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 논문은 『녹색평론』을 중심으로 전개된 생태주의 담론이 어떤 지성사적 맥락에서 형성되었는지 살펴봄으로써 그 성격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91년 『녹색평론』은 탈이념·탈정치의 시대이자 동시에 여러 사회·문화운동이질적이고 양적으로 성장했던 1990년대의 정치·문화적 토양 위에 창간되었다. 『녹색평론』 창간인 김종철은 문학평론가로 활동할 당시 민중문학론 및 제3세계문학론을 전개했던 문학평론가로, 이 시기 생태적 전환을 보인 대표적인 인물이다. 본고는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한 역사적·이론적 맥락을 검토하기 위해 크게 생명, 영성, 여성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어로 김종철 및 『녹색평론』의 생태주의의 성격을 검토했다. 첫째로 김종철의 민중주의는 근대 문명 및 유물 사관의인간중심주의 비판을 계기로 생명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다. 생명 개념의 추상성은 한살림운동의 실천이나 먹거리를 의제화하고 이를 다룬 비평을 통해 구체성을 획득하는데, 이러한 비평은 만물의 상호 연결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파괴적인 관행에 저항하고 생태학적인 관계를 도모하는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두 번째로 김종철 및 『녹색평론』의 생태주의는 김지하, 장일순의 생명 사상과 접점을 가지며 영성적 생태주의의 성격을 띠었다. 우주나자연과 맺는 연관성을 감각하는 능력이라는 의미로서의 영성은 민중신학이나 기독교 생명정치, 동학사상 등 복합적인 이론적 맥락을 거쳐 형성되었다. 마지막으로 김종철 및 『녹색평론』의 생태주의는 여성주의적 성격을 띠기도 했다. 이는 당대 생태운동에 여성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 그리고 반생태적인 문명이나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체제에 저항하는 대안적 가치로서 여성적 원리 혹은 여성성이 주목되었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본고는 위와 같이 『녹색평론』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주의의 이론적 맥락을 역사화함으로써, 1990년대 ‘생태적 전환’의 양상과 그 의의 및 한계까지 평가하기를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