못했던 어머니를 정의와 사랑의 윤리를 실행하는 주체로 복구하고자 한다. <오이디푸스왕>의 여성인물 이오카스테는 자식을 낳자마자 운명에 빼앗기고 그 아들과 근친상간을 저지르는 ‘비운의’ 어머니이지만 ‘비극적 주체’가 되지는 못한다. 그녀는 끔찍한 진실이 드러날 때 오이디푸스로 하여금 진실을 대면하지 말라고 부추기고, 더 이상 은폐가 불가능한 지점에 이르렀을 때에는 자살로 도피함으로써 주체적 선택을 포기한다. 그러나 <그을린 사랑>의 주인공 어머니 나왈은 진실을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회피하지 않는다. 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정의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실과의 대면이라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거쳐야 한다. 죽은 어머니는 이 정의의 약속을 주관하는 존재다. 그녀가 유언을 통해 자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진실의 발견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다. 그러나 정의를 향한 열정이 원한의 기획으로 변질되지 않고 더 공정하고 평등한 인간적 삶을 위한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의 질서’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애도작업은 정의의 실현이 사랑에 의해 감싸여진 새로운 질서의 창조로 이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은 페미니즘 일각에서 진행되어온 배려의 윤리가 정의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정의의 개념을 재구축함으로써 정의가 몫의 공정한 분배를 넘어 타자를 환대하는 사랑의 윤리와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다. 여기서 사랑의 윤리는 상호의존성과 호혜성을 넘어서는 비대칭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증여행위로서의 사랑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들 사이의 올바른 질서를 지향하는 정의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접속하고 정의를 뒷받침한다. 올바름을 권리라는 좁은 영역에서 떼어내어 인간과 사물의 바른 질서의 회복이라는 해방적 기획과 연결시킬 때 정의는 사랑과 만난다. 이 논문은 유대기독교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회복적 정의’를 자크 데리다의 증여로서의 정의와 연결시킴으로써 사랑과 정의가 만날 가능성을 모색한다.

Abstract

This essay attempts to restore the mother as a subject who can preside over the works of love and justice by contrasting two mother figures, one in Sophocles' Oedipus the King and the other in Denis Villeneuve's 2010 film “Incendies.” Iocaste cannot be a tragic subject, a pitiable mother though she is; she urges Oedipus to stop investigating into the truth of incest and patricide, and escapes into suicide as the concealment of truth proves impossible. However, Nawal, a comtemporary counterpart of Iocaste in the movie “Incendies,” does not avoid confronting her family trauma; she works through it, cutting a vicious circle of revenge and thereby bringing about justice. The dead mother demands that her children should discover the hidden truth of violence and incest in their family and realize justice. But the passion for justice should not be allowed to deteriorate into resentment. Justice must be supplemented by love. The act of mourning is to create a new social order in which justice is enveloped with love. This essay argues that the ethics of care meet the demand of justice, and that the ethics of justice should go beyond fair distribution of rights within an exchange system; it must be connected with the ethics of love. Love is an act of enacting an asymmetrical relationship beyond reciprocity and mutual interdependency. Justice is united with love as it is reconnected to an emancipatory project of restoring a right order of human relationship. This paper searches for the possibility of combining justice with love by connecting restorative justice, recently conceptualized in Jewish-Christian circle, with Jacques Derrida's justice as a gift.

