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페미니즘의 발전은 육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60년대에 페미니스트들은 성차(gender)가 유발하는 각종 차별과 성폭력, 매매춘, 포르노, 성 상품화 등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기 시작했다. 이들은 여성성을 규정해온 것은 바로 여성들의 몸의 특성, 혹은 여성의 몸과 관련된 역할들이고 이것이 여성에 억압적인 규범을 구성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폄하되어왔던 여성육체 및 남성과 다른 여성육체에서 파생되는 재생산, 여성성, 모성 등에 대한 문제를 다시 고려하기 시작했다. 몸에 대한 페미니즘의 관심은 문학 텍스트에서 크게 두 가지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여성이 욕망의 주체임을 선언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의 몸이 이제 타자 중심적인 ‘보살핌의 윤리’에 의해 세계의 중심이자 세계의 전부로 확장되는 경우이다. 작가들의 이러한 낙관주의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견고화는 여성의 육체를 상품화함으로써 미를 위한 무한 경쟁에 밀어 넣는다. 여성성의 특성으로 언급되는 허여성의 의미도 현실이라는 마법의 통로를 지나면 여성의 현 위치를 고착시키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게 된다. 몸 담론은 새로운 의미를 산출할 수 있는 전복의 지점이지만 스스로 왜곡될 수 있는 지점일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