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1990년대 전경린의 소설은 주부의 ‘불륜’을 주요 소재로 삼아, 섹슈얼리티로 기존 삶에 반란을 꾀하는 여성을 그려내 왔다고 할 수 있다. 1999년에 발표한 『내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전경린이 「염소를 모는 여자」 이래 계속해서 주부의 불륜을 소재로 하여 작품을 써냈기에 이제는 새로울 것이 없다는, 즉 그녀의 ‘위기’를 증명하는 소설로서 불리기도 했다. 본고에서는 이때 전경린이 “간통은 진부하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째서 다시 주부의 섹슈얼리티를 소재로 하여 작품을 써냈는지를 고민한다. 가리어진 여성들, 다시 말해 이 소설에서후경화된 여성들이 어쩌면 힌트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다랐을 때, 범죄에연루된 두 여성 은연과 부희가 눈에 띈다. 단행본에 이어 소설의 신문 연재본까지를 참고로 하여 이들 여성의 서사를되짚어봄으로써 본고는 가정 내 여성이 지금까지도 쉽게 법에 의해 범죄의 ‘가해자’로서 위치 지어지는 현실과 이 소설이 맞닿아 있다는 점을 초점화해 바라본다. 지금, 여기와도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은, 1990년대 한국 사회 내 ‘여성 범죄’ 의 정치학을 노출하는 이 텍스트는 이렇듯 가정 내 여성이 쉽게 ‘가해자’로 내몰리는 상황이 섹슈얼리티의 “몰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판단과 이어진다. 곧 본고의 관점에서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여성의 쾌락적 삶의 평등성” 의 획득을 위해, 무엇이 여성에게 ‘고통’을 주고 무엇이 여성에게 ‘쾌락’을 주는지, 미흔의 식으로는 “개인적인 모랄”들이 끊임없이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 ‘여성범죄’를 판결하는 이전과는 다른 광경을 선사할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