문형준(중앙대학교) pp.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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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우리 시대는 ‘재난의 시대’다. 재난은 세계화되어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곧바로 당도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숙주로 하는 재난의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재난은 상실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애도라는 정동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상실과 슬픔에서 기인하는 애도는 대상과의 기억으로 인해 유발되는 심리적 고통을 일컫는다. 하지만 애도의 고통이 심리적 차원에서만 끝나지는 않는다. 애도의 행위가 죽음을 만들어낸 거대한 질서를 인식하게 될 때, 애도는 외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의 투쟁으로 격상될 수 있다. 주디스 버틀러가 말하듯, “애도는 자신이 겪은 상실에 의해 자신이 어쩌면 영원히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일어난다.” 이 때, 이 바뀜, 전환을 만들어내는 애도는 석연치 않은 죽음의 이면을 캐내려는, 밝히려는 행동을 가리키는 이름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애도는 개인의 슬픔을 지칭하지만 언제든 정치적 행동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가진 정동이다. 애도라는 정동이 정치적 성격을 가지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희생자가 눈에 보여야 하는 가시성, 죽음을 유발한 원인에 관한 책임소재의 확정, 마지막으로 상실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할 제도적 변화의 요청이 그것이다. 재난으로 인한 국민적 애도는 이렇게, 슬픔을 관통하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할 기회를 열어젖히는 정치적 성격을 갖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재난의 이중성, 애도의 정치적 가능성이 ‘자동적’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재난을 통한 애도의 정치 혹은 정치적 애도가 구조적 변화에 대한 요구와 급진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애도로 표상되는 ‘슬픔’의 정동이 ‘열정’, ‘분노’, ‘광신’과 같은 적극적인 정동을 동반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는 재난도 만들어내지만 정동도 만들어낸다. 20세기 이후 정동은 언제나 관리되는 대상이었고, 인지능력 자체를 에너지원 삼아 작동하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극도의 조증과 극도의 울증 사이를 번갈아가며 인간을 소모시킨다. 기쁨, 행복, 긍정의 정동이 강조되고 강요될수록, 슬픔과 우울의 정동 역시 번창한다. 이 두 극단 모두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애도의 정치적 가능성이 정치적 불가능성과 얽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류정월(인천대학교) pp.6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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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한국 무속신화에서 육지의 바리와 제주의 강림은 망자를 죽음의 세계로 이끄는 신이며 이들이 신으로 좌정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바리공주>와 <차사본풀이>이다. 본고에서는 <바리공주>와 <차사본풀이>를 대상으로 신화를 통해 추론되는 죽음의 문제, 죽음관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리공주>에는 일견 무질서하고 미분화되어 보이는 공간의 탐색자가 있고, 그 주인공은 여성으로, 바리의 저승 여행은 불안과 두려움을 야기한다. <바리공주>는 죽음으로 자극된 정서의 문제를 보듬는 데 관심을 두며 형성된 텍스트이다. <차사본풀이>에는 정교하게 분화된 저승이 나타나며 그 탐색자는 관원이다. 강림의 저승 탐색은 세부적 지식을 소통하고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치중한다. <차사본풀이>는 죽음의 문제를 인식의 차원에서 고려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이 논문은 굿의 연행에서 바리와 차사가 망자의 가족에게 위무를 제공하는 메커니즘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바리는 망자와 함께하고, 그들이 환생하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작동시키고 그것을 충족시킴으로써 위무를 제공한다. 반면 차사는 무질서한 죽음을 질서 잡힌 것으로 만드는 차사의 권위에 순응하는 기제를 통해서 위무를 제공한다. 본고에서는 이를 각각 여성적 죽음관과 남성적 죽음관으로 명명하며 죽음관이 무성적인 것이 아니라 젠더화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김현미(이화여자대학교) pp.