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천양희가 등단한 지 18년 만에 처음으로 간행한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에는 낮고 어둡고 좁은 곳에 고립된 자아상, 폭력과 학대에 노출된 모습,그리고 죄인의식과 자기 처벌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특징은 3시집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완화되며 지속되다가 최고의 시집이라고 찬사를 받는 4시집마음의 수수밭에 이르러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화해와 포용으로의 전환을시사하는 이러한 급격한 변화 기제를 탐색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인데, 프로이트와 크리스테바의 우울에 대한 연구가 참조점이 되었다. 우울은 상실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과 달리 대상상실의 고통을 대상과의 합체를 통해 극복하지고 그 대가로 자아상실에 이르는 병리적 애도이다. 첫 시집에 나타나는 위와같은 특징들을 자기애의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우울의 전형을 보여준다. 천양희의 초기시를 우울의 편린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이 시집을 내기까지 지속된 오랜 침묵이다. 언어가 대상의 부재를 전제하여 출현하는 것이라고할 때, 대상상실을 거부하는 우울은 본질 상 언어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천양희가 시적 침묵을 깨고 시적 발화로 이행하게 되는 변화는 대상 상실의 수용을 뜻한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과의 조우를 계기로 이루어지며,자연은 이후 그의 시세계를 지배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연의 부름은그를 호명하고 그에게 삶을 해석하는 참조점 역할을 하는 상징계적 질서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Cheon, Yang-hee published the first collection of poems after the lapse of 17 years from writing a poem in public. There were a lot of corporal image studded with something, locked in narrow and low place, and seized with unidentified guilty in that collection. But, these feature disappeared in the forth collection which was praised for the essential of lyricism. From the fourth collection, she has configurated reconciliation with world and nature. With referring to Freud and Kristeva's theory of depression(melancholia), imagery of the first collection and the poetic silence for a long time is symptom of depression. After, she had met nature, she began to write poetry again. Therefore, nature functioned the interpellation to her entering the symbolic order again. To the conclusion,the change of mood from death to alive was a passage from depression to mou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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