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은 잡지 『여성지우』와 1930년대 전반기 엄흥섭의 문학적 실천을 살핀다. 엄흥섭이 편집에 참여하기 시작한 제2권 제1호(1930.2)부터 『여성지우』는 여러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고충을 듣고, 독자 투고란을 대폭 늘리는 등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기획들을 선보인다. 이러한『여성지우』의 기획에 여성 독자들은 뜨겁게 호응했으며 여성들이 주체가 된 새로운 문학을 꿈꾸었다. 특히 제2권 제2호(1930.4)의 〈여류문단〉란에 실린 여성들의 시는 임화의 시 「우리 오빠와 화로」(『조선지광』, 1929.2)를 전유한 것으로서, 여성이 겪는 힘겨운 현실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여성지우』의 기획에서 보였던, 노동하는 여성들의 삶과 현실에 대한 구체적 인식은 1930년대 전반기 엄흥섭의 소설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는 가사노동에 종사하면서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오마니’형 인물의 형상화로 나타난다. 특히 오마니형 인물이 화자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1934년 아동잡지 『별나라』에 게재된 엄흥섭의 소설 「평이」를 주목해볼 수 있다. 「우리 오빠와 화로」와 유사한 서사적 구조를 띠고 있는 듯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우리 오빠와 화로」에서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던 오빠의 그림자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대신 「평이」는 배달을 하다 다친 동생에게 보내는, 동생 자신의 몸을 잘 돌보라는당부와, 동생의 다른 일자리를 위해 오마니들과 소통해보겠노라는 누나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다. 카프 출신 문인들의 전향이 가시화되며 프로문학이 전환기에 놓여 있던 1934년, 엄흥섭은 「우리 오빠와 화로」를 연상시키는 소설 「평이」를 발표함으로써 카프가 가장 대중적이었던 시기를 소환하는 한편, 민중의 현실에 기반을 두고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여성지우』의 기획과 그 연장선상에 있는 엄흥섭의 소설은 힘겨운 삶을 겪어내던 독자들이 서로의 취약성에 공감하고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소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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