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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서울분원 대회의실(별관 3층)
  • 2024년 07월 03일(수)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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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SSN1229-4632
  • E-ISSN2733-5925
  • KCI

어조의 분열 : 유폐와 탈주의 욕망 사이-김명순론

The Dissociation of Tone - A Distance between Imprisonment and the Desire of Escape Cofession of the New Woman and Modernity

여성문학연구 /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P)1229-4632; (E)2733-5925
1999, v.0 no.2, pp.69-104
박경혜

초록

본 논문의 내용은 근대 문학의 여명기인 1920년대의 한국 문단에서 근대적 의식을 지닌 선각자 중의 한 사람이자 최초의 여성 시인으로 활동했던 김명순 시의 담론적 특성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김명순은 1939년 종적을 감출 때까지 무려 시 60편을 비롯하여 소설, 수필 등 적지 않은 작품을 발표하였으나, 당대에는 물론이고 1990년 초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가 제대로 인식, 평가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그의 작품을 보는 시각의 편협성 곧 ‘남성비평이론’에서 찾을 수 있는데, 본고는 이와는 다른 여성중심적 입장에서 여성작가-여성비평가-여성심리모델이라는 준거틀을 상정하고 김명순 시의 어조(목소리)의 특성을 고찰하였다. 어조는 남성작가와는 다른 여성작가의 ‘차이’로서의 시적 주체의 경험의 인식방식 및 미적 구조화의 특성을 밝힐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인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시의 서술적 목소리를 구조화하는 근저에는 性差 gender가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본고의 기본 입장인데, 그것은 여성 주체의 행위라든가 담론행위를 포함한 소통상황은 여성 주체를 구성하는 일련의 물질적, 사회적, 정신적, 언어적 구속의 그물에 의해 지배를 받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 주체의 현실세계에 대한 인지행위와 발화행위를 포괄하는 어조는 내용(이데올로기)과 형식을 포괄할 수 있는 범주가 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이론적 지향점은 요약하자면 페미니즘 비평적인 시점 분석이라 할 수 있다. 김명순 시인의 전체 시를 대상으로 화자의 목소리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고찰할 때, 대체로 초기시에서는 시의 어조가 관습과 전통에 지배되고 있으면서 화자는 시적 주체의 본질을 위장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유년과 고향, 특히 어머니의 몸으로 회귀하려는, 강한 유토피아 지향성을 표출하면서 여성성의 본질을 되찾고 자기 긍정적인 목소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비해 중기시에서는 처절한 내적 갈등이 이성적인 화자의 목소리와 시인 자신의 절절한 육성이 통일되지 않은 어조의 분열로, 혹은 승화되지 않은 개인적 분노를 토로하는 것으로부터 시대와 민족의 고통을 감수하는데서 비롯하는 대 사회적인 공격적 발언과 항의, 비판의 목소리로, 때로는 자기반성과 응시를 통한 자기 갱신의 의지적인 어조로 나타난다. 또한 후기시에서는 작가와 예술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남성작가 혹은 비평가의 시선을 내면화한 두 개의 목소리로 드러난다. 이것은 자신의 주체 안에 내면화된 남성 이데올로기의 유령을 쫓아냄으로써 외적, 내적 억압에서 벗어나 주체적 자아를 정립하고 진정한 작가적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시도이다. 이렇게 볼 때 김명순 시인은 피해자로서의 여성 의식의 감옥에서 벗어나 역사 너머의 유토피아적인 여성성의 세계에 이르려는 탈주의 욕망을 위해 피투성이가 되어 홀로 싸워간 최초의 여성 시인이자 근대적 주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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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학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