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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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한국 문집총간』을 중심으로 19세기․ 20세기 초에 존재했던 한국 한문학 작품의 작자들이 지었던 딸을 제사지내는 글인 ‘제망녀문’의 전체적 양상을 살피고, 그들이 글 속에서 드러낸 슬픔의 표현 양상은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를 살펴보기 위해 쓰여졌다. 슬픔이라는 감정과 여인이라는 대상이 주되게 표현되지 못했던 한국 한문학의 서술 전통 속에서, 딸에 대한 ‘애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대상으로서 ‘묘도문자’라는 전통 속에서의 ‘제망녀문’이 적합할 것이기에 주 분석 대상을 제망녀문으로 삼았다. 『한국 문집총간』 19세기, 20세기 초 15여 편의 망녀제문은 말하는 자가 느끼는, 말 걸기 대상(듣는 자)에 대한 인식이 균열되는 데에서 ‘슬픔’의 형상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문의 전개에 따른 ‘말걸기 대상’의 인식 추이와 제문의 화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제문에서 표현되는 슬픔의 형상화를 살펴서 망녀제문의 특성들을 알아보고자 했다. 일단, 제문의 시작 부분에서 듣는 대상인 ‘지금 없는 딸’을 부르며 바로 그렇게 된 것은 못난 나 때문이라는 관계설정을 함으로써 이전시기 제문에서 보이던 딸들의 훌륭한 점들이 서술 되는 부분이 축소되거나 딸의 고난상이 동시에 부상되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책임이 있는 아버지의 슬픔이 ‘자책과 자기비하’의 내용으로 전개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앞서 표출된 ‘부재하는 딸’이 촉발하는 ‘딸을 보내고 만 못난 아버지’의 슬픔 토로는, 이제 제문이 마무리되면서 일어나야 하는 현상, 즉 ‘딸’을 음지의 존재, 살아있는 자들을 보우하는 ‘(鬼)/神’으로 재인식하는 현상도 원활하게 전개되지 못하도록 한다. 자신의 아픈 마음을 비추어 보아 딸의 영(霊)역시 편하지 못할 것이라는 감정의 투사체로써 딸을 생각할 때, 딸의 ‘혼령’ 으로서의 정체 변환은 완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혼령으로서의 딸의 정체를 정착시키면서도 나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어떻게 풀 수 있는가는 제문을 쓰는 아버지들에게 또 하나의 과제가 되어 여러 가지 해법을 생각하게도 하지만, 결국은 딸의 정체를 ‘지금 없는 딸’ ‘너무나 그리운 대상’ 으로 다시 돌려놓고 그에 대해서 돌아오라고 절규하거나 꿈에서 만나자고 회유하는 서술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딸의 정체 변환을 목적으로 하는 제문의 본래적 서술이 균열되면서 드러나는 슬픔의 형상화는, 이전 시기와 비교했을 때 망녀 ‘제문’에 대한 정통적 작법에서 벗어나는 ‘서정성의 심화’가 본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전개되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김은하(경희대학교) pp.13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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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광주 이후 한국문학은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접촉없이 인간적 존엄을 획득할 수 없다는 듯 자기 심문의 성격을 띤다. 이렇듯 역사의 희생자에 대한 죄책감은 살아남은 자의 마음에 애도의 무대를 설치한다. 프로이트는 대상 상실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 어려움을 개인의 감정생활에 국한해 다루었지만 80년대는 우울감이 집단적으로 호소된 시기였다.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망자는 영면하지 못하고 수시로 산 자의 세계로 귀환함으로써 살아남은 자를 자책과 무기력 속에 가둔다. 80년대의 수많은 죽음들은 의문에 휩싸여있고 몸조차 편안히 누이지 못해 시공간을 부유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자들은 더욱 우울상태를 벗어날 수 없게 한다. 80년대 세대는 죄의식에 사로잡힌 애도 주체였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는 망자의 죽음을 사회에 등록시킴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권리와 의무를 재분배받는 기능을 하는 장례식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이는 연대의 책임을 자각한 공동체적 주체들의 사회참여를 애도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음을 뜻한다. 전후 근대 국가의 형성 이후 여성문학은 가정영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도적 여성성의 규범에 순응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에 갇혀 헌신과 일탈을 경주해왔다. 