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2010년대 이후 다시 한 번 펼쳐진 페미니즘 대중화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 페미니즘 대중화의 가까운 역사인 1990년대를 탐색한다. 두 시대 간 만남의 중심에는 ‘대중 페미니즘’이 ‘가시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여성 서사’ 또는 ‘여성 문학’의 영역에서 페미니즘 지식을 경합했던 역사가 있다. 여성 대중의 페미니스트 정체화는 ‘페미니즘적 주체’의 의미, ‘페미니즘적 재현’의 의미를 질문하는것으로, 나아가 이를 재구성하는 선언과 실천의 경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관련 영역에서 페미니스트들의 의미 투쟁이 끝없이 발생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며, 이들 경쟁의 결과는 역으로 ‘페미니즘 지식’이라는 지평 자체의 변형과 재형성에도 영향을 준다. 페미니즘 지식 투쟁은 ‘여성’ 일반의 집단적 가시화라는 페미니즘 부상의 초기 과제를 넘어, ‘어떤’ 여성을 재현의 장에 입장시킬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돌이켜보면, 1990년대 한국 페미니즘/여성 문학 담론 역시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자리로서가 아니라 ‘가시성’의 문제로 재배치될여지가 있다. 특히 90년대는 페미니즘의 가시화와 동시에 안티 페미니즘의 반동적 대응이 횡행했던 시기일 뿐만 아니라, 가시성의 영역에서 페미니스트들 간의 지식/권력 투쟁 또한 활발히 이루어졌던 시기이다. 이때 90년대의 변화, 특히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력의 성장이라는 표면적 성취가 여성 대중의 ‘개인화’와 ‘가시화’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는 소수 여성 지식인이 아닌, 다수 여성 대중의 급성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들의 요구로 상상된 문제를 둘러싸고 지식 계층 간 의미 투쟁의 영역 또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여성문학’의 ‘대중성’이다. 이 논문은 공지영의 ‘대중성’이 여성문학 담론 내부에서 배치되고 이해된 방식을, 90년대 여성 문학이 여성 대중과 맺었던 관계의 모순을 지시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여성문학 비평에 의해 대중 페미니즘의 요청으로 이해된 공지영의 서사는 기실 대중 페미니즘의 서사적 요청과도, 여성주의 진영의 그것과도, 나아가 여성문학비평이 지향하는 대중성과도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대중성’ 혹은 ‘여성–대중’이라는 편의적 범주로 이해된 여성문학의 ‘대중성’이, 페미니즘 지식/의미 충돌의 장으로서 재구성될 여지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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