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역사적 형식으로서의 여성-노동소설’의 내적 형식에서 발견되는 ‘차이’ 및 특징을 김인숙의 80년대 노동소설을 통해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80년대에는 ‘새로운 여성’들이 등장하였는데, ‘차이’를 인식하여 ‘여성노동자들의 당사자 인식’을 도출한 자발적 능동적 주체로서의 여성노동자가 그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여성 학출’이었다. 여성 학출은 현장과 소설의 양 측면에서 ‘80년대적 현상’이자 ‘80년대적 특수성’이었다. 그런 점에서 여성 학출에 의해 생산된 80년대 여성노동소설은 ‘역사적 형식’에 해당한다. 여성 학출은 존재론적으로나 인식론적으로, 더 이상 ‘엄마 이야기’에 머물거나 엄마의 기획의 ‘대상’이 아니었다. 즉 ‘엄마 서사’와 결별한다. 또 이들은 이전 시대 여성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었던 ‘여성수난사’와도 결별한다. 이들은 수난보다 희망을, 도식적 전형보다 소시민성의 비판을 통해 획득되는 노동계급성을 보여 주었다. 그로 인해 남성 노동소설 작가와 다른 ‘고유한 글쓰기’가 도출되었다. 80년대의 대표적 여성 학출인 김인숙은 ‘역사적 형식’으로서의 여성-노동소설‘의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었다. 우선 가족 프레임을 발명해, 우회․확장되는 여성의 노동계급성을 제시하였다. 「함께 걷는 길」 등에 제시된 가족 프레임은 ‘가정’을 ‘또 다른’ ‘정치적 공간’으로 설정하는 것으로서, ‘현장’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었다. 가족 프레임은 노동운동의 계급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리얼리즘의 위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다양성을 포착케 하는 유용한 서사장치였다. 김인숙에게 있어 가족 프레임과 그것이 선사하는 소시민성(비판 포함), 섬세한 심리묘사로 드러나는 내면성 등은 노동소설의 결함인 도식성, 비변증법적 기계론을 거둬내는 장치로 기능하였다. 『79-80:겨울과 봄 사이』와 「성조기 앞에 다시 서다」는 민중해방문학으로서의 ‘여성-노동소설’의 ‘방법’을 보여 주었다. 이 두 소설에서는 여성노동자가 노동과 반미의 주체로 성장해 가고 있었으며, 민중주의와 여성주의의 결합이 확인되었다. 여성노동자-대학생-어머니, 여성노동자-중간관리자 간의 역사적 합창이 각각 연출되었다. ‘90년대의 후일담’을 일부 선취하는 「부정」과 「구경꾼」 「가까운 불빛」에서도 아직 ‘구역질’ ‘가슴 속에 이는 떨림’ 등 소시민성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인숙의 소설은 단지 중산층의 소시민성을 비판만 하는 소설은 아니었다. 이는 변혁주체가 되지 못하지만, 동시에 변혁주제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닌, 운동권의 계급성에 포섭될 수 있는 ‘소시민의 잉여’를 ‘역설’하는 것이었다. 이상의 내용으로 볼 때 김인숙의 여성-노동소설은 일반적인 ‘민중 프로젝트’와 크게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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