오정희나 박경리 등 소수의 여성작가들은 ‘성모’ 대 ‘팜므 파탈’이라는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기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동일한 위상기하학을 벗어나기 위해 광녀의 히스테리적 열정을 빌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은 희생자 혹은 수난자로서 민족의 위치를 환기시키는 공간 표지물이나 상징의 자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애도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애도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 이렇게 볼 때 학살의 폭력은 국민/비국민, 남성/여성의 이분법적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여성들에게 제 3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역사의 희생자들이 조상으로 등록됨으로써 권리와 의무가 재분배되고 역할도 다시 할당된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역사의 비참을 기억하는 상징적 오브제의 자리를 벗어나 양심적 개인의 욕망과 소망에 의거해 이상적 사회를 설계해가는 애도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정혜경(순천향대학교) pp.157-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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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애도’라는 윤리적 아젠다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황정은, 김숨, 윤이형의 소설 가운데 ‘세월호 이후’ 소설을 포함한 2010년대 소설을 ‘애도 서사’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애도 서사는 재난 서사와 달리, 죽음 모티프를 가지되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에게 어떻게 응답하느냐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서사로 정의하였다. 황정은, 김숨, 윤이형의 2010년대 애도 서사는 각각 죽은 자와의 단절 작업에 기꺼이 ‘실패’하고, 죽은 자의 얼굴을 대면하는 애도를 거듭 ‘반복’하며,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능동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애도의 종료를 흔들어 버린다. 이 소설들은 각기 개성적인 방식을 추구하지만 흥미롭게도 ‘불가능한 애도’를 탐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불가능한 애도’는 죽은 자 혹은 사라진 자를 지우고 망각하는 ‘단절 작업’으로서의 애도를 거부하는 것이며 이 지점에서 타자에 대한 주체의 윤리가 생성된다. 특히 ‘불가능한 애도’의 서사가 이른바 ‘힐링’이라는 자족적 대안을 거부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소설들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 구조적인 맥락을 탐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실패하고 반복하고 감정을 동요시키는 ‘불가능한 애도’는 살아남은 자에게 사실상 극심한 고통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불가능한 애도’는 ‘힐링’에 대한 거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자청하는 ‘불가능한 애도’의 서사는 문학의 윤리를 탐색함으로써 이 시대에 ‘응답’하고 있다.

이원재(문화연대) pp.189-210
김현주(경희대학교) pp.21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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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춘향전>의 인물 갈등이 춘향과 변학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춘향 이외에도 다수의 기생이 등장한다는 것에 주목하여 『춘향전 전집』에 실린 103종의 작품을 대상으로 춘향과 기생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57종의 작품에서 춘향과 기생이 갈등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갈등은 주로 이도령이 과거를 보기 위해 상경한 이후부터 춘향이 형장을 맞은 데까지에 국한되어 드러났다. 기생은 춘향이 기생이면서 수절하는 점을 문제 삼았고, 춘향은 기생이기를 거부하는 자신을 계속 기생으로 인식하는 기생들의 태도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결국 춘향과 기생의 갈등은 기생이면서 여성인, 당대 사회가 만들어낸 이중적 타자라는 신분적 한계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성은 주로 남성에 의해 정체성이나 가치가 부여될 수 있던 존재로 춘향은 기생들과 달리 이도령을 통해 특정한 타자의 자리를 획득하였고 그것을 계기로 인물들은 층위가 구분되며 갈등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춘향전>에 나타난 춘향과 기생의 갈등은 여성 간 층위의 문제를 확인시키는 동시에 춘향의 ‘사랑’과 ‘열(烈)’ 역시 남성에게 종속되었을 때만 그 의미가 발현될 수 있던 당대 이데올로기의 자장을 환기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소희(한양여자대학교) pp.24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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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신소설 「소학령」에 나타난 젠더 및 섹슈얼리티 양상을 분석하였다. 재외 이주 서사는 1900년대 후반에 급증하기 시작한 이주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면서 1910년 이후 『매일신보』에 연재된 이해조의 신소설 특징의 일례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소학령」은 앞서 이주한 남편을 찾아가는 여성의 재외 이주 서사이다. 