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최정희는 1931년 『삼천리』에 「정당한 스파이」로 등단한 이래 1980년 「화투기」까지 거의 50년에 걸쳐 작품 활동을 해왔다. 제2기 여성작가군을 형성했던 강경애, 지하련 등의 여성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든 시대적 상황과 흐름에 밀려 문학 활동을 접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녀는 식민지, 해방, 한국전쟁, 4·19, 5·16, 나아가 한국군 최초의 파병이었던 베트남전쟁까지 굴곡진 역사를 함께 넘어온 인물이었다. 여성 작가로서는 상당히 드문 이러한 지치지 않은 작품 활동은 가장 ‘여류다운 여류’에서 남성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답지 않은’ 작가의 대명사로 양 극단의 평가를 점하게 했다. 이 글은 최정희의 작품 세계가 지닌 변모와 굴절을 감안하면서, 해방 전/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 시기는 일제의 전시 동원과 해방 및 한국전쟁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첨예한 시대적 화두로 ‘부역’이 문제시되었던 때이다. 부역은 이 시기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들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던 문제였지만, 부역의 오명과 이에 따른 변명과 참회 및 반성의 양태는 각기 달랐다. 이 글은 최정희의 해방 전/후를 관통하는 요소로 부역의 문제를 초창기 동반자적 경향에서 ‘맥 삼부작’으로 대변되는 ‘여류다움’의 방향 전환과 결부시켜 논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해방 전/후 두 차례의 전시(戰時) 국면은 협력과 동조의 자원이 된 모성 담론을 그야말로 활성화시켰다. 최정희는 모성 담론의 국가적 전환과 요구를 여류다움으로 대응하며, 국가모성의 일익을 담당했다. 이 글은 최정희의 여류다움으로의 방향 전환이 전시 국면의 모성 담론과 별개로 논해질 수 없음을 2장과 3장에서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 글은 ‘모성 동맹’을 분석의 입각점으로 삼는다. 동맹은 흔히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 설정을 의미하는 친소(親疎)의 집단 개념이지만, 상호간 이해가 교차하는 전략적 제휴와 협력의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장을 형성한다. 비록 한쪽의 일방적인 힘의 경사가 있다 해도, 유·불리를 따지는 약자의 무기(weapons of the weak)로써 ‘모성 동맹’은 전시 동원 체제의 일부를 이루었다는 것이 이 글의 기본 논점이다. 친일 부역 혐의는 모성 동맹의 전시 동원과 연루된 사후적인 심문과 단죄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적에게 협력했다는 사후적인 부역 혐의가 여류다움의 자연스런 발로로 간주된 모성 담론을 선회하고 있다면, 여류다움의 젠더 역학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이 글은 어쩌면 ‘오래된 미래’로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여류다움과 모성성의 딜레마와 역설을 숙고하는 비판적 성찰의 한걸음을 내딛고자 했다.
최정희, 「여류작가 좌담회」, 1936.2, 214∼235쪽.
최정희, 「정적기(靜寂記)」, 삼천리문학 , 1938.1, 53∼65쪽.
최정희, 「정적기(靜寂記)」, 문화조선(文化朝鮮) , 1941.5, 20∼26쪽.
최정희, 「군국의 어머니」, 대동아 , 1942.3.1, 116∼118쪽.
최정희, 「황국의 아이의 어머니에게(御國の子の母に)」, 경성일보 , 1942.5.19, 6면.
최정희, 「5월 9일」, 半島の光 , 1942.7, 16쪽.
최정희, 「야국초(野菊抄)」, 국민문학 , 1942.11, 131∼146쪽.
최정희, 「야국초(野菊抄)」, 김병걸·김규동 편, 친일문학작품전집 2 , 실천문학사, 1986, 172쪽.
최정희, 「나의 문학생활자서(文學生活自敍)」, 백민 , 1948.3, 46∼47쪽.
최정희, 「뒷말 몇 마디」, 풍류 잡히는 마을 , 아문각, 1949, 221쪽.