그러나 재외 공간에 정착한 이주 서사가 아니라 소학령에 미리 정착한 남편 강한영을 찾아가는 홍씨 부인과 시동생 강위영, 그리고 아들 동이로 이루어진 가족이 길 위에서 겪는 경험으로 구성되어있다. 이야기의 단초는 소학령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방씨 형제가 홍씨 부인을 겁탈하려는 폭력적인 행위로부터 비롯된다. 남편의 보호가 없는 여성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러시아 현지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국가적 경계를 넘어가는 이주 체험에서 여성의 젠더와 섹슈얼리티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이민을 다룬 재외 이주 서사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핵심이자 출발점은 결국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남성적 폭력인 셈이다. 작품 전체 서사의 초점이 조선 내의 유교 사상에 근거한 젠더 이데올로기가 재외 이주 공간의 특수한 환경에서 어떠한 역학 관계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당시 여성의 젠더 및 섹슈얼리티에 대한 전복의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다. 재외 이주 공간은 무법천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게 주어진 젠더 규범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주체적 공간으로서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소학령」은 재외 이주 공간에서 여성의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역동적, 역학적 관계들을 “빙공착영”의 개념 아래 제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당시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집 밖의 여성”을 그려냄으로써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

Abstract

This paper aims to analyze gender in the immigrant narrative of Sinsoseol(新小說), Sohakryoung (1912) published in the daily newspaper Maeil-Sinbo(每日申報) written by Lee Hae-Jo, the prominent Korean Sinsoseol novelist in the early 20th-century Korea. Influenced by the colonial newspaper's policy of expanding its readership, Lee planned to write Sohakryoung, in which Mrs. Hong and her family were on the way to Sohakryoung in Russia to look for her husband in the immigrant Korean society. The main story was composed with Mrs. Hong's narrative, showing the diverse explorations and unexpected experiences on the way. Among these, the backbone of the story is the continuous threat and the possibility of sexual violence on female sexuality within the illegal social order of the immigrant community. Even though it does not suggest the subversion of gender ideology, it is worth noting that the story proposes the probability of breaking it in the immigrant community by protecting her body from sexual violence by herself as well as with support from others.

박소연(연세대학교) pp.28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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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개인은 국가로부터 ‘주체화, 종속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자신의 삶을 가능케 하는 조건들을 구축해 나가고 자신을 제한하는 국가의 규범, 제도, 도덕 등을 내면화한다. 또한 각 개인은 ‘타자 인식’을 자기 정체성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그런데 개별적 주체가 자의식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는 국가 권력, 사회 규범 및 관습, 문화 환경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타 문화, 타 국가 등에 대한 국가 권력이 지정학적 경계 및 역사적 배경에 따른 차별 구조의 성격을 띠면, 각 개인의 자의식 형성에도 그에 상응하는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본고는 1930년대 조선 여성을 중심으로, 당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 타자화되어 있던 일본과 조선의 시대적 여건 속에서 개인이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수용하는지, 그래서 자의식(정체성)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하여 당대 조선 여성의 삶 일면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조선 영화 「어화」를 바탕으로 ‘번역 및 젠더에서 나타나는 타자 인식’ 과 ‘문화적, 젠더적 정체성 형성과정’을 검토하였다. 특히 문화 번역과 번역된 젠더의 문제라는 별개의 영역이 교차되는 지점에 주목하여 ‘타자성의 오리엔탈리즘’, ‘이중적으로 타자화된 조선 여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미정(충북대학교) pp.32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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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해방 이후 ‘교양’의 개념은 새로운 사회 계층과 시민 집단을 형성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자질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었다. 여성교양 담론 연구가 주로 여성 매체를 통해 담론화된 여성성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기 때문에, 그간 교양을 내면화한 여성 주체의 실질적인 발화 과정에 대한 연구는 간과되어 왔다. 기존 여성교양 담론 연구에서 이들에 대한 논의는 미진한 상태며, 오히려 남성에 의해 재구성된 여성성 혹은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시각 차이에 집중해왔다. 여성 논자들의 개별적인 목소리 연구를 목적으로 한 본고의 논의는 당시 활동했던 여성 논자 중 해방기부터 왕성히 활동해온 정충량의 논의를 토대로 여성교양 담론의 세부적인 의미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1950년대 여성교양은 여성을 계몽의 대상으로 한정하고 그 범주를 가정의 영역으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남성과의 위계질서를 명확히 드러냈다. 반면 정충량의 여성교양의 개념은 어머니 혹은 아내의 역할로 한정하지 않았다. 여성교양은 남녀평등의 전제조건이었다. 정충량은 남성과의 대결구도 속에서 남녀평등을 논의하는 남성 ‘동화’적 성격을 강조하였다. 정충량의 여성교양 개념은 1950년대 남녀의 위계질서를 수용한 일반적 여성교양 담론에 비해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 정충량은 여성의 사회적 영역을 확장하고 남녀평등을 위한 사회 구조적 모순을 비판하며 수동적인 여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적극적인 여성교양 담론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상진(한국방송통신대학교) pp.35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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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는 주제나 개성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인물을 창조했는데, 인간의 본성과 외양묘사를 유형적으로 그리는 인물형상화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신체적 정신적 결손을 지닌 인물의 경우 이런 유형성에서 벗어난 섬세한 인물화를 통해, 인간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비극적 인식을 드러낸다. 이 논문은 박경리의 「해동여관의 미나」, 『나비와 엉겅퀴』, 「쌍두아」, 『토지』를 중심으로 결손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형상화 특징을 살피고 이의 상호 텍스트적 문제도 아울러 고찰하였다. 「해동여관의 미나」에서는 전쟁고아 및 양공주 2세의 신체를 바라보는 연민과 멸시의 이중시선이 나타난다. 이 불편한 시선은 『나비와 엉겅퀴』에서 전쟁으로 인한 신체장애자와 전쟁고아의 소외와 상처에 대한 은유로 발전된다. 이들에 대한 시선과 실존적 감정을 통해, 전후 사회에서 ‘양심’이라고 부르는 도덕적 기준이 붕괴되었음을 역설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전후의 내면적 불구성은 「쌍두아」에서 가시적인 신체 기형을 가진 인물과 더블로 형상화된다. 주인공이 자신의 더블인 그림자 인물을 대면하면서 느끼는 비이성적 혐오와 공포는 이 작품이 인간의 원죄의식, 억압된 것의 귀환을 암시하는 비극적 서사임을 보여준다. 이것은 다시 『토지』에서 곱추인 조병수에게 느끼는 최서희의 감정, 양소림의 기형적인 손을 보고 느끼는 최환국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느끼는 충격적인 혐오감과 견딜 수 없는 공포는 자아의 영속을 위협하는 억압되고 배제된 요소들이 가시화된 것을 보는 데에서 오는 ‘섬뜩함(Das Unheimlich)’으로 해석된다. 이는 정상성의 범위 안에서 살아남은 자가 가져야 할 죄의식으로서 ‘생명의 아픔’이며 작가가 견지해 온 비극적 인식이기도 하다.