최정희, 「난중일기에서」, 적화삼삭구인집(赤禍三朔九人集) , 국제보도연맹, 1951, 52쪽.
최정희, 「나와 군인」, 사랑의 이력 , 계몽사, 1952, 249∼250쪽.
최정희, 「출동전야」, 전시 한국문학선 , 1954, 260쪽.
최정희, 「탄금의 서」, 찬란한 대낮 , 문학과 지성사, 1976, 214∼219쪽.
최정희, 천맥 , 성바오르 출판사, 1977, 10쪽.
고 은, 1950년대 , 민음사, 1973, 155∼156쪽.
공임순, 「여류명사 모윤숙, 친일과 반공의 이중주」, 스캔들과 반공국가주의 , 앨피, 2010, 181∼208쪽.
공임순, 식민지 시기 야담의 오락성과 프로파간다 , 앨피, 2013, 435∼498쪽.
김문집, 「여류작가의 성적 귀환론」, 비평문학 , 청색지사(靑色紙社), 1938, 355∼359쪽.
김복순, “나는 여자다”-방법으로서의 젠더 , 소명출판, 2012, 121쪽.
김윤식, 「인형의식의 파멸」, 한국문학사 논고 , 법문사, 1973, 228쪽.
노천명, 「최정희론」, 구명숙 편, 한국여성수필선집 1945-1953 4, 역락, 2012, 118쪽.
백 철, 「여류문학의 수준」, 조선신문학사조사 현대편 , 백양당, 1949, 339∼340쪽.
서정자, 「모성 회귀와 여성 복귀」, 한국근대여성소설 연구 , 국학자료원, 1999, 176∼178쪽.
심진경, 「여성작가로 산다는 것」, 여성과 문학의 탄생 , 자음과모음, 2015, 44∼45쪽.
최경희, 「친일문학의 또 다른 층위-젠더와 「야국초」」,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 책세상, 2006, 394∼395쪽.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 이선이 역, 내셔널리즘과 젠더 , 박종철 출판사, 1999, 20∼21쪽.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 오윤성 역, 감각의 분할 , 도서출판 b, 2008, 14∼15쪽.
공임순, 「스캔들과 반공」, 한국근대문학연구 17호, 한국근대문학연구, 2008, 165∼192쪽.
공임순, 「가난과 국가, 군국모의 연기하는 신체정치」, 동악어문학 61집, 동악어문학회, 2013, 71∼113쪽.
공임순, 「박종화와 김동리의 자리, “반탁운동의 후예들”과 한국의 우파 문단」, 사학연구 121호, 한국사학회, 2016, 41∼79쪽.
공임순, 「이광수 복권과 문학사 기술의 관련 양상」, 춘원연구학보 9호, 춘원연구학회, 2016, 191∼222쪽.
곽종원, 「최정희론」, 문예 , 1949.8, 163∼167쪽.
김기림, 「여류문인」, 신가정 , 1934.2, 37∼38쪽.
김동리, 「여류작가의 회고와 전망」, 문화 , 1947.7, 46∼50쪽.
김팔봉, 「구각(舊殼)에서의 탈출」, 신가정 , 1935.1, 77∼81쪽.
모윤숙, 「여성도 전사다」, 삼천리 , 1942.3, 112∼115쪽.
아세아(亞細兒), 「1931년의 총결산, 과거 1년간의 문예」, 동광 , 1931.12, 14∼17쪽.
장덕조, 「함성」, 백민 , 1947.7, 69-89쪽.
조연현, 「감명의 소재-「풍류 잡히는 마을」을 읽고」, 문예 , 1949.10, 168∼169쪽.
차미령, 「한국전쟁과 신원 증명 장치의 기원」, 구보학보 18집, 구보학회, 2018, 449∼480쪽.
허 윤, 「기억의 탈역사화와 사이의 정치학」, 한국문화연구 28권,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2015, 109∼136쪽.
조앤 스콧(Joan Scott), 「젠더: 역사 분석의 유용한 범주」, 국어문학 31집, 국어문학회, 1996, 291∼3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