구명숙(숙명여자대학교) pp.38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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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논문에서는 김남조의 후기시에 나타난 노년의식을 살펴보고 그 존재론적 전환 양상에 대한 의미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김남조 시인은 1950년대 한국전쟁의 혼란과 상처 속에서도 절망과 고통을 넘어 기독교 윤리의식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사랑과 생명을 노래하는 서정시를 발표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사랑의 깊이와 폭이 더욱 확대되고 종교적 관점에서 구원의 절대적 가치를 존중하는 작품이 중심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는 1980년대 말 제12시집 『바람세례 (1988)』를 기점으로 노년의식에 대한 시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제13시집인 『평안을 위하여』(1995), 제14시집 『희망학습』(1998), 제15시집 『영혼과 가슴』(2004), 제16시집 『귀중한 오늘』(2007), 제17시집 『심장이 아프다』(2013)에 이르기까지 변모해가는 삶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시 속에 형상화해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남조의 후기 시 세계에 드러난 노년의식과 죽음의 미적 변용은 노화와 죽음을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재생의 의지로 새로운 시적 행보를 보여준다. 이는 시인의 영생의 종교적 세계관과 연계되어 노년의식을 심화시키면서 다른 구원을 찾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초기시에서 보여준 생명력의 확산과 사랑에 대한 집중적 탐구는 후기에 와서 이처럼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노년의 미의식과 재생의지, 긍정적 인생관과 영생주의 세계관 등 새로운 희망시학으로 대주제가 전환된 것이다. 그는 특히 제16시집 『귀중한 오늘』(2007)에서 노년기 생활 속 자신의 의식세계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확고한 신앙심에 바탕을 둔 노년기 삶의 평화로움과 당당함, 안식과 관용, 생명에 대한 무한한 사랑, 그리고 식지 않는 생에 대한 열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그의 후기 작품들은 긴 세월을 통과한 농익은 삶 속에서 시간에 순응하며 늙음까지도 감사하며, 나이 먹음에서 깨닫는 바를 순하게 그러나 엄격한 미적 욕구로 원숙한 경지를 그려내 보이고 있다. 노년기 체력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편안함과 긍정과 용서와 배려의 관용적 노년의식이 죽음을 넘어 새로운 생존의 의미로 작품 속에 다양하게 형상화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임옥규(단국대학교) pp.41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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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Abstract

본고는 2000년대 전후 선군시대라고 일컬어지는 북한의 체제 하에서의 북한 여성 작가의 감성적 글쓰기 양상을 살펴보았다. 북한에서 1990년대 수령의 사망과 ‘유훈 통치기’를 거쳐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고 2000년대 선군시대를 맞이하면서 겪게 되는 연이은 재난과 위기의식이 문학적으로 표출될 때 일련의 북한 여성 작가의 글 속에서는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 드러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의 사회적 변화와 위기는 북한 여성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이는 문학적으로 형상화되고 고난의 행군 시기를 전후하여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본고는 1980년 이후 국가의 문학현상모집에 당선되면서 성장한 문학세대 중 감성적 글쓰기 양상을 선보인 북한 여성 작가를 선정하여 선군시대에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방식으로서의 글쓰기 양상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선군시대 여성 작가들은 다양한 체험을 글로 표현하면서 세밀한 관찰을 통해 생활의 발견과 시대의 감정을 발현하고 있다. 본고에서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렴형미, 리연희, 리라순의 글에서는 정서적 교감을 통한 감성적 글쓰기의 형태가 돋보인다. 이들은 군중문학 출신으로 생활 현장에서의 체험을 통해 선군시대의 이상과 감성을 분출하고 있다. 렴형미의 시는 결혼과 출산, 육아의 경험을 통해 조화로운 감각, 돌보는 모성 역할에 대해 노래한다. 렴형미 시에 나타나는 ‘모성’은 남성 중심적인 부정적 질서에 대한 전복이 아니라 여성이 겪는 결혼, 출산, 육아 등의 본질적인 문제가 선군시대 북한이 겪는 문제들과 결부되어 이를 극복해내는 방식으로서 표현된다. 그의 시에서의 모성은 여성적 체험을 바탕으로 체제에 기여하려는 책임의식, 돌봄, 사랑으로 표현되고 이는 접촉의 시어로 형상화된다. 리연희의 시에서는 혁명적 낭만이 열정과 환상으로 표출된다. 선군시대 북한 문학은 시련을 이겨내고 강성대국의 길에 들어서는 현실을 반영하면서 혁명적 낭만성을 구현할 것이 요구되는데 리연희의 사회주의 현실주제 작품을 살펴보면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는 여성 특유의 감성인 안음과 안김의 시어로 표출된다. 리라순은 사회주의 현실주제 작품 창작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최근의 작품에서는 최첨단 돌파를 위해 국가에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리라순의 소설에서는 정과 사랑의 의미를 모성에 비유하여 그 의미가 강인하고 뜨거운 믿음임을 강변하는데 이는 정의 서사를 이룬다. 이러한 선군시대 북한 여성 작가의 글쓰기 양상을 통해 북한 체제 하의 여성의 삶과 시대정신을 살펴볼 수 있었다.

허윤(한신대학교) pp.453-463

여성문학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